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자 전두환'은 사과 안 했는데, '피해자'에게 용서·화해 요청한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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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자 전두환'은 사과 안 했는데, '피해자'에게 용서·화해 요청한 안철수
  • 고승은 기자
  • 승인 2021.11.2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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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사망 직후 '역사적 과오' '굴곡진 삶' 등 적절치 않은 표현까지 논란

[ 고승은 기자 ]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8일 5.18 국립민주묘지를 찾아 전두환씨에 대한 용서 그리고 화해를 부탁했다. 그러나 '학살자' 전두환씨는 지금껏 사죄는커녕 망언만 하다 떠났으며, 그의 가족과 측근 누구도 광주 유혈학살이나 정권의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가해자가 사과하지 않았음에도 피해자에게 용서를 요청한 셈이다.

안철수 후보는 이날 오전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죄는 용서하지 않지만 사람은 용서한다. 우리는 남을 용서할 의무가 있고, 또 사랑은 못하더라도 용서는 할 수 있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글을 인용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앞으로도 전두환이라는 이름 석자에 분노만 하며 살 수 없다”면서 “용서와 화해, 국민 통합과 역사 발전, 그 중심에 광주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가해자가 사과하지 않았음에도 피해자에게 용서를 요청한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앞으로도 전두환이라는 이름 석자에 분노만 하며 살 수 없다”면서 “용서와 화해, 국민 통합과 역사 발전, 그 중심에 광주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가해자가 사과하지 않았음에도 피해자에게 용서를 요청한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후보는 “앞으로도 전두환이라는 이름 석자에 분노만 하며 살 수 없다”면서 “용서와 화해, 국민 통합과 역사 발전, 그 중심에 광주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과도 반성도 없이 떠난 사람을 용서하기에는 더 많은 시간과 세월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광주는, 대한민국은 대립과 갈등, 상처를 넘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안철수 후보는 “5.18은 광주를 넘어 대한민국 모두의 5.18이 돼야 한다. 5.18을 폄훼하는 것도, 5.18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모두 끝내야 한다”며 “5.18 정신을 독점하려는 정치 행태도 용인해선 안 된다. 망언하는 사람도, 이용하려는 사람도 모두 5.18 정신을 가로막는 공공의 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는 5.18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5.18 광주민주화항쟁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황당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세력들은 분명 '공공의 적'이라 규정할 만하지만, 그에 대치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가 늘상 써오는 '양비론'을 여기에까지 적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안철수 후보의 발언을 두고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그가 광주시민들이 전두환씨나 전두환씨 추종자를 용서해야 한다고 독려하는 것이라면, 그의 말은 틀렸다"고 지적했다.

오기형 의원은 "진정한 사회통합을 향해 가려면, 가해자들도 진실에 기반한 사죄와 반성을 하여야 한다"며 "그러나 전두환씨는, 그로부터 20년이 지나도록 5.18에 대해 전혀 사과하지 않고 오히려 진실을 밝히지 않고 또한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고 추징금 납부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학살자' 전두환씨는 지금껏 사죄는커녕 망언만 하다 떠났으며, 그의 가족과 측근 누구도 광주 유혈학살이나 정권의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95년 검찰의 소환 방침에 자신의 집 앞에서 '골목 성명'을 발표하며 반발하던 전두환씨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학살자' 전두환씨는 지금껏 사죄는커녕 망언만 하다 떠났으며, 그의 가족과 측근 누구도 광주 유혈학살이나 정권의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95년 검찰의 소환 방침에 자신의 집 앞에서 '골목 성명'을 발표하며 반발하던 전두환씨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기형 의원은 "안철수 후보는 오늘 도대체 어떠한 취지의 용서를 이야기한 것인가"라며 해명을 촉구했다. 그는 "혹시, 5.18을 부정하거나 왜곡하거나 또는 쿠테타가 정당했다고 강변하는 사람들이나 주장에 대해 용서하거나 동의하라고 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따져물었다.

안철수 후보는 전두환씨 사망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도 논란이 됐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 유족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적었다. 그는 이미 예우가 박탈된 전두환씨에게 '전 대통령' 호칭을 쓴 데 이어 '고인의 역사적 과오' '굴곡진 삶'이라고 표현하는 등 논란을 키웠다.

'과오'의 뜻은 부주의나 태만 등에 의한 잘못 등을 뜻하며 즉 '실수'와 비슷한 표현이다. 그러나 전두환씨 일당이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찬탈하고 광주에서 수많은 시민들을 학살한 것은 부주의로 생긴 실수가 아닌 그저 '고의'에 지나지 않다는 점에서 매우 적절치 않은 표현이다. 

또 '굴곡진 삶'은 사회적 대의 혹은 성취를 위해 역경·고난으로 가득찬 삶을 지칭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두환씨의 삶은 이와는 정반대로 "29만원밖에 없다"고 우기면서도 거의 평생을 호의호식하고 천수까지 누렸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두환씨와 전혀 맞지 않는 표현을 안철수 후보는 쓰기까지 했다. 

전두환씨는 끝내 어떠한 사죄도 하지 않고 세상을 떠났으며, 추징금 납부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지난 24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김점례 씨가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숨진 아들의 묘소를 찾아 눈물 흘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두환씨는 끝내 어떠한 사죄도 하지 않고 세상을 떠났으며, 추징금 납부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지난 24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숨진 아들의 묘소를 찾아 눈물 흘리는 김점례씨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후보는 처가가 전남 여수라는 점을 들어 자신을 '호남의 사위'라고 홍보했다. 이는 지난 2016년 옛 국민의당 때도 그러했고, 이듬해 있던 대선 때도 그러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호남 중진 정치인들과 손잡았던 안철수 후보는 2016년 총선에서 호남의 덕을 크게 봤다. 당시 옛 국민의당은 광주 8석을 모두 석권했고 호남 의석 28석 중 23석을 휩쓰는 등 '제 3당'으로서의 위치를 차지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듬해 대선에선 호남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득표를 하는데 그치며 외면당했다.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이나 국정농단에 대한 적폐청산 문제 등에 있어 늘 모호한 발언으로 일관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됐다.

안철수 후보는 대선 패배 이후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밀어붙이면서, 결국 당은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둘로 쪼개졌다. 그 합당 과정에서부터 사실상 호남과는 결별하고 만 것이다. 그는 특히 수개월 전까지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했을 정도로 호남과는 완전히 멀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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