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에 사는 권우은(38)씨는 아홉살, 세살짜리 아들을 둔 워킹맘이다. 기관지가 약한 둘째 아들 때문에 평소 미세먼지와 공기질에 관심이 많았는데 지난해 11월부터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코웨이의 '듀얼파워공기청정기 아이오케어(IoCare)'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직장에서도 집안의 공기 상태를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고 원격으로 공기청정기 조절이 가능해 집에 있는 아이들이 전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또 코웨이가 일별·월별로 집안 공기질을 분석한 뒤 알아서 필터를 교체해줘 편리하다. 코웨이는 IoT 기술을 공기청정기뿐만 아니라 정수기·비데·매트리스까지 확대 적용해 고객 수를 늘려갈 계획이다.

중견·중소 업체는 물론 벤처기업들이 IoT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잠재 시장이 클 뿐만 아니라 앞으로 가장 확실한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IoT서비스 시장 규모는 2015년 77조원에서 오는 2020년에는 291조원으로 4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현정 코웨이 전략혁신본부장은 "사람과 사물·데이터 등 모든 것이 네트워크와 연결돼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IoT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IoT 시장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아직 대기업이나 특정 글로벌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지도 않았고 일반 제품보다 IoT가 적용된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 기업들의 관련 분야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내외장 메모리반도체 제조업체 바른전자는 지난해 IoT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반도체 유통사업부를 매각하기도 했다. 근거리무선네트워크와 관련한 다양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바른전자는 블루투스와 와이파이·근거리무선통신(NFC)을 이용한 비콘 장비를 중점 개발하고 있다. 비콘이란 저전력 블루투스(BLE)를 이용해 고유 신호를 주기적으로 발송해주는 전자 장치다. 지난해에는 정보기술(IT) 스타트업 리니어블과 함께 비콘 기술을 이용한 미아방지팔찌를 개발하기도 했다. 바른전자의 경우 IoT 분야에 대한 투자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0%가량 감소했지만 가까운 미래를 내다보고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보일러와 완구·가구업체 등 전통적인 제조업체들까지 IoT 시장을 노크하는 추세다. 경동나비엔은 업계 최초로 스마트폰 원격제어 보일러 '나비엔 스마트 톡(TOK)'을 출시하며 IoT 보일러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최근에는 보일러에 문제 발생시 고객보다 먼저 제품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방법을 안내하며 필요에 따라 서비스 기사 출장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원격 케어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린나이 역시 IoT보일러 기술로는 업계 최초로 △외출·귀가 모드 △기상 모드 △예약맞춤 알림 △24시간·주간 스마트예약 △보일러 가동상태 변경 알림 기능이 적용된 제품을 출시했다. 특히 스마트폰 앱 단일 계정으로 각각 다른 곳에 설치된 보일러 3대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린나이 측은 올해 1만대 이상의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토이스미스는 내장 와이파이 앱을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제어가 가능한 무선조종(RC) 완구인 '스마트RC 해머'를 성공리에 판매한 데 이어 후속작도 준비하고 잇다. 인텔 에디슨을 탑재한 이 제품은 RC모드(M2M 접속)와 인터넷 모드(IoT 드라이브) 등 두 가지 형태로 조종이 가능하며 자동차에 장착된 카메라를 이용한 영상 촬영(최대 5분)과 실시간 스마트폰 저장, 200단계 이상의 세밀한 속도 조정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RC카에 IoT 기능을 탑재한 상품 중 상용화된 것은 이 제품이 처음이다. 홈 CCTV, 베이비 모니터, 홈 방범카메라, 애완동물과 놀아주기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가격이 15만원대로 기존의 RC완구(3만~5만원대)에 비해 비싸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초도 물량 2,500대가 10개월 만에 완판됐다.

국내 1위 가구업체 한샘은 업계 최초로 IoT를 적용해 피부 측정 상태를 보여주는 '스마트 거울'을 출시했다. 거울에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단말기가 내장돼 있으며 거울을 손으로 누르면 모공·주름·피부결 상태를 점수로 보여준다.

중견·중소 업체들이 IoT를 이용해 기존 제품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신흥벤처 기업과 스타트업 등은 생활 밀착형 솔루션 제공을 하면서 유의미한 정보 창출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IoT 기반 에너지 빅데이터서비스 기업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는 가정 내 분전반에 측정용 기기를 손쉽게 설치한 후 스마트폰 앱으로 실시간 전기 사용량과 예상 전기 사용량, 대기 전력, 누진 단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에너톡 홈'서비스를 최근 선보였다. 직접 분전반에 연결해 최대 1초 단위로 데이터를 수집하기 때문에 정확한 전기 사용량과 요금 등을 확인할 수 있고 낭비되는 대기 전력과 현재 누진세 단계 확인을 통해 전기요금 폭탄을 막아 준다. 이 회사는 조지 소로스가 운영하는 글로벌 투자펀드사 QSP를 통해 1,0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인코어드 관계자는 "전기 사용 데이터를 모은 뒤 패턴을 분석하면 다양한 가전과의 협력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진다"며 "대표적으로 주인의 생활 패턴, 실시간 기상 정보, 에어컨 사용 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한 뒤 각자 설정한 전기요금 수준에 맞게 요일별 에어컨 사용 권장 시간을 제시하는 기능을 이미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IoT 센서시스템 전문회사 엠버저는 무선센서를 기반으로 일정 공간의 온도와 습도·이산화탄소, 산소 농도 등을 실시간으로 체크해 원격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온도·습도 변화에 민감한 식품 공장 등을 중심으로 수주를 늘리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무턱대고 사물인터넷 시장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김학용 부산대 사물인터넷연구센터 교수는 "관련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기업이라면 IoT기술을 결합했을 때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어야 하고 다른 기업이 생각하지 못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여야 시장 선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