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석 기자]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으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주범들이 10일 1심에서 유죄로 판단되면서 김건희 여사에도 시선이 쏠린다.

야권에서 김 여사가 이 사건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정황이 있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021년12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

또한, 여론조사도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한 특검 도입에 국민 10명 중 7명 꼴로 찬성했다는 결과가 8일 나왔다. 성별, 지역, 직업을 가리지 않고 특검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이날 SBS에 따르면 '진상 규명을 위해 추진해야 한다' 66.4%, '정치적 공세이기 때문에 추진해서는 안 된다' 24.9%였다.

1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에서 법원은 “위법한 시세조종이 있었다”라며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3억원으로 유죄 선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시세차익을 얻지 못한 실패한 주가조작으로 판단해 실형을 면하게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이번 판결로 2010년 10월 21일 이후부터의 범죄가 포괄일죄(하나의 범죄)로 묶이면서 김건희씨 공소시효는 유효하다. 이날 대통령실은 마치 김 여사가 면죄부라도 받은 양 야당에 대한 공세를 펼쳐 나갔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배우자가 전주로서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더불어민주당 주장이 깨졌다”라며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국민의힘도 “주가조작 거짓 프레임이 부서졌다”라고 가세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재판부는 이 사건을 '실패한 주가조작'으로 규정하면서, 큰 규모로 거래한 인물에 대해서도 주가조작을 알았는지 여부를 떠나 큰손 투자자일 뿐 공범이 아니라고 무죄를 선고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강욱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총장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수사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이라며 "누가 더 악의적으로 왜곡했는지 가슴에 손을 얹으시라. 결혼 전 일이라 모른다며 발뺌하더니 물타기로 모자라 대통령실을 동원하는...수사나 재판도 국힘 전당대회처럼 하라는 지령?"이라고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했다.

민주당 '김건희 주가조작 진상조사 TF'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드디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라는 거대한 사기극이 숨겨질 수 있었던 사건 전말에 대한 진실 일부가 드러나고 있다”라며 “공범들의 시세차익 추구의 측면에서 ‘실패한 시세조종’이라고 본 것에 대해선 전혀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검찰은 1심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김 여사를 무혐의하려는 준비를 해왔는지도 모르지만, 오늘 법원의 판단으로 혐의만 더 명확해졌다"라며 "10억까지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보도가 연이어 있고, 권 전 회장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2012년 11월 장외에서 헐값으로 매수하여 82%의 수익률을 올리기도 하였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또 “주가조작 선수가 ‘매도하라 하셈’이라는 문자를 보낸 지 7초 만에 김 여사 명의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 주가 3300원에 매도되었다”라며 “도이치모터스 공범들의 공소장에는 ‘도OO’으로 표기되는 김 여사의 이름이 200번 이상 등장하고, 공판 중 김 여사가 300회 이상 언급되었다"라고 했다.

아울러 김 여사 특검에 66.4% 찬성 의견이 나온 여론조사를 거론하며 “앞으로 국민들의 특검에 대한 요구는 점점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라며 “국민들이 김건희 특검 수용을 외치며 들불처럼 들고 일어날 때는 민심을 외면한 대가를 톡톡히 치를 것임을 경고한다”라고 압박했다.

민주당 중앙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양태정 변호사는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포괄일죄가 되면 결국 마지막 주가조작 행위를 기점으로 공소시효를 계산해야 한다"라면서 "대통령실에서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 그대로 아전인수와 침소봉대다. 김 여사가 (2차) 주가조작 세력과 연관됐다는 정황은 공판과정에서 계속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법원은 권 전 회장을 실패한 주가조작이라고 했지만, 김 여사는 이 기간 주식 매매 정황이 드러났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김씨는 원금 17억을 2회전 시켜 1년 사이 10.5억 차익을 내 수익률이 무려 61%에 달해 수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작전에서 17억 2천 3백만 원을 넣어 3억 7천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여기서 번 18억 4,600만 원을 다시 투자해 불과 석 달만에 6억 7,800만 원을 또 벌었다.

◇ 김 여사 계좌 위탁받은 1기 '주포'…법원서 공소기각 판단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 기간은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3년간이다. 검찰은 이를 범행에 가담한 인물과 목적, 방식에 따라 시기를 5단계로 나눈 뒤 전체 범죄를 포괄일죄로 구성해 기소했다.

재판부는 우선 검찰이 총 5단계로 구분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 가운데 1단계에 해당하는 2009년 12월∼2010년 9월의 범행과 2단계 초반인 2010년 9∼10월까지의 범행은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공소 기각했다.

주가 조작을 주도한 '주포'가 1단계 이모씨에서 2단계 김모씨로 변경됐고, 범행 방식이나 주가 거래량 등도 현격히 변화한 만큼 별개의 범죄로 봐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1단계 주포였던 이씨는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맡아 관리하며 주가조작에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여사 측은 이와 관련해 이씨를 전문가로 소개받아 주식 위탁 관리를 맡겼으나, 계속 손실만 봐서 1단계 기간인 2010년 5월 남아 있는 주식을 모두 별도 계좌로 옮긴 뒤 절연했다고 해명했다.

재판부가 이씨 범행에 공소기각 판단을 내린 만큼, 김 여사가 1단계 기간 이씨에게 계좌를 빌려준 행위에 대한 수사는 실질적 필요성이 상실된 셈이다.

다만 재판부는 '주포'가 이씨에서 김씨로 바뀐 2단계 2010년 10월 이후의 범죄는 포괄일죄 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고 이 기간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권 회장 등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김 여사는 2단계에 해당하는 2010년 10월∼2011년 1월에도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십억원 규모의 매수·매도 거래를 통해 수억원 가량의 이익을 거둔 사실도 파악됐다.

김 여사 측은 이와 관련해 1단계 주포 이씨에게 돌려받은 주식을 정리하기 위한 개인적 거래였으며, 주가 조작 세력에게 계좌를 빌려준 것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법정 나서는 권오수 =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2023.2.10 [공동취재]
법정 나서는 권오수 =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2023.2.10 [공동취재]

◇ '김건희' 파일에 "계좌 위탁" 진술…2단계 기간 관여 정황

권 전 회장 등의 재판 과정에서는 김 여사가 2단계 세력들과도 연락을 주고받거나 계좌 운영을 위탁한 정황과 진술이 여럿 등장했다.

검찰은 지난해 4월 법정에서 '김건희'라는 이름의 엑셀 파일을 공개했다. 주가조작 2단계 선수 중 한 명이 운영하는 투자자문사 컴퓨터에서 발견된 것으로, 작성 일자는 2011년 1월13일이었다.

이 파일에는 당시 김 여사의 계좌 인출내역을 비롯한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 관련 내용이 정리돼있었다. 이 때문에 주가조작 세력이 김 여사의 계좌 운영에 관여하며 이를 범행에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단계 주포 김씨가 김 여사의 계좌를 위탁받아 거래에 사용했다는 직접적인 진술도 나왔다. 김씨는 앞서 재판에서 2011년 1월 김 여사 명의의 계좌에서 이뤄진 블록딜(장외 대량 주식 매매)의 경위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권오수 전 회장의 부탁을 받고 내가 거래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당시 거래 사실을 몰랐던 김 여사가 뒤늦게 '왜 이렇게 싸게 팔았느냐'며 따졌다는 증언도 있었다.

김 여사가 직접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하면서 주가조작 세력과 연락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재판에서 공개됐다.

주포 김씨는 2010년 11월 1일 주가조작 가담자 중 한 명인 민모씨에게 '12시에 3천300에 8만개 때려달라 해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씨는 '매도하라 해'라고 다시 메시지를 보냈고, 7초 뒤 김 여사 명의의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주를 3천300원에 매도하는 주문이 나왔다.

민씨는 법정에서 김씨의 매도 지시가 권 전 회장을 통해 김 여사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했다.

서울중앙지점

◇ 주범 권 전 회장 집행유예형에 수사 동력 다소 상실

김 여사가 유죄를 받은 주가조작 2단계 가담자들과도 연관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의혹이 완전히 해소됐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전주' 대부분 출석 조사를 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매매 금액이 컸던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직접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주가 조작의 '몸통'으로 기소된 권 전 회장에게 집행유예라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이 선고됐다는 점에서 '전주' 중 하나로 의심받는 김 여사를 상대로 한 수사는 동력을 다소 잃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주' 중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무죄가 선고된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재판부는 A씨가 작전에 편승해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로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른 주가조작 세력과 의사 연락 하에 매매한 공범임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주가조작 사실 인지'를 넘어 '주가조작 세력과의 연락·소통'까지 규명돼야만 공범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어서 김 여사를 비롯한 전주들의 처벌은 한층 더 까다로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스타파 갈무리

이에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불공정한 검찰의 잣대는 특검으로 바로잡을 수밖에 없다"라며 "검찰이 국민 앞에 공정하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면 야당 대표를 수사하는 것과 똑같이 검사 60명을 동원해 김건희 여사를 수사해야 한다. 검찰이 계속 김 여사에 대해 수사하지 않는다면 진실 규명을 위해 특검에 나설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민형배 의원은 "도이치 주가조작이 유죄로 판명났다. 김건희 여사도 면죄부를 받진 못했다"라며 "법원은 주가조작을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진 하나의 범죄로 규정했다. 공소시효 만료를 노리던 윤정부와 검찰로선 당혹스럽겠다"라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그런 검찰이 재판결과 나왔다고 제대로 수사할까요? 절대 아니라 본다"라며 "이미 시민들도 그리 생각하신다. 특검추진 찬성 여론이 66.4%다. 시민 뜻대로 빠르게 특검해야 한다. 야당의원들의 김건희 특검요구 밤샘농성이 벌써 10일을 지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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