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지방경찰청 장기실종팀의 도움으로 30여년 만에 아버지를 되찾은 김세영씨(왼쪽 두 번째)가 지난달 30일 부산지방경찰청에서 가족 상봉을 했다. 이날 김씨는 아버지를 대신해 방문한 새어머니를 만나 서로 안부를 나눴다. / 사진=부산지방경찰청

[뉴스프리존,부산=변옥환 기자] 30여년 전 헤어진 부자(父子)가 부산경찰 장기실종수사팀의 도움으로 극적인 상봉을 했다.

경찰에 따르면 부산에 살고 있는 김세영(41)씨는 유아 시절부터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홀아버지와 떨어져 친척집과 여관을 전전하다 9살 무렵 보육원에 맡겨져 그곳에서 아동 청소년기를 보냈다.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아버지에게 원망하는 마음도 생겼을 법하지만 김씨는 “동가숙 서가식(東家宿西家食, 떠돌아다니며 얻어먹고 지냄) 하지 않을 수 있었던 보육원에서의 생활이 감사했고 오히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엔지니어로 안정된 직장과 두 딸의 아버지가 된 그는 불혹의 나이가 되자 더 늦기 전에 자신이 먼저 아버지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찾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어린 시절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이전에 살았던 장소들을 방문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 하나 제대로 떠오르는 게 없었다고 김씨는 말했다.

주민센터에 문의도 해봤지만 보육원 입소 후 새롭게 만들어진 호적 때문에 과거의 자신을 증명할 수 없어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경찰에 신고한 이후에도 단서가 부족해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그간 너무 가슴앓이 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그러다 지난달 초순경 부산지방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이 사건을 검토하다 김씨의 실종신고를 원점에서 재검토 수사하기로 해 그와의 심층 면담을 진행했다.

경찰은 김씨 아버지의 이름, 보육원에 맡겨진 경위 등 추가 수사를 위한 단편적인 기억들을 종합하고 분석했다.

이를 근거로 발췌한 전국의 동명이인 760여명의 주민자료 등을 토대로 김씨의 진술을 근거로 일일이 대조, 탐문 활동을 진행한 경찰은 마침내 대구에 살고 있는 그의 아버지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가족 상봉이 있던 지난달 30일, 김씨는 아버지를 대신해 참석한 새어머니를 뵙고 그간의 안부를 나누었다.

며칠 뒤 김씨는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대구에서 아버지를 직접 뵈었다.

김씨는 “30여년 만에 다시 찾은 아버지가 눈물로 용서를 구하더라. 그런 아버지를 위로할 수 있었다”며 “이제는 명절마다 찾아뵐 수 있는 부모님과 고향이 생겨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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