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자 장편소설《도시의 연인》 3회

“자, 3시 반에 임시 직원회의를 열겠습니다. 새로 부임하신 교장 선생님의 인사소개가 있겠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잠시 교무실에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교감이 마이크를 대고 각 실에 흩어진 선생님들에게 광고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시 한 번 교내 계신 선생님께 안내 말씀드립니다. 지금 곧 임시 직원회의를 열 예정이오니 속히 교무실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어 흩어졌던 교사들이 하나 둘 교무실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임초애는 이 날 한기수라는 성함을 가진 교장의 부임인사를 받았다. 모두들 인상이 좋다고 하였다.

그의 인상은 전형적인 교장의 스타일이었고 인품이 있는 몸가짐과 표정이 특히 임초애의 마음을 끌었다. 다른 교사들도 존경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전에 계셨던 교장들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권위적이고 존경할 만한 뚜렷한 교육관을 느끼지 못하여서인지 모른다.

<나쁜 교장>으로 인식한 그들은 첫째 모두 돈을 좋아한다, 자신에게 아부하는 교사들에게 부장을 시켜준다, 아무리 성실하게 학생들을 지도하고 봉사하여도 교장에게 인정받기는 힘이 들었다, 교장의 인정을 받으려면 자주 술자리를 만들어 아부도 하고 간사한 혀로 알랑방구를 떠는데 열심히 해야만 교무부장이 되고 연구부장이 된다……

불평 섞인 소리를 수없이 들어왔었다. 이 곳 명성중학교의 교사들은 제발 저 교장만은 클린 맨이 되어주기를 은연중에 기대하고 있었다.

세태에 휩쓸려가는 관행적 비리를 타파하고 뭔가 이름 없이 성실히 살아가는 자신들을 알아봐주는, 그런 교장이길 간절히 기대하고 있었다. 퇴직한 악명 높은 교장 때문인가? 그의 별명이 <네로황제>였다.

냉정하고 엉뚱하고 차갑고 신경질적인 독재자라고 교사들은 평가하였다.

그가 내뱉는 말 한마디로 교사들은 상처를 받았다. 그들은 그러한 구시대적인 교장들은 속히 물러나길 다행이라고 여기고 뭔가 신선한 바람를 일으킬 새로운 교장에 대한 갈망으로 목이 말라 있었다.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모든 국민들이 갈망하고 있듯이 이곳 명성중학교 교사들도 이런 목마름 속에서 한기수를 교장으로 맞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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