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세수오차’ 책임져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거시 및 민생경제 안정과 조속한 경기 반등을 위해 한시도 긴장의 건을 놓지 않고 앞장서 뛰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추 부총리의 이런 장담과는 정반대로 거시 정책의 핵심인 재정 운용이 정부의 빈약한 예측 능력과 불균형 조세 정책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은 “세수추계 태스크포스(TF)가 2019년부터 운영되고 있는데도 2021년 61조3천억 원, 2022년에는 52조6천억 원, 2023년 59조1천억 원 등 3년 연속 큰 폭의 세수 오차가 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21~22년에는 ‘과소 추계’로 두 해 연속 초과 세수가, 올해에는 ‘과다 추계’로 세수 결핍이 초래된 셈이다. 

이에 20일 속개된 국감에서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대규모 세수 오차는 세제 개편이 원인이다. 잘못된 경제정책과 재정정책 세수 예측 전문성 부족이 함께 초래한 국가재정 역사상 가장 참담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번 국감에서는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중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R&D) 예산안 삭감을 놓고 여야의 의견이 엇갈렸다. 야당은 충분한 숙고를 거치지 않은 삭감이라고 성토했다. 

이에 맞서 추 부총리는 “연구개발 예산의 구조개혁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면서 “과학기술 예산이 10조 원에서 20조 원으로 오는 데 11년 걸렸는데 20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오르는데는 단 3년 걸렸다. R&D라는 포장 아래 모든 것이 다 방만하게 운영되던 것까지 허용할 수는 없다”고 재차 항변했다.

앞서 오기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고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13일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차총회장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내놓은 발언들을 강력 비판했다.

오 의원은 “주요국에 대한 IMF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한국보다 잘 나가는 국가가 거의 없다”는 추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일본보다 경제성장률이 낮을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발언은 너무나 엉뚱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추 부총리의 발언은 IMF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한 것에 대해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IMF는 한국을 제외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일제히 올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9월 내년 한국의 성장률은 2.1%로 전망하면서 전 세계 성장률은 2.7%로 더 높게 봤다.  

이런 국제기관의 예측들을 보면 한국만 나 홀로 부진하면서 세계 경제의 ‘왕따’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가중된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가 여전히 양호하지 못한데다 대중관계가 악화되면서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재정지출을 억제하고 있고, 고금리로 민간소비까지 하반기에는 부진할 것으로 보여 ‘상저하저’(경기가 상·하반기 모두 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추 부총리의 ‘상저하고(상반기 저조 하반기 회복)' 전망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법인세 감세 ‘反문재인 정책’ 

추 부총리는 이번 국감에서 “법인세 감세는 투자와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법인세를 25%에서 1%p만 조정한 아쉬움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앞서 법인세 인하에 나섰던 정부 여당은 지난해 민주당과 타협을 이루지 못해 최고세율 24%로 1%p 인하하는데 머물렀다.

감세 정책과 관련해 추 부총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국은 영국과 다르다”며 옹호 논리를 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450억파운드(약 71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부자감세안을 발표했다가 파운드화 가치 급락, 국채금리 급등으로 대혼란이 벌어지자 사임에까지 이른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당시 추 부총리는 영국은 소득세 인하인 반면 한국은 법인세 인하고, 법인세 인하는 부자감세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물론 양국의 세금 종류는 다르지만 부자들에 혜택이 돌아간다는 본질은 마찬가지다. 영국 소득세 감세안의 수혜 대상은 상위 1% 부자들이다. 윤석열 정부의 법인세 감세안은 수혜 대상이 상위 0.01% 대기업이다.

물론 감세 자체는 절대선도, 절대악도 아니다. 다만 우리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성장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 의견이다. 감세가 무조건 성장과 세수 확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맹신은 기득권 카르텔의 ‘낡은 ‘신화’ 일 뿐이다. 

감세정책으로 기업 이익이 늘어나도 대기업 총수와 임직원에게만 혜택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경제위기 속에서는 양극화와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현 정부는 특히 감세와 동시에 취약계층을 위한 예산을 대폭 줄였다. 대조적으로 이전 문재인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저성장, 양극화와 소득불평등을 타개하기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중시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재정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당시 국민의 힘은 ‘좌파 포퓰리즘’이라고 매도했다. 

의원 시절에도 추 부총리는 “사상 최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나오는 주요 경제고용 지표들은 모두 문재인 정부의 반시장, 반기업적 시장정책, 과도한 세금 의존적 처방이 불러온 결과물”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지속적으로 반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이런 태도만으로는 정부의 경제 정책을 이끄는 수장으로 안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질적인 정책 대안을 유연하게 채택하려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감세와 긴축재정’ 지속될까? 

이번 국감에서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수 감소로 이렇게 적자가 나 여기저기 돈을 꿔야 되는 것을 확장재정이라 말해 안타깝다”며 “감세와 재정건전성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지는 못한다는 것을 인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추이 = 통계청이 5일 발표한 '2023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3(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3.4%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추이 = 통계청이 5일 발표한 '2023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3(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3.4% 상승했다.

대규모 세수 부족이 발생하면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는 게 원칙이나 정부는 꼼수를 선택한 셈이다. 세수 부족을 국채 발행으로 충당하지 않고서 △지방정부와 교육청에 보내는 교부세·교부금을 감축하고 △세계잉여금과 외환시장 안정화용 재원을 담아둔 외국환평형기금 등 기금 여유재원을 끌어다 지출 재원을 충족시킨 미봉책을 비판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상 초유의 세수 부족 사태가 발생한 원인을 윤석열 정부의 세제 개편안으로 돌리며 민생 및 지방 관련 정부 지출이 줄어들 것이라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월 14일 “현 정부는 감세와 긴축재정 기조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엇박자 정책 기조는 한국경제 상황을 변화시키기 매우 어렵다”며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처럼 정부여당과 야당의 입장이 맞서는 만큼 앞으로 윤석열 정부의 감세와 긴축 재정 정책이 변화할 지 주목된다. 어쨋든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정부가 이젠 정쟁은 멈추고 민생경제를 챙기겠다고 천명한 만큼 여야가 합심해 효과적인 경제 정책 방향과 수단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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