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세상
법, 정치, 사회, 경제, 도덕적 평등은 가능할 수 있을까요? ‘자유, 평등, 박애’라는 신념 아래에서 이루어졌던 프랑스 대혁명, 영국의 차티스트 운동, 미국의 노예제 폐지 운동, 러시아 혁명에서 인종 차별을 타파하기 위한 투쟁, 페미니즘 운동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끊임없이 이상적인 평등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불평등이 만연하고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여성 혐오 범죄가 끊이지 않는 현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평등’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째, 법적 평등입니다.

법은 만인에게 똑같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누군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그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성(性), 인종에 상관없이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국가는 모든 국민들을 똑같이 보호해야 하는 것이지요. 특정한 조건이 국민을 더 보호하거나 덜 보호하는 데에 이유가 될 수 없이 모든 국민은 평등해야 하는데 현실은 유전무죄 무전 유죄가 아직도 횡행하는 것 같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둘째, 정치적 평등입니다.

법 앞에서의 평등뿐만 아니라 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도 보장받아야 할 평등을 일컫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경제적 지위에 따라 법을 제정하거나 선거를 할 때에 불평등한 처지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지요.

셋째, 사회적 평등입니다.

사회적 평등은 ‘지위의 평등’과 ‘지배의 부재’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위의 평등’이 이루어진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그들의 사회계급이나 성을 잣대로 타인을 우러러보거나 무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배의 부재’는 누군가가 타인의 삶을 지배할 권력을 가지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지배의 부재’가 실현되면 고용주라고 하더라도 근로자의 삶을 지배할 수 없지요.

넷째, 경제적 평등입니다.

경제적 평등은 상속된 지위가 아니라 능력에 따라 보상받는 ‘능력주의’부터 시작하여 평등한 기회로 나아가는 것이 경제적 평등이지요.

다섯째, 도덕적 평등입니다.

도덕적 평등은 다양한 평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밀어주는 평등의 원칙을 말합니다. 이러한 평등은 특정한 집단 내에서만 통용되는 가치가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다면 그 가치는 전 세계의 인류를 대상으로 적용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다섯 가지 평등을 누리려면 누구나 ‘자리이타(自利利他)’의 길을 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자리이타’란 불가(佛家)의 보살행(菩薩行) 가운데 하나입니다. 즉, 나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는 일입니다. 이 자리이타야말로 불법(佛法)의 구경(究竟)이요, 마지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자리(自利)와 이타(利他)에 관해서는 그 말이 놓이는 순서에 따라 몇 가지로 해석을 달리할 수도 있습니다.

먼저, 말 그대로 ‘자리이타(自利利他)’는 나도 이롭고 남도 이로우면 나도 좋고 남도 좋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 ‘자리(自利)로 이타(利他)하는 것’입니다. 즉, 나에게 이로운 그것을 가지고 남을 이롭게 해 준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에게 이롭지 못하면 남을 이롭게 해 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보시(布施)를 하려 해도 자기에게 아무것도 없으면 보시할 수 없습니다.

자기에게 법력(法力)이 있어야 남에게 법문(法門)을 일러 줄 수 있고, 자기에게 돈이 있어야 남에게 베풀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힘이 있어야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에 자신의 힘을 먼저 길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타자리(利他自利)’가 있습니다.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곧 자기를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보는 견해입니다. 즉, 교화(敎化)를 잘 하는 것이 바로 복 짓는 일이고 지혜를 닦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이론일 뿐 궁극적으로는 같은 말입니다. 다만 원칙적으로 볼 때 자신이 먼저 수행이 되어 있지 않으면 남을 교화하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그 자리이타의 관점에서 보면, 나만 옳고, 나만 잘 낫다고 해서는 평등세계를 이룩할 수 없습니다. 내가 조금 모자라는 사람이고, 가진 것이 없어도 끊임없이 베풀며, 이웃과 조직, 세상을 위하여 맨발로 뛰는 자리이타의 정신이 앞서야 비로소 이룰 수 있는 세상인 것입니다.

덴마크의 작가 악셀 산데모제(Aksel Sandemose)가 1933년에 쓴 소설에 <보통사람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 10개조를 실행하면 평등세상이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1) 스스로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2) 네가 다른 사람들만큼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지 말라.

3) 네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4) 네가 다른 사람보다 낫다고 자만하지 말라.

5) 네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6) 네가 다른 이들보다 더 중요할 거라 생각하지 말라.

7) 네가 뭐든지 잘 할 것이라고 여기지 말라.

8) 다른 사람을 비웃지 말라.

9) 다른 사람이 너를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10)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 들지 말라.

어떻습니까? ‘자리이타’의 정신으로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신뢰, 공동체적인 문화를 구현하면 그것이 평등이요, 바로 행복의 열쇠입니다. 엊그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그런데 어찌 평등세상이 아직 먼 것 같은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은 무슨 연유인지요!

단기 4352년, 불기 2563년, 서기 2019년, 원기 104년 월 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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