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지난 2월4일, 광주시 금호타이어 정문앞 금속노조원 1000여명이 집회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프리존

[뉴스프리존=김원기기자]금호타이어 노사가 채권단에서 제시한 경영정상화 계획(자구안)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다. 광주 지역 대표기업 중 하나인 금호타이어가 '운명의 일주일'을 보내고있다.

노사 합의 불발로 매각작업이 좌초되면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제네럴모터스(GM)의 한국사업장 구조조정에 이어 대량실업 등 지역경제에 또 다른 악재가 터지는 셈이다. 채권단이 제시한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 약정서 체결 시한(26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때문이다. 이 자구안에 노사가 합의를 이뤄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재매각 추진 혹은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프리패키지플랜·사전회생계획제도)이 결정된다. 최악의 경우 부도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26일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이사회를 27일로 연기했다. 채권단도 “하루 정도는 기다리겠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를 벌었지만 결과가 어떨지는 미지수다. 금호타이어 등에 따르면 채권단은 지난 1월 경영 정상화를 위해 외부자본 유치가 필요한 만큼 사측에 1조3천억원의 차입금 만기 1년 연장과 이자율 인하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조건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노사가 자구안 마련에 합의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사측은 노조에 경영개선 절차 기간 중 임금 동결과 임금 체계 개선 및 조정, 복리 후생 항목 조정 등을 골자로 한 자구안을 제시했다. 최근 미지급된 2개월치 임금 가운데 한달 분인 180억원을 우선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경영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자구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노조가 여전히 해당 자구안 수용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노조는 이미 지난해 12월 말에 이어 지난달 말에도 파업에 돌입하고 상경투쟁을 벌이는 등 자구안 마련에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다. 사측과 벌이고 있는 '2016년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교섭'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에 이날까지 ‘충분하고도 합당한 수준의 자구노력과 이행’을 약속하는 이행약정서(MOU)를 체결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1조30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1년 연장해 주고 이자율 인하 등 유동성 대책을 마련해 준 데 대한 전제조건이다. 이에 노사는 작년 12월부터 △경쟁력 향상 방안 △경영개선 절차 기간 임금동결 △임금체계 개선 및 조정 △임금 피크제 시행 △복리후생 항목 조정 등을 담은 자구안을 놓고 협상해 왔다.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던 협의는 중국 더블스타로 매각 재추진설이 흘러나오면서 파행을 겪고 있다. 노조 측은 “해외매각은 결사반대”라며 “이에 대한 사실관계부터 확인해 달라”고 맞서고 있다.

만약 노사가 자구안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차입금 만기 연장의 효력은 사라지고,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금호타이어 노조가 회사의 심각한 위기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 버틸 경우, 매각 논의가 무산되고 노사 모두가 공멸할 수 있다 .약정서 체결 시한까지 일주일밖에 남지않은 만큼 최대한 빨리 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긍정적인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역 여론이 들끓는 이유는 최악의 상황만은 피해야한다는 절박감에서다.이대로 약정서 체결에 실패하면 채권 만기 연장은 효력이 상실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채권단이 추가로 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으면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날 상황”이라며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프리패키지드플랜)’ 적용 등 후속절차를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7일 이사회 결과에 따라 추후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권단은 법정관리 수순으로 갈 경우 막대한 부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게다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서는 한국GM사태까지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상상하기조차 싫지만, 만일 회사가 문을 닫는 상황에 이르면 금호타이어 종사자와 협력업체 직원·가족 등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게 명약관화하다. 그러지 않아도 어려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장 또한 만만찮을 것이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최악의 상황을 불러오는 '자해'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사는 '상생'을 이뤄내야 한다. 적어도 둥지를 깨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결코 안된다. 시간이 별로 없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합의안을 도출하길 바란다. 금호타이어 국내 사업장은 광주와 전남 곡성, 경기도 평택 등 공장 3곳에서 5040명(2017년 기준)을 고용하고 있다. 190여개 협력업체를 포함한 간접고용은 1만3000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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