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이정록 아이슬란드 작업 첫 선
14일 ~3월8일 갤러리나우 강남이전 기념전

 

아이슬란드에서 작업중인 이정록 작가. 고물가로 렌터카비용만 1000만원 이상 썼다는 그는 화산지대 뜨거운 용출수에 화상도 입었다
아이슬란드에서 작업중인 이정록 작가. 고물가로 렌터카비용만 1000만원 이상 썼다는 그는 화산지대 뜨거운 용출수에 화상도 입었다

[뉴스프리존= 편완식 기자] 사진작가 이정록은 지난해 7,8,9월 아이슬란드에서 작업을 했다. 거센 바람에 카메라가 자빠지고, 쾌청한 하늘에 떠있던 구름이 갑자기 나지막이 내려와 바로 이슬비가 되는 모습도 생소했다. 변화무쌍한 자연의 날것들을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화산지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용출수 등 그야말로 원시적 풍경이 이랬을 것이다. 신이 인간에게 주신 자연선물이란 생각을 했다. 시원의 자연에서 강한 에너지를 느꼈다.

“저는 그동안 바다나 숲 등에서 명상을 하며 그곳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를 빛으로 표현해 왔습니다. 저의 사적인 성소를 만들어 사진작업을 한 셈이지요. 후엔 터키 카파도키아 동굴교회,앙코르와트,산티아고 순례길 등 종교적인 공적 성소에서 명상을 통해 얻어지는 에너지를 빛으로 표현 해 왔습니다. 인간과 신이 교통했던 성소라 할 수 있지요.”

그는 무균질의 공간이 장소로 바뀌는 것은 에너지의 축적에 있다고 본다. 많은 종교시설이 인간과 신의 교통 에너지가 쌓인 장소라는 것이다. 사적인 장소(성소)는 개인의 시간과 경험 등이 정서적으로 축적된 곳이다.

“어떤 공간에 들어섰을 때 때론 거룩하거나 편안하고,때론 소름이 끼치거나 알 수 없는 느낌 들이 몰려오지요. 축적된 장소의 에너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번 아이슬란드 작업에서 또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인간 등에 의한 장소성 에너지가 아니라 ,즉 종교이전의 강렬한 에너지를 감지할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로 출발할 당시에만 해도 사적 성소의 연장선상에 서있었다. 마음이 닿는 장소에 머물며 공간의 에너지와 깊은 교감을 나누게 될 거라는 어렴풋한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아이슬란드에 도착했을 완전히 백지 상태가 되었다. 아이슬란드는 지금껏 경험한 곳들과는 전혀 달랐다. 그곳에는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에너지의 격렬한 충돌이 일어나고 있었다.

지표면 아래에서 들끓는 용암의 뜨거움 입김과 지표면 위 거대한 빙하가 내뿜는 차가운 기운이 하루에도 수차례 포효하듯 뒤엉켰다. 그것은 음과 양의 조화 이전의 상태였다. 마치 지구에서 생명이 막 태동하던 과거 어느 시점으로 빨려 들어간 느낌이었다. 거기에 고요한 명상과 침잠을 위한 자리는 없었다. 장소와의 내밀한 공명이 아니라 휘몰아쳐 영혼까지 뒤흔드는 에너지의 음성을 받아내기에 급급했다. 그리고 선물 같은 장소들이 있었다. 설치작업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마음속의 선경들이었다. 저절로 Anima(영혼, 정신을 뜻하는 라틴어)가 떠올랐다. 모든 장소, 동물, 식물, 자연현상이 의식과 감정을 지니며 인간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애니미즘의 믿음이 우파니샤드, 물활론, 범심론을 상기시키며 안으로 스며들었다. 애니미즘이 왜 모든 종교의 기원이며 근본원리인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간 모든 작업에는 주체로서의 내가 있었다. 그러나 아이슬란드에서 나는 자주 옅어지고 투명해졌다. 아이슬란드에서 작업하는 동안 내내 열에 들떠 있었고, 거대한 문 앞에 서 있는 기분으로 가슴이 요동쳤다. 아이슬란드를 통해 그 문을 열 수 있을까? 그 문 너머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작업도 모험도 이제부터 시작이란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 성소나 공적 성소에서 명상을 통해 에너지를 느꼈다면 아이슬란드의 원시자연에선 명상 없이 그냥 에너지를 받아 적는 기분이었습니다,”

그의 작업의 모토는 변함이 없다. 공간에너지를 빛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석양무렵에 공간의 배경을 찍기위해 먼저 셔터를 연다. 그런 후 바로 천으로 덮는다. 어둠이 몰려오면 천을 걷어내고 광량이 쎈 별도의 소형 스트로보 플래시를 터뜨린다. 자연스레 배경과 플래시 광이 중첩되게 된다. 그런 후에야 셔터를 닫게 된다. 필름에 빛 페인팅을 하는 셈이다. 나이트 페인팅 기법이라 할 수 있다.

“현대물리학에서 공간은 물질(입자)과 에너지(파동)로 가득한 곳이라 했습니다. 에너지는 안보이니 찍히는 것은 물질이지요. 저는 에너지를 빛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사실 빛도 물질과 에너지 속성을 지녔지요.”

심지어 물리학에서 진공 조차도 오히려 꽉 차 있어서 조건에 따라 새로운 물질이 창조되어 질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공간으로 보고 있다. 물질의 존재가 없어 완전히 비어있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에너지와 같은 다른 물리량으로 꽉 차 있고 언제든지 물질로 변환 가능하다. 물질 또한 소멸하여 에너지로 변환될 수 있다.

“불교의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도 색(물질)과 공(진공)이 본질에 있어 동일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성경의 창세기도 진공은 하나님의 에너지로 가득한 공간이었고 빛을 있게 한 후에 물질의 창조가 순차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기독교적 관점도 물질-에너지의 등가를 빛을 통해서 완성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 관계식을 이야기로 풀어 놓은 것 같아요.”

그의 아이슬란드 사진작업은 14일부터 3월8일까지 강남 갤러리나우에서 볼수 있다. 이번 전시는 14년간 인사동을 지켜왔던 갤러리나우가 강남 도산공원 앞으로 이전하고 첫 번째로 여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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