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동양의 고전문학이 서양의 고전예술 발레와 만나 극한의 밸런스를 보여준 발레 '춘향'은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완연하게 허물며 예술 앞에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는 순간을 경험하게 만들어 주었다. 기획단계부터 세계 무대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이번 작품은 2007년 세계 초연 이후 일찌감치 예술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동서양 문화의 훌륭한 조화'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유니버설발레단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대대적인 개정작업으로 발레 본연의 정체성을 살리며 'K-발레'의 중심에 서는 명작으로 재탄생되었다.

"발레 춘향"커튼콜 /(사진=Aejin Kwoun)
발레 '춘향'커튼콜  | 한 작품에서 한국을 사랑하는 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살고 있는 한 배우는 셰익스피어의 고전들은 외국작품임에도 한국사람이 연기하는 것을 이상히 여기지 않기에 자신도 한국의 고전의 주인공을 연기하고 싶지만 어색함을 뛰어넘기 어렵다 말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예술은 국적을 초월하여 존재함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색다른 공연들이 더욱 많이 나올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사진=Aejin Kwoun)

평균 1백여 명이 넘는 프로덕션임에도 지난해 75회 공연을 단 한차례 취소없이 완주해 온 유니버설발레단의 2022년 개막작은 고전과 현대, 서양과 동양, 발레와 한복의 눈부신 만남으로 한국형 창작품의 콤플렉스를 과감하게 날려버린 발레 '춘향'으로 지난 3월 18일부터 20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더 드라마틱하고 극적인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감사의 무대를 올렸다. 원작에 집중하여 스토리와 캐릭터를 변형 없이 담아낸 이번 작품은 감각적으로 재탄생된 고전 작품들 속에서 오히려 신선한 감각을 관객들에게 선사해 주었다.

한국 전통미를 강조했던 초연의 배정혜 현 리틀엔젤스 상임안무가의 바통을 이어받은 유병헌 예술감독은 발레 본연의 정체성과 함께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 균형감을 살리며, 시공간을 넘는 '美'의 본질을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음악 역시 초연의 순수 창작곡 대신 차이콥스키의 숨겨진 명곡을 직접 선곡하고 편곡자의 세심한 손길을 거쳐 대사가 없는 발레 안무의 스토리텔링과 특유의 정서를 전달하고 시각화하여 '춘향'의 장면 장면이 더 드라마틱하고 극적으로 펼쳐지며, 머리보다 가슴으로 스토리가 전달되게 만들었다.

애잔한 눈빛을 커튼콜에서도 주고받는
애잔한 눈빛을 커튼콜에서도 주고받는 춘향(손유희)과 몽룡(이현준). 몽룡과 변학도를 오고가는 남성무용수들의 달라지는 모습들을 모두 함께 할 수 없음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진=Aejin Kwoun)
(왼쪽부터)초야 파드되, 이별 파드되, 해후 파드되 | 이 작품의 백미인 춘향과 몽룡의 사랑의 2인무에 사용된 ‘만프레드 교향곡(Manfred Symphony, Op.58, 1885)’과 환상 서곡 ‘템페스트(The Tempest Op.18, 1873)’, 풍운아 변학도의 해학성을 묘사한 ‘교향곡 1번(Symphony No.1, O9.13, 1866)’, 방자와 향단의 코믹함을 극대화한 ‘관현악 조곡 1번(Suite No.1, Op.43, 1878~1879)’ 등 마치 차이콥스키가 이 작품을 위해서 작곡한 것 같은 착각마저 일으키며 작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불어넣는다. /(사진=Kyoungjin Kim, 유니버설발레단)
(왼쪽부터)초야 파드되, 이별 파드되, 해후 파드되 | 이 작품의 백미인 춘향과 몽룡의 사랑의 2인무에 사용된 ‘만프레드 교향곡(Manfred Symphony, Op.58, 1885)’과 환상 서곡 ‘템페스트(The Tempest Op.18, 1873)’, 풍운아 변학도의 해학성을 묘사한 ‘교향곡 1번(Symphony No.1, O9.13, 1866)’, 방자와 향단의 코믹함을 극대화한 ‘관현악 조곡 1번(Suite No.1, Op.43, 1878~1879)’ 등 마치 차이콥스키가 이 작품을 위해서 작곡한 것 같은 착각마저 일으키며 작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불어넣는다. /(사진=Kyoungjin Kim, 유니버설발레단)

'의상은 캐릭터를 대변하는 또 다른 소통 도구'라는 패션 철학을 가진 이정우 디자이너는 한복의 선과 색, 서양의 모던하고 세련된 패턴을 결합한 발레 '춘향'만의 동서양,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아우르는 패션을 선사했다. 한복 특유의 색감과 우아함을 가지면서도 발레의 우아한 선을 살리기 위해 선택한 실크 소재는 무용수들에게는 또 다른 도전을 안겨주었지만,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 고혹적인 의상은 관객들이 무대에 빠져들게 만드는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이기도 하다.

/(사진=Kyoungjin Kim, 유니버설발레단)
1막 후반 이별 장면에서 등장하는 여성 군무는 신비롭고 아름다우면서도 화려하다. 연인의 안타까운 이별과 아픔을 대변하듯 쉴틈없이 휘몰아치는 비바람으로 형상화한 군무는 강인함과 장엄함 마저 느끼게 한다. 그동안 보아온 여성 군무에 대한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버리는 장면이다. | /(사진=Kyoungjin Kim, 유니버설발레단)

이번 공연에서는 수석무용수 강미선과 드미 솔리스트 임선우가 복귀했을 뿐 아니라 부부 케미를 보여준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와 '손유희-이현준'을 중심으로 고도의 테크닉에 섬세한 연기가 강점인 '홍향기-이동탁'과 함께 화려한 비주얼과 연기로 사랑받는 '한상이-강민우'의 새로운 커플 탄생으로 매 무대 춘향과 몽룡의 색다른 매력으로 모든 무대를 마주하기에는 짧은 공연으로 관객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사진=Kyoungjin Kim, 유니버설발레단)
2막의 '장원급제' 장면에서 보여주는 남성무용수들의 군무는 강렬하면서도 절도 있는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 /(사진=Kyoungjin Kim, 유니버설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의 문훈숙 단장은 "발레 '춘향'은 팀워크의 산물입니다”라며 요즘 예술인으로서 감회가 새롭다고 전했다. 그리고 “고전과 현대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동시에 안무, 음악, 의상, 무대까지 전체적인 조화가 중요하죠. 그러한 맥락에서 '춘향'은 좋은 창작진과 무용수들의 각고의 노력과 관객의 사랑으로 탄생한 결실이며, 발레단의 역사와 자랑인 '춘향'을 국립극장과 함께 올리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라고 소회를 밝히며 K-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번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향단(오타 아리카), 방자(임선우)_춘향과 몽룡의 파드되 못지 않게 귀엽고 앙증맞은 동작의 향단과 방자의 파드되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였다. /(사진=Aejin Kwoun)
향단(오타 아리카), 방자(임선우)_춘향과 몽룡의 파드되 못지 않게 귀엽고 앙증맞은 동작의 향단과 방자의 파드되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였다. /(사진=Aejin Kwoun)

임인년 새로운 각오로 임하고 있는 유니버설발레단은 여전한 코로나의 기세를 뚫고 관객들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시즌 오프닝 준비에 한창으로, 다음 무대에서는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될지 한껏 기대가 모아진다.

스카프춤 기생 솔로를 연기한 이가영 발레리나의 긴 팔다리로 우아하게 뻗는 춤사위는 많은 무용수들 사이에서 기억에 오래 남는 듯 하다. /(사진=Aejin Kwoun)
스카프춤 기생 솔로를 연기한 이가영 발레리나의 긴 팔다리로 우아하게 뻗는 춤사위는 많은 무용수들 사이에서 기억에 오래 남는 듯 하다. /(사진=Aejin Kwo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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