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판사가 대법원장 면담을 하면서 대화를 몰래 녹음했다는 건가? 그럴 수가 있는 건가?"

우상호 "대법원장과의 대화 녹음하다니..임성근, 역시 탄핵이 맞아"

"사법농단 판사가 사표 내는 건 탄핵을 피하려는 꼼수..김명수, 꼼수 방조 비난만 우려"

[정현숙 기자]= 사상 첫 법관 탄핵 대상에 오른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녹취록 파문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또다시 본말이 전도되어 언론과 야당은 김명수 대법원장을 탄핵을 거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을 포함한 범여권 161명의 국회의원은 4일 국회에서 임 판사를 명백한 헌법위반자로 규정하고 헌정사상 첫 탄핵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런데 임 판사가 자신의 사표를 반려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면담 내용을 몰래 녹취해 공개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자신이 속한 법원이 반헌법행위자로 공인한 임성근 판사는 이대로 사표 수리되면 전관변호사로 활약하고 다시 공직에도 취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1일 임 판사의 탄핵소추를 발의한 의원들은 "지금이 마지막 기회로 이 기회를 놓친다면 사법농단의 역사적 과오를 바로 잡을 기회를 영원히 잃게 돌지 모른다"라고 탄핵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탄핵의결이 임박하자 임성근 판사는 작년 5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국회 탄핵을 언급하며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당시 김 대법원장과의 대화를 몰래 녹음해 둔 것을 임 판사 변호인이 4일 전격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공개한 녹취 내용에 따르면 김명수 대법원장은 임 판사가 1심에서 무죄 받은 것을 거론하며 도리어 사표 수리를 긍정적으로 봤다. 하지만 탄핵대상으로 거론된 임 판사의 사표를 받아주면 자신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올까 우려하고 있었다. 사법개혁에 대한 김 대법원장의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 그저 자신의 안위와 체면유지에만 급급한 처신의 발언으로 비쳤다.

다음은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담긴 26~38초짜리 녹취 파일 3개에서 나온 김명수 대법원장의 발언이다. 언론은 이 발언을 입맛에 맞게 옮겨 기사를 내는 실정이다.

이제 사표 수리 제출 그러한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뭐 그걸 생각해야 하잖아. 그 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되고 지난 번에도 얘기했지만 나는 임부장이 사표내는 것은 난 좋아. 내가 그것에 관해서는 많이 고민도 해야 하고 여러 가지 상황도 지켜봐야 되는데..

지금 상황을 잘 살펴 보고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 게다가 임부장 경우는 임기도 사실 얼마 안 남았고 1심에서도 무죄를 받았잖아

탄핵이라는 제도있지 나도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탄핵이 되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데 일단은 정치적인 그런 것은 또 상황은 다른 문제니까.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 수리해 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아

이와 관련해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대화 녹취록 전문을 공개한 임성근 판사에 대해 탄핵받아 마땅함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오늘 보도된 임성근 부장판사와 김명수 대법원장의 면담 관련 내용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라며 "자신의 거취를 의논하러 간 자리에서 대법원장과의 대화를 녹음하여 공개하는 수준의 부장판사라면, 역시 탄핵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송요훈  MBC 기자도 SNS로 이번 임성근 판사 측의 녹취록 공개를 두고 "국회에서 탄핵 의결이 임박하자 별 짓을 다 한다."라고 했다. 그는 "놀랍고 역겹다. 부장판사가 대법원장 면담을 하면서 대화를 몰래 녹음했다는 건가? 그럴 수가 있는 건가? 그래도 되는 건가?"라고 거듭 묻고는 이렇게 말했다.

송 기자는 "임성근 판사가 대한민국 판사들을 대표하지도 평균도 아니겠으나, 대한민국 판사들의 수준이 이런가? 말문이 막혀 말이 나오질 않는다"라며 "녹취록을 보니 김명수 대법원장도 법관 탄핵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임성근 판사는 탄핵을 당해야 하니 사표 수리를 못하겠다는 말은 아니라는 거다"라고 했다.

이어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가 사표를 내는 건 탄핵을 피하려는 꼼수이고, 대법원장이 그 사표를 수리하면 그러한 꼼수를 방조하는 거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라는 의미로 읽힌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나아가 김명수 대법원장의 말은 임성근 판사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국회의 탄핵 소추가 실제로 이뤄질 것 같지도 않으니 그냥 조용히 있다가 임기 끝나면 나가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미로 읽힌다. 둘 다 답답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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