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근로자 사고에 원청 대표 책임 물을 수 없다"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오른쪽)가 지난 4일 서울 대법원 앞에서 책임 있는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도중  호소문을 읽으며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오른쪽)가 지난 4일 서울 대법원 앞에서 책임 있는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도중  호소문을 읽으며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뉴스프리존] 김석 기자 =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근로자로 일하다 사망한 고(故)  김용균씨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이 원청 기업 대표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7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에서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서부발전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김씨는 2018년 12월 11일 새벽 3시 20분쯤 태안화력발전소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컨베이어벨트의 안전 덮개가 열려 있었고 조명도 켜지지 않았던데다 '2인1조' 작업수칙이 무시되고 비상정지 장치도 불량한 상태에서 김씨가 홀로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

검찰은 이 사망 사고의 형사 책임을 물어 2020년 8월 원청과 하청 기업 사장 등 임직원 14명과 법인을 기소했다. 

김미숙 씨(가운데)가 7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열린 '판결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1, 2심 모두 김병숙 전 서부발전 사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원청회사는 하청 근로자와 실질적인 고용 관계가 아니고 대표이사는 현장의 개별적 설비까지 위험을 알 수는 없었다는 이유에서였다. 

함께 기소된 원청과 하청업체 10명과 법인은 이날 유죄가 확정됐다.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김씨를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최소한 산업안전보건법상 요구되는 안전조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됐다.

판결이 선고된 뒤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서부발전이 사람을 죽였다고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해야 했다"며 "오늘 판결은 앞으로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은 사업주들을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미숙씨는 "어떻게 법원이 이토록 약자들에게 기만적일 수가 있냐"며 "지금은 대법원의 부당한 판결 때문에 우리가 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도 사후 역사는 김병숙 사장이 잘못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균씨 사건은 2020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계기가 됐다. 이 법은 사망 등 중대한 인명 피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그러나 종업원 50명 미만인 사업장에서는 적용이 2년간 유예돼왔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이 유예기간을 2년 더 연장하자는 입장이고 더불어민주당은 2년후 시행에 대한 정부와 재계의 공식 약속 등 전제 조건이 충족되면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소규모 사업장이 산재 사고에 더 취약한 만큼 유예 기간 연장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예정대로 내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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