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사람들..

지난 3월 모친상을 당한 필자는 장례식장에서 프로야구 레전드인 조계현을 필두로 고장양 김광현 상철규 최봉규등 초등학교 때 야구선수로 활동할 때 인연을 맺은 옛 동료들이 하나둘씩 장례식장으로 입장하였다.

일행 중에는 금아(琴兒) 피천득의 수필집 <인연>에 나오는 내용처럼 40년을 돌고 돌아 만난 이병휘라는 친구가 합류 실로 40년 만에 감격 적인 상봉을 하였다.

그리고 3개월이 흘러 지난 주말 친구 이병휘의 아들 결혼식이 강남 모처에서 열려 참석을 하였다. 이병휘 친구가 사는 집과 우리 집은 작은 능선(稜線)을 따라 직선거리로 3백 m 거리 에 위치 해 있었다.

이 능선 줄기에서 복싱으로 올림픽에 2회 출전한 박구일(64년 동경. 68년 멕시코). 김광선 (84년 LA. 88 서울). 전진철 (88년 서울. 92년 바로 셀로나)등 3명의 복서가 나고 자랐다. 야구로 방향을 전환하면 조양연 김일권 조계현 박찬홍 정명원 정학원 한경수 백인호 등이 역시 이 작은 능선에서 탄생의 서곡을 울렸다. 

이병휘 대표 (좌측) 가족사진
이병휘 대표 (좌측) 가족사진

지난 5월 어느날 성남에 거주하고 있는 엄재성이란 복서가 강동구에 위치한 필자의 체육관을  오랜만에 방문을 했다. 필자의 30년 지기인 엄재성은 1963년 5월 전남 곡성태생으로 1983년 KBC 우수신인왕전 JR 밴텀급 결승에서 현 KBA 심판으로 활약하는 권중석을 8회 판정으로 잡고 우승을 차지한 복서다.

1980년 10월 프로에 대뷔한 엄재성은 1982년 3월 후에 IBF JR 밴텀급 챔피언에 등극한 장태일 (태양)과 1983년 3월 KBC 우수신인왕에 발탁된 박정우(거인) 를 연달아 판정으로 잡고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박정우(수경사)는 동양 밴텀급 챔피언 강기열을 판정으로 WBA 페더급 챔피언 박영균과 한국타이틀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정상급 복서였다. 

1982년 주니어 밴텀급 우수신인왕 엄재성선수
1982년 주니어 밴텀급 우수신인왕 엄재성선수

1984년 2월 김정표를 8회 판정으로 꺽은 엄재성은 1984년 3월 태국에 원정 카오사이 갤럭시와 대결을 펼친다. 이 대결에서 엄재성은 카오사이의 맹공을 육탄(肉彈)으로 커버하면서 10회 판정패를 당한다,

그러나 카오사이의 맹공에 그만 안타깝게 한쪽 눈을 실명(失明) 14전 9승 5패를 끝으로 3년 5개월의 프로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

WBA JR 밴텀급 챔피언 카오사이 갤럭시는 한국복서와 13차례 맞대결 전승을 기록했고 그중 11차례는 KO승을 기록한 한국복서 킬러였다. 카오사이 기록한 두차례 판정승의 주인공은 엄재성과 박찬영이다. 엄재성을 만난 다음날 나는 성남 모란역으로 향했다. 엄재성의 친구인 임하식과 2년 선배인 황준석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모란역 인근에서 월 호텔을 경영하는 최용만 회장과 합류 함께 담화를 나눴다. 

IBF j밴텀급 챔피언 최창호에 판정승을 거둔 임하식
IBF j밴텀급 챔피언 최창호에 판정승을 거둔 임하식

1967년 전남 해남 출신의 최용만 회장은 WBC 슈퍼 밴텀급 챔피언 염동균과 인연으로 KBC 검사부장으로 활동하면서 복싱계와 인연을 맺었다.

늘 푸른 소나무처럼 한결같은 성품을 지닌 그는 1998년 복싱판을 떠나 사업 전선에 뛰어들어 수차례 파산(破算) 직전에 몰렸지만 슬기롭게 난관을 극복한 사업가다. 최용만 회장은 2015년 성남시 종합운동장 인근에 위치한 7층 건물에 42개의 룸을 보유한 월 호텔을 60억에 인수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다.

이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친 이 호텔은 현재 백억이 넘는 가치를 지닌 건물로 탈바꿈했다. 겸손하면서 초심을 잃지 않는 최용만 회장은 조만간 왕래가 끊긴 염동균 챔프를 찾아 인사를 올릴 예정이라 말했다. 최용만 회장과 마주한 동양 웰터급 챔피언 황준석은 링 밖에선 영혼이  해 맑은 복서다.

현재 그는 25년간 진행해 왔던 주차장 사업과 광고사업을 잠시 접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현역시절 벌어들인 2억이 넘는 대전료를 잘 관리한 황준석은 은퇴후 신흥역 인근에 35평대 APT도 매입하면서 남은 돈을 사업에 재투자 뚝심 있게 밀어붙이면서 입지를 구축했다.

이날 황준석과 동석한 성남 수진역 인근에서 복싱체육관을 운영하는 WBA 미니멈급 6위에 랭크된 임하식 관장은 1963년 10월 7일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 때 촉석루 바위 위에서 왜장과 함께 남강에 동반 투신 순절한 논개가 탄생한 전북 장수군 출생이다.

WBA 미니 멈급 챔피언을 지낸 김봉준을 난타하는 임하식(우측)
WBA 미니 멈급 챔피언을 지낸 김봉준을 난타하는 임하식(우측)

임하식 에게 성남은 제2의 고향이다. 성남에서 복싱을 배워 이곳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가 이곳에 정착 복싱체육관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하식이 복싱을 수련한 성남 제일 체육관은 국가대표 김종옥과 한국 JR 웰터급 백상현 챔프가 탄생한 체육관이다. 김종옥은 1979년 제60회 전국체전 코크급 결승에서 충남 대표 <한정훈>에 패해 은메달을 획득했지만 1980년 제4회 김명복 박사배 에서 <허영모> 를 판정으로 꺽은 복서였다.

1982년 5월 프로에 전향한 임하식은 1983년 5월 신인왕 출신의 돌석과 6월에 전국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재연을 판정으로 잡으면서 녹록지 않은 기량을 과시한다.

임하식은 그해 8월 벌어진 제1회 우수선수권대회에서 김용채와 신희섭과 무승부를 기록한 한영현을 연거푸 판정으로 잡고 LF 급에서 우승을 차지한다. 그해 12월 유명우 최점환에 연거푸 고배를 마신 임하식은 1984년 12월 9전 전승(5KO)을 기록한 국순일 (원진)과 맞대결한다.

도널드 커리와 일전을 벌이는 황준석(좌측)
도널드 커리와 일전을 벌이는 황준석(좌측)

당시 국순일은 방승현과 함께 원진 체육관 최고 유망주였다. 임하식은 풍부한 경험을 살린 노련한 경기운영과 정교한 테크닉을 바탕으로 상대를 압도하며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둔다. 패한 국순일 은 곧바로 링을 떠난다.

1986년 5월 임하식은 1985년 최창호와 맞대결을 펼친다. 파죽의 8연승(6KO)을 기록한 최창호는 1985년 MBC 신인왕전에서 플라이급 우승과 함께 우수신인왕에 선정된 복서였다.

이 대결에서 임하식은 한 수위의 기량을 과시하며 최창호를 일방적으로 난타 8회전 판정승을 거뒀다. 패한 최창호는 1987년 9월 5일 필리핀에 원정 IBF F급 챔피언 도디 페날로사의 타이틀에 도전 11회 2분 7초에 터진 극적인 일격으로 KO승을 거두고 세계챔피언에 등극한다.

그해 10월 임하식은 김봉준과 국내 라이트 플라이급 타이틀전을 벌인다. 황소처럼 밀고 들어오는 김봉준에게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좌우 연타를 날려 완봉승(完封勝) 거두면서 국내 정상에 오른다. 다이아몬드 원석이 뒤늦게 껍질을 벗기고 광채를 비추는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무적함대 황준석 챔프와 최용만 회장(우측)
무적함대 황준석 챔프와 최용만 회장(우측)

임하식 에 완패한 김봉준은 1989년 4월 16일 WBA 미니멈급 타이틀전에서 어거스틴 가르시아(콜롬비아)를 7회 KO로 잡고 세계정상에 올랐다.

1987년 1월 김용강(88체)에 국내 타이틀을 상실한 임하식은 그해 7월 괌에 원정 에디윈 인캔시오를 10회 판정으로 잡고 재기에 성공한다. 탄력을 받은 임하식은 그해 11월 2번째로 괌 원정을 떠나 존가나 시로와  맞 대결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둔다,

1988년 1월 이번엔 일본에 원정 우찌.히데도 와 10회전 경기에서도 군말 없는 10회 판정승을 거두면서 WBA 미니멈급 6위에 랭크된다. 당시 WBA 미니멈급 챔피언은 그해 1월 한국의 김봉준과 결정전을 치러 15회 판정승을 거둔 베네주엘라의 <레오 가메즈>였다.

일본에서 1차 방어에 성공한 가메즈의 2차방어전 도전자로 내정된 복서가 바로 <임하식>이었다. 

절친 유명우 챔프와 임하식 관장(우측)
절친 유명우 챔프와 임하식 관장(우측)

그해 10월 임하식은 WBA 미니멈급 타이틀 도전을 앞두고 알란모리와 타이틀 전초전을 치러 판정승을 거두면서 예열(豫熱)을 마친다. 그러나 가메즈의 타이틀 반납과 비지네스의 부재(不在)로 인해 WBA 미니멈급 타이틀은 1989년 4월 김봉준 차지하게 된다.

1989년 8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 꼴이 된 허탈한 심정의 임하식은 권해석에 승리를 끝으로 미련 없이 글러브를 벗었다.

36전 23승 (6KO) 2무 11패를 기록한 로컬(local) 체육관에 속한 임하식은 김봉준 최창호 안래기 최점환 장경재 국순일 임정근 김용강 장창영 유명우등 막강한 전력을 지닌 복서들과 징검다리 형식으로 쉼없이 대결을 펼친 진정한 투사였다.

황준석과 임하식 관장(우측)
황준석과 임하식 관장(우측)

은퇴후 성남에 정착 복싱 체육관을 운영하면서 선수지도에 심혈을 기울인 임하식은 지금은 성남시에서 가장 위치가 좋고 경관이 수려한 산성역 인근에 30평대 APT를 마련하는 등 인생 3막에 들어와서 반전에 성공했다. 하늘은 재대로 물러설 수 있는 자 에게 다시 기회를 제공한다는 격언처럼 그는 권토중래(捲土重來)한 것이다.

돋보기로 빛을 모으면 강력한 에너지가 발생 불이 만들어지듯이 그는 링을 떠나서도 변함없는 열정으로 중단없는 전진을 감행한 끝에 얻어진 결과물이었다. 끝으로 최용만 성남 월(月) 호텔 회장을 비롯 귀한 자리에 참석해주신 황준석과 임하식 두 복서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조영섭기자는 복싱 전문기자로 전북 군산 출신으로 1980년 복싱에 입문했다. 

1963년: 군산출생
1983년: 국가대표 상비군
1984년: 용인대 입학
1991년: 학생선수권 최우수지도자상
1998년: 서울시 복싱협회 최우수 지도자상

현재는 문성길 복싱클럽 관장을 맡고 있는 정통복싱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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