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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의 비밀
  • 김덕권
  • 승인 2019.03.13 08:00
  • 수정 2019.03.1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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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의 비밀
해인(海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주의 일체를 깨달아 아는 부처의 지혜를 말합니다. 그리고 삼매(三昧)라는 말도 있습니다. 삼매는 한 가지에만 마음을 집중시키는 일심불란(一心不亂)의 경지를 말하지요. 또한 삼매는 산스크리트어 ‘사마디(Samādhi)’ 또는 ‘삼마디’의 한역(漢譯)으로 인도의 요가, 불교 등에서 말하는 고요함⦁적멸(寂滅)⦁적정(寂靜)의 명상 상태 또는 정신집중 상태를 말합니다.

그래서 불가(佛家)에서는 이 두 가지를 합쳐 ‘해인삼매(海印三昧)’라고 말합니다. 옛날 부처님이《화엄경(華嚴經)》을 설할 때에 말씀하셨던 삼매(三昧)로 과거. 현재. 미래를 통한 일체의 것이 마음속에 환희 나타나는 경지이지요.

《화엄경》의 세계관은 일심법계(一心法界)로 요약됩니다. 온갖 물듦이 깨끗이 사라진 진실 된 지혜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가 일심법계입니다. 그러한 세계는 모든 번뇌가 다한 바른 깨달음의 경지에서 펼쳐집니다. 그러니까 깨달음의 눈, 부처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가 바로 일심법계입니다. 마치 바람이 그치고 파도가 잔잔해져 바다가 고요해지면 거기에 우주의 만 가지 모습이 남김없이 드러나듯이, 이러한 경지가 곧 해인삼매(海印三昧)인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우리도 어서 어서 우주의 진리를 크게 깨치고 이 해인삼매를 얻어 부처를 이루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 ‘해인’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어 소개합니다. 바로 합천 해인사(海印寺)의 유래입니다.

옛날에 80이 넘은 늙은 내외가 가야산(伽倻山) 깊은 골에 살고 있었지요. 자식이 없는 이들 부부는 화전을 일구고 나무 열매를 따 먹으면서 산새와 별을 벗 삼아 하루하루를 외롭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이들 앞에 복실복실한 강아지 한마리가 사립문 안으로 들어옵니다. 1년 내내 사람의 발길이 없는 깊은 산중 이어서 좀 이상했으나 하도 귀여운 강아지인지라 좋은 벗이 생겼다 싶어 키우기로 했습니다.

노부부는 마치 자식 키우듯 정성을 쏟았고, 강아지는 날이 갈수록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이렇게 어언 3년이 흘러 강아지는 큰 개로 성장했지요. 꼭 만 3년이 되는 날 아침, 이집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밥을 줘도 눈도 돌리지 않고 먹을 생각도 않던 개가 사람처럼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동해 용왕의 딸인데, 그만 죄를 범해 이런 모습으로 인간세계에 왔습니다. 다행히 할머니 할아버지의 보살핌으로 속죄의 3년을 잘 보내고 이제 다시 용궁으로 가게 됐습니다. 두 분의 은혜가 하해 같사온지라 수양부모님으로 모실까 하옵니다.”

“우리는 너를 비록 개지만 자식처럼 길러 깊은 정이 들었는데 어찌 부모 자식의 의를 맺지 않겠느냐?” 개는 이 말에 꼬리를 흔들며 말을 이었습니다. “제가 곧 용궁으로 돌아가 아버지 용왕님께 수양부모님의 은혜를 말씀드리면, 우리 아버님께선 12사자를 보내 수양 아버님을 모셔오게 할 것입니다.

용궁에서는 용궁선사로 모셔 극진한 대접을 할 것이며, 저를 키워주신 보답으로 무엇이든 맘에 드는 물건을 가져가시라고 할 것입니다. 그때 아무리 좋은 것이 있어도 모두 싫다 하시고 용왕 의자에 놓인 <해인>이란 도장을 달라고 하십시오. 이 도장은 나라의 옥새(玉璽) 같은 것으로, 세 번을 똑똑 치고 원하는 물건을 말하면 뭐든지 다 나오는 신기한 물건입니다. 이것만 있으면 여생을 편히 사실 것입니다.”

말을 마친 개는 허공을 세 번 뛰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지요. 노인은 꿈만 같았습니다. 이런 일이 있는 뒤 얼마가 지나 보름달이 중천에 뜬 날 밤이었습니다. 별안간 사립문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12사자가 마당으로 들이닥칩니다. “용왕께서 노인을 모셔 오랍니다. 시간이 바쁘오니 어서 가시지요.” 노인은 주저하지 않고 따라나서 문밖에 세워 놓은 옥가마를 탔습니다. 사자들은 바람처럼 달려 얼마 안 있어 가마는 찬란한 용궁에 도착합니다.

“아이고 수양아버님. 어서 오세요. 제가 바로 아버님께서 길러주신 ‘복실이’옵니다.” 하면서 예쁜 공주가 버선발로 뛰어나오며 노인을 반깁니다. 이윽고 아름다운 풍악이 울리자 용왕이 옥좌에서 내려옵니다. “먼 길에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딸년을 3년이나 데리고 계셨다니 그 고마움 어찌 말로 다하겠습니까.”

이렇게 용궁에서 지내기 한 달, 노인은 갑자기 부인 생각이 나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 먼 길 다시 오기도 어려운데 오신 김에 조금만 더 쉬다 가시지요.” “말씀은 감사하나 아내의 소식이 궁금하여 내일 떠나겠습니다.” “정 그렇다면 할 수 없군요. 떠나시기 전에 용궁의 보물을 구경하시다가 무엇이든 맘에 드는 것이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노인은 불현듯 해인을 가져가라던 공주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보물 창고에는 물건이 가득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구경이 다 끝나갈 무렵 노인은 옥좌 옆에 놓인 까만 쇠 조가비처럼 생긴 해인을 가리킵니다. “용왕님! 미천한 사람에게 눈부신 보배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사오니 저것이나 기념으로 가져가겠습니다.”

노인의 이 말에 용왕은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습니다. 그러나 용왕은 어쩔 도리가 없었지요. “허참! 그것은 이 용궁의 옥새로 정녕 소중한 것이외다. 허나 무엇이든 드린다고 약속했으니 가져가십시오. 잘 보관했다가 후일 지상에 절을 세우면 많은 중생을 건질 것 이옵니다.”

노인은 이별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가야산에 도착합니다. 노인은 아내에게 용궁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고 해인을 세 번 두들겼습니다. “내가 먹던 용궁 음식 나오너라.” 주문과 함께 산해진미의상이 방안에 나타났습니다. 뭐든지 안 되는 것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편히 오래오래 살던 내외는 죽을 나이가 되어 절을 지었습니다. 그 절에 이 ‘해인’을 안치하고 그 이름을 ‘해인사’라고 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도 깊은 수행으로 이 ‘해인삼매’의 경지에 이르면 세상만사 뜻대로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어서 ‘해인의 비밀’을 풀고 맑고 밝고 훈훈한 낙원세상을 만들면 어떨 까요!

단기 4352년, 불기 2563년, 서기 2019년, 원기 104년 3월 13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김덕권  duksan403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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