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심신을 시달리게 하는 괴로움은 왜 생기는 것일까요? 이 괴로움을 불가(佛家)에서는 번뇌(煩惱)라고 합니다. 마음을 맑게 하여 열반(涅槃)에 이르게 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곧 번뇌이지요.

번뇌라는 말은 ‘고통을 주다, 괴롭히다, 아프게 하다, 고통을 야기하다, 괴로워하다’ 등을 의미하는 범어(梵語)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괴로움이 많기도 합니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짊어지고 가야하는 고통이 있습니다. 이 많은 고통을 압축하면 사고(四苦)이고, 세분화하면 팔고(8苦)이며, 더욱 세분화 하면 108번뇌라고 하네요.

첫째, 4고(四苦)입니다.

생고(生苦), 노고(老苦), 병고(病苦), 사고(死苦),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 고(苦)입니다.

둘째, 팔고(8苦)입니다.

생로병사의 4고에다가 ▷애별리고(愛別離苦) :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야만 하는 고통. ▷원증회고(怨憎會苦) : 원망과 증오가 모여 생기는 고통. ▷구부득고(求不得苦) : 얻고자 하는 것을 얻지 못해 생기는 고통. ▷오음성고(五陰盛苦) : 오온(五蘊)으로 생기는 고통을 말합니다. 여기서 오음 또는 오온이란, 색(色)-보이는 것, 수(受)-받아들이는 것, 상(想)-상상하는 것, 행(行)-행동하는 것, 식(識)-인식하는 것이지요.

그럼 백팔번뇌는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요?

①육식(六識 : 眼,耳,鼻,舌,身,意) ☓ 삼독(三毒 : 貪瞋癡) = 18번뇌. ②육식 ☓ 삼수(三受 : 樂受,苦受,捨受) = 18번뇌. ③<①의 18번뇌 + ②의18번뇌> ☓ 삼생(三生 : 前生,今生,來生) = 108번뇌가 생기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이렇게 많은 번뇌를 모두 안다고 하여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요. 알면 알수록 그렇지 않아도 괴로움이 많은데 번뇌를 더할 뿐이 아닐까요? 번뇌의 반대는 보리(菩提)입니다. 보리라는 말은 우리말로 번역하면 지혜라는 말입니다. 지혜라는 말만 가지고는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번뇌라고 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찌꺼기와 같은 것이고, 보리라는 것은 금은보화와 같이 꼭 있어야 할 내용들을 말합니다. 그런데 번뇌의 속성은 죄를 짓고, 보리의 속성은 복을 지어갑니다. 번뇌가 번뇌로 그쳐버린다면 혹시 관망만하고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번뇌라고 하는 것은 강력한 행동을 유발하고, 행동을 유발하게 되면 그것이 무서운 죄업(罪業)이 되기 때문에 번뇌를 관망만 해서는 안 되고 대치(代置)까지 해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번뇌를 대치하는데 있어서 번뇌를 알아차린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결코 알아차림만 가지고는 번뇌를 대치까지 할 수 는 없습니다.

우리의 양심에서 옳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서도 그것을 행하면 즉, 자기의 욕심, 자기의 이해, 자기의 명상에 사로 잡혀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실체가 없는 그 자리가 제대로 보여서, 그 자리에 드나드는 것을 자유자재 할 수 있는 실력이 되면, 번뇌를 벗어나는 데 그 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상당히 지혜가 열려서 우리의 성품(性品)을 요달(了達)하는 경지에 간 사람, 성품 속의 업(業)의 응어리가 어느 정도 청산된 사람에게는 쉽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미치지 못한 사람은 그렇게 쉽게 되지 않는 것이지요. 이것은 돈오돈수(頓悟頓修)의 경지, 즉 몰록 깨닫고 몰록 닦을 수 있는 그런 근기(根機)에나 가능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 것입니다.

하지만 잘 안된다고 이 치솟아 오르는 번뇌를 방치할 것입니까? 그냥 둘 수는 없습니다. 번뇌가 안 일어날 때는 안 일어난 상태를 지켜 가는 것에 공(功)을 들이고, 일어나면 일어난 것에 대치를 해야 합니다. 일어나는 것에 대치를 하지 않고 있으면 그 번뇌는 더욱 기승을 부려서 우리를 죄고의 함정으로 몰고 가게 마련이지요.

그러기 때문에 번뇌를 억지로 몰아낸다는 것이 마치 방의 어둠을 억지로 몰아내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둠은 아무리 몰아내려고 해도 엄습해 들어옵니다. 마찬가지로 번뇌도 억지로 몰아내려고 하면 번뇌가 더욱 치성해 집니다.

그때에는 전등을 켜면 어둠이 금방 사라집니다. 이것이 아주 요령 있는 대치법입니다. 그 전등이 바로 일심(一心)입니다. 그 일심을 만드는 수행이 바로 기도와 좌선, 염불과 독경, 무시선무처선(無時禪無處禪) 등입니다. 우리 모두 다 번뇌가 무엇인가를 알고, 없애는 수행을 통해, 불보살의 대열에 올라 해탈과 열반의 경지에 들면 어떨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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