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금오산 뒷길 커피베이에서, 화상 시낭송회 호주서도 참여

‘시놀자, 금오산 뒷길에서-권미강 김대호 김연화와 함께’  시집출판기념회 및 북콘서트 행사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놀자, 금오산 뒷길에서-권미강, 김대호, 김연화와 함께’ 시집출판기념회 및 북콘서트 행사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박상봉 기자

[경북 구미=뉴스프리존] 박상봉 기자 = 삭막한 공업도시에 시가 흐르고 문학이 살아 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그대 / 9월이 오면 / 9월의 강가에 나가 /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 듣는지요...

경북 구미시 사곡동에 사는 이복희(54) 씨가 안도현 시인의 ‘9월이 오면’을 낭송했다.

경북 구미시 사곡동에 사는 이복희 씨가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여는시로 안도현 시인의  ‘9월이 오면’을 낭송하고 있다. /
경북 구미시 사곡동에 사는 이복희 씨가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여는시로 안도현 시인의 ‘9월이 오면’을 낭송하고 있다./ⓒ박상봉 기자

이날 커피베이에서는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김연화, 김대호, 권미강 등 첫 시집은 낸 세 사람의 수요문학회 소속 시인을 초청해 출판기념 행사 및 북토크와 시낭송 행사를 가졌다.

산업도시이자 인문학의 고장, 구미의 위상을 널리 알리고자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과 함께 하는 ‘수요문학회’와 ‘30년전 시인다방’이 주관하는 가을맞이 문학행사로 마련된 것이다.

패널토론, 시 낭송회, 입문학 특강, 춤 치유 등 다채로운 문학콘서트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코로나19 예방·확산 방지를 위해 참석자를 선착순 20명 이내로 한정했다.

행사 진행 방법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오프라인 참석 인원을 최소화하고, 줌(ZOOM) 화상회의 앱을 활용해 각자 집이나 사무실에서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화상으로 누구나 참여해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이날의 줌 화상 시낭송회는 비대면 교육의 장점을 활용한 시도로 코로나 비상사태와 뉴-노멀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형식의 문학행사로 주목받았다.

시낭송은 이복희 석주윤 이정희 김명화 김범용 천병석 등이 참여했다. 시낭송이 화상으로 진행되자 호주 맬버른에 거주하는 류시경 시인이 줌 앱에 접속해 시낭송에 참여하기도 했다. 류 시인은 ‘문학사랑’ 신인상으로 등단하고 ‘제2회 천상병문학제’ 해외문인상을 수상하는 한편, 세 권의 시집을 낸 중견시인이다. 류시인은 이날 자작시 ‘낙엽 지는 길’ 낭송영상을 들려주고 참여소감을 발표했다.

장옥관 심강우 류경무 시인과 초대 시인들은 패널토론에 참여하여 첫 시집에 대한 비평과 시사점을 정리했다. 장옥관 시인과 김대호 시인은 줌 화상으로 토론에 참여했다.

지난 2일 저녁 구미시 형곡동 금오산 뒷길 커피베이(대표 정미숙)에 지역 문인과 독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회색빛 공단도시의 이미지가 짙은 구미에서 32년째 문학의 텃밭을 일궈 온 수요문학회 회원들이 북콘서트와 시낭송으로 신명나는 문학판을 펼쳤다.

장옥관 심강우 류경무 시인과 초대 시인들은 패널토론에 참여하여 첫 시집에 대한 비평과 시사점을 정리했다. 왼쪽부터 장옥관 심강우 김연화 권미강 김대호 류경무 시인
왼쪽부터 패널로 참여한 장옥관 시인, 심강우 시인, 첫 시집을 낸 김연화 시인, 권미강 시인, 김대호 시인, 패널 좌장 류경무 시인

김연화 시인의 첫 시집 ‘초록나비’(천년의 시작)는 “자연 소재를 차용해 인간 삶의 지혜를 구하는 시들이 많고, 어린 시절에 대한 애틋한 기억과 낭만적 사랑에 대한 그리움 등이 시적 서사에 잘 녹아 있다”고 평가 받았다.

김대호 시인의 첫 시집 ‘우리에겐 아직 설명이 필요하지’(걷는사람)에 대해서는 “삶의 우울이나 비애를 이채로운 활력으로 전환해내는 일관된 상상력과 언어를 보여주며, 삶을 바라보는 부지런한 몽상의 운동과 궁극적 긍정의 마음이 드러나 보인다”고 평가했다.

권미강 시인의 첫 시집 ‘소리다방’(노마드)은 스마트폰으로 시 옆에 QR코드를 찍으면 시인이 직접 낭송한 시를 들을 수 있게끔 편집돼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는 시집이다. “소리를 소재로 한 시들은 소리의 기억들을 추적하고 청각이 불러내는 감성을 소환해 과거의 경험과 현실을 구체적 감각으로 재배치한다”는 평을 들었다.

장옥관 심강우 류경무 시인과 김연화 권미강 초대 시인들은 패널토론에 참여하여 첫 시집에 대한 비평과 시사점을 정리했다.
장옥관 심강우 류경무 시인과 김연화, 권미강 초대 시인들은 패널토론에 참여하여 첫 시집에 대한 비평과 시사점을 정리했다./ⓒ박상봉 기자

김연화 시인은 2000년 동서문학상(시 부문)을 수상하였고, 2013년 '시와 사람'으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숲 해설가, 환경운동연합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대호 시인은 2010년 수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2년 ‘시산맥’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19년 제10회 천강문학상 시 부문 대상을 수상하였고, 추풍령 아래 조그만 커피집 ‘시남’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

권미강 시인은 2011년 '시와 에세이' 신인상을 받았고, 경북 칠곡군, 구미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대전문화재단 등에서 근무하였고, 현재 경기 여주시에서 일하고 있다.

특히 이날의 시낭송회에서는 감염된 바이러스를 퇴치하거나 코로나 예방 효과가 있다는 진동 주파수를 접목한 치유 음악을 배경으로 한 이색 시낭송 순서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또 오승건 시인의 재미난 입담을 듣는 입문학 특강에 이어 코로나 블루 스트레스 해소와 우울, 불안, 위축된 심리 회복에 도움을 주는 치유 무용을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친환경 천연염색 브랜드 에코숨을 경영하며 구미와 서울을 오르내리며 바쁘게 사는 여성기업인 석주윤 대표가 이날 평소 좋아하는 이채 시인의 '9월이 오면 들꽃으로 피겠네'를 낭송했다.
친환경 천연염색 브랜드 ‘에코숨’을 경영하며 구미와 서울을 바쁘게 오르내리며 사는 여성기업인 석주윤 대표가 평소 좋아하는 이채 시인의 '9월이 오면 들꽃으로 피겠네'를 낭송하고 있다./ⓒ박상봉 기자

한편, 수요문학회는 1988년 11월 16일 시인 김선굉과 장옥관 시인이 구미 문학의 토양을 튼실하게 다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러 문인들을 규합하여 만든 문학단체다. 전통 찻집 ‘연다원’에서 대구의 김용락 시인을 초청하여 ‘한국 민중시의 현황’을 주제로 문학 강연을 한 것이 시발이 되었다.

지난 32년간 90회 정도 열린 ‘수요문학교실 문학강좌’는 수준 높고 진지한 강의와 토론을 펼치면서 구미지역에 뜨거운 문학의 불길을 지펴놓았다. 그동안 수요문학교실을 다녀간 문인만 해도 전직 문화부장관 이창동 씨를 비롯 문인수, 이하석, 김수복, 이상호, 박상천, 송재학, 박남철, 이남호, 오세영, 서정윤, 서지월 씨 등 100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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