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증오의 양당제 끝내고,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 시작해야"
[서울=뉴스프리존] 김정현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지금의 민주당이 잃어버린 본래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길에 나선다"며 탈당을 공식화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저는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을 들락날락했지만, 저는 민주당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지켰다"며 "그렇게 저에게 ‘마음의 집’이었던 민주당을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다. 오랫동안 고민하며 망설였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저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이미 ‘낯선 집’이 됐다"며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잔인한 현실이 개선되기를 바랐지만, 오히려 악화됐다"며 "포용과 통합의 김대중 정신은 실종됐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의 피폐에는 저의 책임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특히 민주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2021년에 치러진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기존 당헌을 고쳐가며 후보자를 낸 것은 제가 민주당 대표로 일하면서 저지른 크나큰 실수였다"고 자성했다.
그는 "후목불가조(朽木不可雕),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다는 공자의 말씀처럼, 지금의 정치로는 대한민국을 살릴 수 없다"며 "무능하고 부패한 거대양당이 진영의 사활을 걸고 극한투쟁을 계속하는 현재의 양당독점 정치구조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온전하게 지속될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혐오와 증오의 양당제를 끝내고,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특권 없는 정치’와 ‘성역 없는 법치’를 꼭 구현하려 한다"며 "정권은 검찰의 칼로 세상을 겁박한다. 다수당은 의석수로 방탄하고, 대통령은 거부권으로 방탄한다. 이런 현실을 바로잡자. 오직 국민과 국가에 봉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극한의 진영대결을 뛰어넘어 국가과제를 해결하고 국민생활을 돕도록 견인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면서 무능한 정치를 유능한 정치로, 투쟁의 정치를 생산의 정치로, 부도덕하고 부패한 정치를 도덕적이고 깨끗한 정치로 바꾸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 길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힘을 모아야 한다"며 "저는 우선 민주당에서 혁신을 위해 노력하셨던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의 동지들과 협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정치 때문에 잘못되고 있다. 잘못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것은 비겁한 죄악"이라며 "김대중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말씀하셨다. 저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가 대한민국을 더는 망가뜨리지 못하도록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대표는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의원들이 탈당을 만류하고 있다는 질문에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충분히 받지 못 하는 것은 단합하지가 않아서가 아니라 변화하지 않아서다"라며 "제 기자회견을 목전에 둔 시점에 말씀 하시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런 노력을 평소에 당의 변화를 위해서 썼더라면 어땠을까는 아쉬움이 느껴진다"고 답했다.
또 '신당을 창당하면 목표 의석수가 어떻게 되느냐'란 질문에는 "양당의 철옹성 같은 독점 구도를 깨뜨리는 데 의미가 있는 정도의 의석, 되도록 많이 얻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원칙과 상식과 창당 준비원회를 함께 꾸릴 예정인가'란 질문에는 "지금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