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토론회 총평

대통령 선거를 34일 앞두고 여야 주요 후보 4인이 처음으로 모두 참여한 방송3사 TV토론이 끝났다. 현재 극심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대선판을 뒤흔들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는 이번 토론은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가 진행을 맡았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노련한 방어전을 치렀으며 대선 후보토론에 처음으로 데뷔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준비부족을 드러내 상당한 실점을 했다.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후보토론회가 열린 3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정의당 심상정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 국민의힘 윤석열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왼쪽부터)가 토론회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2.3 [국회사진기자단]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후보토론회가 열린 3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정의당 심상정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 국민의힘 윤석열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왼쪽부터)가 토론회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2.3 [국회사진기자단]

반면 지난 2017년 대선후보 토론회의 실점으로 득표에 막대한 손실을 입은 안철수 후보는 상당한 준비가 되었음을 보여줬고, 심상정 후보 또한 연이은 출마로 내공을 보여줬다.

특히 그동안 이재명 후보와 맞짱토론을 주장하며 4자토론을 회피해왔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이 후보와의 맞짱토론을 위해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대장동 의혹 등 자신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여유를 보이며 이재명 후보에 맹공을 퍼부었으나 별 소득도 얻지 못한 채 그밖의 상식이나 정책 문제에 대해서는 질문에도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면서 상당한 실점을 했다.

이날 토론회의 첫 주제인 부동산 관련 토론에서 윤 후보는 청년들의 주택구입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했으나 심상정 후보로부터 공공주택이라도 서울 25평형 분양가를 6억 원으로 할 때 80%의 융자 지원을 한다면 대출금이 4억8천이 되므로 이를 갚기 위해서는 무려 40년간 월 250만 원을 부어나가야 한다고 지적하자 “서울이 아니라 수도권”이라고 물러선 뒤 수도권도 200만 원대라는 지적에는 답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토론에서 나왔다. 안 후보가 윤 후보에게 “공약을 살펴보니 20·30세대 청년을 위해서 군 복무자에게 청약 가점을 5점 부여한다고 한 것으로 안다. 혹시 청약 점수 만점이 몇 점인지 아느냐”고 묻자 “40점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에 안 후보는 “84점”이라고 말하면서 “지난해 서울지역 청약 커트라인이 어느 정도인지 아느냐”고 물었고, 윤 후보는 “거의 만점이 돼야 한다”고 대답했지만 이 역시 오답이 됐다. 안 후보는 “62.6점”이라며 윤 후보의 공약을 겨냥하면서 “공직자에게 청약 점수 5점을 더 주더라도 청약에 안 될 사람이 당첨되는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윤 후보를 향한 상대 후보들의 ‘상식’ 질문은 계속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윤 후보에 “RE100에 어떻게 대응할 거냐”고 물었고, 이에 윤 후보는 “네? 다시 한번 말씀해주실래요. RE100이 뭐죠”라고 되묻기도 했다. 또 유럽연합(EU)의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 녹색분류체계)와 관련한 질문에도 답을 하지 못했다.

이 후보가 “EU 택소노미가 중요한 의제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고 묻자 윤 후보는 “EU 뭐라는 거, 저는 들어본 적 없으니 가르쳐주시고요”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증권거래세 폐지, 주식양도세 폐지, 종부세 폐지 공약을 겨냥해 “재원이 줄어드는데 윤석열식 복지를 늘리겠다고 하면, 어떻게 늘리나”고 물었고 윤 후보는 “제가 우리나라 증권 시장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양도세를 폐지하고 증권 거래세를 현행으로 돌리겠다고 했다”며 자신의 공약을 뒤집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에 이 후보가 “(공약을) 뒤집은 것이냐”고 묻자 윤 후보는 “뭐 뒤집은 거죠”라며 “그러나 양도세를 포함한 현재 금융 과세가 부적절하다고 본 것”이라고 답했다.

이 외에도 윤 후보는 거의 모든 의제에서 목소리는 컷으나 제대로 된 답변도 질문도 하지 못했다. 이는 어떻게든 대장동을 이슈화하고 싶어서 다른 준비를 소홀히 했다는 반증이다.

또 대장동과 관련 화천대유 자본금이 3억5천이라는 것만 강조한 나머지 자본금 외 투자금은 설명하지 못했고, 오히려 국민의힘이 시의회를 통해 공영개발 다 막고, 도리어 그들이 이득을 취했다고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되치기를 당하자 시의회를 무시하는 듯 ‘시장권한’만 주장했다.

윤석열 후보의 북한 선제타격론과 사드 재배치, 한반도 비핵화와 핵억지력 등에 대해서도 윤 후보는 횡설수설을 자처했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원전건설 등도 전혀 준비가 없었다.

특히 사드 추가 배치 공약과 관련,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요격 장소는 꼭 수도권이 아니어도 강원도든 충청도든. 아니면 경상도지만 조금 더 당겨오든. 제가 볼 때는 위치는 군사적으로 정해야 할 문제”라고 얼버무렸다

또 “원전을 어디에다가 지을 생각인가?”라는 질의에 “원전을 어디에 짓느냐 하는 문제, 입지 문제는 지금 여기서 제가 어디에 짓겠다 할 수 없다”며 “지금도 핵 폐기물은 향후에 파이로프로세싱이라든가 이런 걸 통해서 폐기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아마, 신재생에너지를 고도화 시키는 것 못지 않게 빨리 되지 않겠나 싶다”고 답하는 것으로 ‘앞으로 기술개발이 될 거니까’ 식의 엉뚱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에 토론회 종료 후 트위터와 페이스북 그리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는 버스비 70원 발언을 한 정몽준 전 의원을 소환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윤 후보가 승리한 토론회라는 평을 쏟아내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