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복싱계의 삼성전자'라 불리는 SM 프로모션의 총수인 홍성민 회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사연인즉 내년 105회 전국체전을 개최하는 김해시 출신의 최동재 구미 경운대 교수를 소개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구미 경운대학 최동재 교수
구미 경운대학 최동재 교수

최동재 교수는 1965년 7월 경남 김해 출신으로 필자와는서북수 선배의 소개로 여러 차례 통화를 한 적이 있는 후배 복서다. 1980년 김해복싱의 개척자인 황행관 관장의 지도로 복싱에 입문한 최동재는 1981년 김해건설공고에 입학, 졸업을 할 때까지 라이트급 복서로 활약을 했지만 8강에서 3차례나 고배를 마시면서 메달권에서 탈락한 복서다.

절치부심 1년을 유급한 최동재는 1984년 동대문구장 배구장에서 개최된 제16회 전국 우승권 대회에 LW급 으로 출전 5연승(2KO)을 기록하면서 우승을 차지해 이듬해 용인대학에 오세한 (청주농고)과 함께 특기생으로 진학을 했다.

205 사천 특공여단 출신이기도 한 최동재는 1992년 2월 용인대학을 졸업한 후 1995년에 일본 쯔꾸바 대학원을 졸업한다. 이후 대전대 용인대 중앙대에서 강사로 활동하다 2004년 3월 구미 경운대학교 경호학부 전임교수로 임명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제5대 대한아마복싱 협회 회장 김택수
제5대 대한아마복싱협회 김택수 회장

최 교수와 지역 복싱인들을 만나기 위해 김해로 가는 열차 안에서 필자는 제5대 대한복싱협회 회장을 지낸 김해 출신의 김택수 회장을 떠올렸다.

그동안 한국 체육 발전에 많은 이들이 공헌했지만 그 중에서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 위원으로 88서울올림픽을 성사시키는 등 큰 공로를 세운, 체육계의 금강석 같은 이가 바로 김택수 회장이다.

그는 1971년 11월 제24대 대한체육회장으로 당선되어 1979년 2월 퇴임을 할 때까지 유망주발굴을 위해 소년체전을 최초로 시도했고, 경기력 향상 연구기금(체육연금)도 창설했다. 특히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양정모(레슬링)선수가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하자 사비 5천만원을 쾌척하는 등 체육 부흥에 크게 기여했다. 

김택수 회장을 추억하면서 필자는 목적지인 김해시 구산동 공설 운동장 안에 위치한 김해시 체육회에 도착, 서동신 김해시 체육회장을 비롯해 황행관 박기봉 최연갑 서민제 등 여러 전현직 복서들을 만났다.

이 가운데 황행관 고문은 초창기 진주 복싱 역사의 산파역을 담당한 분으로 현역시절 부산 한일체육관에서 L급 최충일과 양대 산맥을 형성 한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이다.

박기봉 회장 최연갑 챔프 황행관 고문(우측)
박기봉 회장 최연갑 챔프 황행관 고문(우측)

전광석화처럼 터지는 스트레이트를 주무기로 한 시대를 풍미한 황행관은 1976년 12월 벌어진 제3회 킹스컵 출전 국가대표 선발전 페더급 결승에서 김광수(금강유리)에 판정패를 당했지만 여러 차례 펼쳐진 대표선발전에서 이선길 유문성 유인봉등 강적들과 승패를 주고받은 정상급 복서였다.

1977년 특기생으로 동아대에 입학, 김치복 등과 더불어 대만 홍콩 일본을 돌면서 수차례 해외 원정을 경험한 황행관은 동아대를 자퇴하고 고향 김해에 정착해 복싱 체육관을 연다. 

그리하여 제1회 김명복 박사배 중등부 라이트급에서 그의 지도를 받은 이정만이 우승을 차지한다. 그리고 김동옥은 1979년 제60회 전국체전 LW급 결승에 진출, 임수환(전북)에 판정패했지만 소중한 은메달을 따내며 황행관 관장의 지도력을 입증했다.

황행관 고문과 김동옥 이사(우측)
황행관 고문과 김동옥 이사(우측)

 1960년 1월 김해 태생인 김동옥은 이후 프로로 전향해 16전 13승 (11KO) 2패 1무를 기록한 뒤 1986년 7월 링을 떠났다. 김동옥에 이어 탄생한 복서가 현 김해 복싱협회 박기봉 회장이다.

1968년 김해 태생의 박기봉은 1981년 김해시 진영읍 한얼중학교 1학년때 대한 종합체육관 안병운 관장에게 복싱을 배웠고 고교 졸업반인 1986년 5월 4연승(3KO)을 질주하며 협회장기 대회(LH 급)에서 금메달을 획득, 1987년 경남대학에 특기생으로 진학한다. 탄력을 받은 박기봉은 1989년 아시아선수권 2차 선발전 라이트 헤비급 결승에서 김광현(경희대)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다.

상승세를 탄 박기봉은 그해 7월 제19회 대통령배 시도대항전에 경남 대표로 출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경남팀은 라이트급 김호상 헤바급에 마종효가 우승을 차지 3체급을 석권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박기봉 김해 복싱협회 회장은 또 1985년부터 12년 연속 경남 대표로 전국체전에 참가해 9개의 메달을 따내기도 한 경남의 대표 복서다.

김해시 체육회 서동신회장.
김해시 체육회 서동신 회장.

1971년 2월 김해태생의 서동신 회장은 김해농고 재학시절 스파르타식 훈련을 지향하는 이정만 사범과 아테네식 스타일을 선호하는 김동욱 사범의 지도로 경남선발전에서 플라이급 밴텀급 라이트급 라이트 웰터급 4체급을 석권한 복서 출신이다.

김 회장은 고교 졸업후 영남 프로모션을 운영하는 문성환 관장 휘하에서 프로복서로 활동하면서 11전 10승 1무를 기록한 후 복싱을 접었다. 문성환 관장은 필자와 통화에서 "올곧은 성품을 지닌 '상남자' 서동신이 잠재력을 폭발 시키지 못하고 곁을 떠난 것이 못내 아쉽다"고 회고했다. 서 회장은 현역에서 은퇴 후 김해시 복싱협회 실무 부회장, 대한 생활 체육 복싱 경남 지부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지난 9월 실시된 경남 김해시 체육회장 보궐선거에 당선되어 2026년 2월까지 체육회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서 회장은 내년 김해에서 개최되는 105회 전국체육대회와 관련해 체육인들의 역량을 모아 최고의 대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주변 체육인들에게 신망이 두터운 복싱인이다. 김해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유명구(본명 배영길) 관장은 "2001년에 오랜 방황에 마침표를 찍고 김해에 정착했을 때 체육관에서 숙식을 제공하면서 친형님처럼 따스하게 챙겨준 준 분이 바로 서동신 회장"이라고 밝혔다.

황행관 고문 이정만 심판 서동신 회장 서민재 선수(우측)
황행관 고문 이정만 심판 서동신 회장 서민재 선수(우측)

유명구는 이를 발판으로 재기해 WBO 아시아 태평양 라이트 플라이급 챔피언에 등극하면서 세계랭킹에 올랐다. 서 회장은 유명구가 2015년 11월 24일 WBC 스트로급 챔피언 완헹 메나요탄의 타이틀 매치를 갖게 되자 태국 현지에 동행하면서 조력자 역할을 담당했다.

유 관장은 "39전 전승을 기록한 완헹과의 일전에서 9회 TKO패를 당해 타이틀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서동신 회장에게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자리에는 필자와 88체육관에서 동고동락한 친구인 최연갑도 동석했다. 최연갑은 1963년 6월 부산태생이다. 그는 1985년 3월 18승 (12KO) 1무를 기록한 무구루마 다꾸야와 벌인 OPBF J. 페더급 타이틀전에서 12회 판정승을 거두고 동양 정상에 올라 4차 방어에 성공한 복서였다. 수년 전 김해에 정착해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최연갑의 복싱 스토리는 차후 이 코너 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서동신 회장장과 서민재선수(우측).
서동신 회장장과 서민재선수(우측).

국내 최초로 11체급을 석권한 서민제도 자리를 함께 했다. 서동신 회장과 복서 서민제는 부자지간이다. 2003년 경남 김해태생의 서민제는 2022년 3월 대한복싱회장배 전국복싱대회 일반부 -57Kg급 1위를 차지하면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회장배 5연패 달성과 함께 11체급을 석권한 복싱 신동이다. 

서민제는 김해 삼계초등학교 4학년때 체육관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복싱에 입문, 분성중 재학시절 전국 신인대회 38Kg 우승을 시작으로 42Kg 46Kg 48Kg 50Kg급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경남체고에 진학한뒤 발레리나보다 더 정교한 발재간으로 상대의 압박을 뚫고 날리는 카운터 펀치를 무기로 서민제는 49Kg 52Kg 56Kg 60Kg급을 차례로 석권하며 J.국가대표와 유스 국가대표로 발탁된다.

경남체고 재학시절의 청소년 대표 서민제
경남체고 재학시절의 청소년 대표 서민제

그리고 2021년 충남 청양군에서 개최된 제51회 대통령배 시도대항 선발전 64Kg급에서 우승하면서 종전 김민기(대전 동구청)의 8체급 석권 기록을 넘어 한국복싱 사상 최초로 10체급을 제패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겉으로는 보면 황소처럼 뚝심있게 밀어부칠 것 같지만 여우처럼 파격적인 묘수를 끄집어내면서 상대를 제압한 결과다. 그는 이후 57Kg급 마저 석권해 11체급에서 월계관을 쓰는 기록을 세웠다.

국내 최초로 11체급을 석권한 서민제
국내 최초로 11체급을 석권한 서민제

강인함과 부드러움이 혼합된 컨택형 복서 서민제는 2022년 2월 경남체고를 졸업한후 2021년 12월 창단한 남명 산업개발 복싱단에 입단, 국가대표를 꿈꾸며 훈련하고 있다.

서민제는 지난 3월 김해 문화체육관에서 개최된 항저우아시안게임 선발전 -57Kg급 결승전에서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이예찬과 대결했으나 판정패를 당해 국가대표로 승선하지 못했다. 그리고 올해 104회 전국체전 -56Kg급 1회전에서 충북 대표 김인규에 판정패를 당하는 진통을 겪었다.

성공이란 두 글자에는 언제나 실패와 좌절이 어머니처럼 따라다닌다. 그리고 승리에서 한 줄을 배울수 있다면 패배에서는 책 한 권 분량의 산 지식을 체득 할 수 있다. 이러한 철학을 염두에 두고 훈련에 매진해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는 대한민국 복싱을 대표하는 선두 주자로 나서길 기대한다. 

조영섭 복싱전문기자는 1980년 복싱에 입문했고 현재 문성길 복싱클럽 관장을 맡고 있는 정통 복싱인이다.

1963년: 군산출생 

1983년: 국가대표 상비군

1984년: 용인대 입학

1991년: 학생선수권 최우수지도자상

1998년: 서울시 복싱협회 최우수 지도자상

2018년 서울시 복싱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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