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김행 국힘 최고위원 "전당대회 룰, 직전에 여러 번 바뀌어"
작년 전대서도 '역선택 방지' 도입으로 내홍…전대 2주 앞두고 룰 변경한 적도

국민의힘이 내년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선출 규정을 개정하기로 하면서 이를 둘러싸고 당내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차기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할 때 당원 선거인단 투표를 100% 적용하는 내용 등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그동안엔 당원투표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로 당 대표를 선출해왔는데 여론조사를 일절 반영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룰 개정의 정당성을 두고 이른바 비윤(비윤석열)계와 친윤(친윤석열)계가 충돌하고 있다. 대표적 비윤계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이 당 대표 적합도를 묻는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로 나오는 가운데 이번 룰 개정이 유 전 의원의 당 대표 당선을 막기 위한 조치 아니냐는 것이다.

유 전 의원은 당헌·당규 개정안이 의결되던 날 KBS TV의 '사사건건'에 출연해 "축구 하다가 골대 옮기면 안 된다고 했는데 결국 오늘 골대를 옮겼다"며 이는 "민심을 싫어하는 마인드", "해당(害黨)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면 김행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전당대회 룰은 그 직전에 여러 번 바뀌었다"며 "예를 들자면 민주당도 원래 (당심과 민심 비율이) 9 대 1이었다가 이재명 대표를 뽑을 때 7.5 대 2.5로 바꿨다"고 말했다.

◇ 작년에도 논란 속 역선택 방지 도입…이준석 대표 '불리' 예상 뒤집고 당선

전당대회는 사전적 의미로는 정당이 개최하는 전국적인 대의원 대회를 말한다.

전당대회에서는 통상 당헌·당강령을 채택하거나 개정하고, 당 대표와 최고위원, 대통령 후보 등을 선출한다.

전신인 한나라당, 자유한국당 등을 포함해 국민의힘의 역사를 보면 과거에도 전당대회를 3∼4개월 앞두고 당시 상황과 요구에 따라 규정 개정 논의가 시작돼 실제로 전당대회 전에 룰이 바뀌곤 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내홍을 겪은 적도 많다.

당장 지난해 6월 열렸던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에서 '역(逆)선택 방지책' 도입을 두고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다.

역선택이란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선거나 여론조사에 참여해 일부러 당에 불리한 후보에 투표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의힘은 이를 막기 위해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진행할 때 국민의힘 지지자라거나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변한 사람들에 한정해 여론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가 역선택 방지 문항을 설문에 넣기로 결정한 것은 전당대회 개최가 한 달도 안 남은 그해 5월 18일 회의에서였다.

이런 룰 변경 조치는 당시 이준석 당 대표 후보처럼 당내 기반이 약한 후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의 대상이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으로 한정돼 사실상 당원 투표와 비슷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일각에선 "반쪽짜리 여론조사", "'일반' 여론조사가 아닌 '선별' 여론조사"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이준석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58.8%의 지지를 얻어 나경원 후보(37.1%)를 큰 차이로 따돌린 덕분에 선거인단 투표에서 나 후보에게 졌음에도 합산 결과 당 대표로 선출됐다.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대표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박근혜 후보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대표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박근혜 후보

◇ '일반인 여론조사 도입'도 전당대회 2주 전 결정

16년간 이어져 온 '당심 7, 민심 3'이라는 현행 당 대표 선출 방식도 우여곡절 끝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먼저 당원의 대표 직선제 형태는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의 5차 전당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6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나라당은 지도체제를 집단지도체제에서 당 대표 중심의 단일성 지도체제로 전환하면서 대표를 대의원과 당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뽑기로 했다.

이전엔 대의원들이 최고위원들을 선출하면 대표는 최고위원 간 호선으로 결정됐다.

직선제를 포함한 당헌 개정안이 최종 의결된 것은 전당대회 두 달 전인 2003년 4월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운영위에서였다.

일반인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는 이듬해인 2004년 3월 임시 전당대회 때 처음 도입됐다.

이때는 여론조사 결과와 대의원 투표 결과를 5 대 5의 비율로 반영해 당 대표를 선출하기로 했다.

이는 2003년 12월 트럭을 동원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실이 드러나면서 '차떼기당'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 한나라당이 신뢰 회복을 위해 도입한 쇄신책이었다.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측이 경부고속도로 만남의광장 지하 주차장에서 한 대기업으로부터 트럭으로 현금 100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곤경에 처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고(故)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역풍으로 민심이 한나라당에서 급속하게 이탈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여론조사와 대의원 직접 투표를 결합한 '국민참여경선' 방식이 급부상했다. 당 대표 선출에 여론조사를 반영하는 안은 전당대회가 열리기 2주 전에 최종적으로 결정됐다.

박근혜 당시 후보가 이런 새 선출 방식으로 당 대표로 뽑혔다.

박근혜 대표는 이후 여의도공원 인근 부지에 '천막 당사'를 세우고, 그해 4월 열렸던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참패를 막아 '선거의 여왕'으로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표가 다시 대표로 선출된 2004년 7월 전당대회에선 인터넷 투표가 실시되기도 했다. 당심과 민심을 50%씩 반영하되 민심 50%를 사전 여론조사(30%)와 인터넷 투표(20%) 결과를 합산해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당심과 민심의 비율이 지금과 같은 7 대 3으로 결정된 것은 2006년 7월 전당대회 때이다.

대의원의 현장 투표와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를 7대 3의 비율로 합산한 결과 최다 득표를 한 후보를 대표로 선출하기로 룰을 개정했다.

이후로 당심과 민심의 비율 7 대 3이 계속 이어져 오다가 이번에 민심 반영이 사라지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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