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5개월만에 성사된 특활비 공개 소송, "밝히지 못한다면 구린데 썼기 때문"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와 탐사전문매체 뉴스타파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검찰 특수활동비 등을 어떻게 썼는지 공개하라며 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검찰은 그동안 소송에서 '특수활동비 관련 정보가 없다'거나 '수사기밀'이라 항변하며 공개를 거부해왔는데, 3년 5개월만에 결국 패소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전체(2017년 5월 22일~2019년 7월 24일), 그리고 검찰총장 시절 일부(2019년 7월 24일~그해 9월 30일) 기간 쓰여진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세부 집행내역과 지출 증빙서류 등을 공개해야 한다. 연간 수십억~100억대에 달하는 검찰의 특수활동비가 어떻게 쓰여졌는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클 전망이다. 

검찰은 그동안 소송에서 '특수활동비 관련 정보가 없다'거나 '수사기밀'이라 항변하며 공개를 거부해왔는데, 3년 5개월만에 결국 패소하게 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그동안 소송에서 '특수활동비 관련 정보가 없다'거나 '수사기밀'이라 항변하며 공개를 거부해왔는데, 3년 5개월만에 결국 패소하게 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13일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하승수 공동대표가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은 2017년 1월 1일부터 2019년 9월 30일까지 사용한 특수활동비 등 집행내역을 하승수 대표 측에 공개해야 한다.

검찰이 사용하는 특수활동비 등 예산자료는 국회에도 제출된 적이 없을 정도로 사실상 '치외법권' 영역에 있었던 만큼, 이번 소송 결과에 대한 의미가 커 보이는 이유다. 이처럼 검찰이 내세운 방패가 모두 뚫리긴 했지만, 검찰이 특수활동비 등에 대한 집행내역을 곧장 공개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이들이 공개하지 않겠다고 버텨도 강제하거나 처벌할 방법이 없어서다. 

이번 소송에 주도적 역할을 한 하승수 대표는 14일자 '뉴스타파'에 기고한 글에서 이번 판결에 대한 세 가지 의미를 짚었다. 그는 ▲민주화 이후 최고 권력기관인 검찰을 보통의 행정기관으로 만들 결정적인 계기 ▲현직 대통령이 검찰에 있을 때 사용했던 예산이 공개된다는 점 ▲언론이나 시민단체들의 검찰 조직 전반에 대한 감시활동 활성화 가능 등을 의미로 짚었다.

하승수 대표는 다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신속하게 정보를 공개할지는 아직 미지수"라며 "혹시나 검찰이 판결이 확정된 지금 시점에서도 시간 끌기를 한다면, 그것은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행위가 될 것이다. 부디 검찰이 그런 행태를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홍사훈 KBS 기자도 14일 '홍사훈의 경제쇼' 오프닝 멘트에서 "3년 전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가 검사 시절 매달 현금으로 지급되던 특수 활동비를 몇 달간 모아서 개인 빚을 갚았다는 뉴스를 보도한 적이 있다"며 "당시 취재기자였던 제가 특수활동비 그런데 써도 되는거냐 물었더니 그냥 웃기만 하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홍사훈 기자는 "검찰과 국정원 등이 쓰는 특수활동비는 현금으로 지급되는데다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증빙하지 않아도 된다"라며 '눈먼 돈'임을 강조한 뒤, "검찰 고위간부들이 회식 때 부하 검사들에게 특수활동비로 돈 봉투를 돌렸다는 뉴스도 때 되면 한 번씩 나온다"라고 했다.

홍사훈 기자는 검찰의 특수활동비 역시 '국민 세금'임을 짚으며 "어디다 썼는지 공개하는 게 '공정과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지금 공개를 요구하는 노조 회계장부도 국민의 세금이 지원된 부분은 내역을 밝혀야 한다. 기자들도 취재활동비 어디다, 얼마 썼는지 당연히 증빙자료를 제출하게 돼 있다"라며 "밝히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뻔하다. 구린 데 썼기 때문일 것"이라고 직격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회계장부 비치·보존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며 노조를 압박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회계장부 비치·보존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며 노조를 압박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노조 회계 투명성이 노동조합 개혁의 출발점”이라며 "정부지원금을 사용하면서 법치를 부정하고 사용내역 공개를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이를 받아 “회계장부 비치·보존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며 “올해부터 회계 관련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노동단체를 지원에서 배제하고, 그간 지원한 전체 보조금도 면밀히 조사해 부정행위 적발 시 환수하는 등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윤석열 대통령이 수장으로 속해있던 검찰조직 역시 막대한 세금을 지원받으면서 지금껏 회계내역을 공개한 적이 없다. 즉 노조든 검찰이든 '같은 잣대'로 회계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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