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병법] 조규성 헤더 두방, 신성 이강인 면도날 왼발킥 자랑스러워

한국(이하 벤투호)이 2022 카타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 2차전에서 아프리카 복병 가나에 2-3으로 석패하면서 1무 1패(승점 1)를 기록 16강 진출이 불투명해졌다. 강호 우루과이, 포르투갈, 가나와 함께 H조에 편성되어 당초 가나를 제물 상대로 했던 벤투호로서는 그 목표와는 비례하지 않는 결과물을 얻어 못내 아쉬움이 크다.

분명 가나전 패배는 선수들에게 미치는 정신적인 면이나 팀 분위기 상 12월 3일 마지막 3차전 강호 포르투갈과의 맞대결에 엄습하는 압박감과 불안감은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 가나에 비록 패배라는 원치 않았던  최악의 결과물을 얻기는 했지만 원 없고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쳤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 또한 없지 않다.

한마디로 전술, 전략은 물론 선수들이 모든 것을 쏟아부은 처절한 한판 승부였다. 이를 증명하는 것은 한국은 전반 24, 34분 가나 모하메드 살리수(23.사우햄프턴)와 모하메드 쿠드스(22.아약스)에게 선제골과 추가골을 허용하며 끌려갔지만, 포기하지 않고 후반 13분, 16분 조규성(24.전북 현대)의 연속 헤더 두방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놨다는 사실이다. 

한국과 가나는 예상했던 대로 공격적인 포메이션 채택으로 '사생결단' 승부를 펼쳤다. 그러나 전반 20여분까지 한국은 양쪽 측면에서의 공격이 활기를 띄며 코너킥 세트피스를 무려 7개나 기록할 만큼 가나를 압도했다. 실로 선취 득점이 절실히 필요했던 상황이었지만 진작 그토록 원했던 가나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위기 뒤에 기회'라는 말은 축구에서 정설로 받아들여 진다. 이 같은 말은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리던 가나에게 찾아왔고 급기야 가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시켜 한국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나 한국에게는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의 '신의 한 수' 카드인 이강인(21.레알 마요르카)이 있었다. 

당초 16강 제물로 설정했던 아프리카의 복병 가나에 3:2 분패한 대한민국. 12월 3일 포르투갈전은 무조건 잡아야 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당초 16강 제물로 설정했던 아프리카의 복병 가나에 3:2 분패한 대한민국. 12월 3일 포르투갈전은 무조건 잡아야 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강인은 후반 12분 경기에 투입된 직후 전매 특허인 왼발 크로스를 시도 도움을 기록했고, 이어 김진수(30.전북 현대)도 왼발로 동점골을 어시스트하며 한국은 순식간에 경기 흐름과 분위기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후 경기 양상은 한국의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기대해도 좋을 만큼 개인, 부분, 팀적인 경기력은 완벽에 가까웠다.

그렇지만 가나에게는 한국 보다 우월한 선수 개인 기술과 스피드 그리고 탄력이 있었고, 이를 앞세운 공격으로 후반 23분 측면에서의 크로스를 모하메드 쿠드스가 또다시 득점에 성공 한국은 원치 않는 일격을 당하는 순간에 직면했다. 이후 파울루 벤투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33. 알 사드) 대신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를 투입하는 투톱 전술로 공격 일변도의 총력전에 돌입하는 강수를 선택했다.

그러나 가나의 수비는 한국 선수들이 간절함과 함께 투혼으로 구사하는 융단 폭격같은 공격을 혼신의 힘을 다해 막아내며,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과 조규성 마크에 집중하는 수비 전략으로 버텨 마침내 한국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겨주고 말았다. 볼 점유율 약 65%  슈팅 10-6, 유효슈팅 6-3, 코너킥 12-5 비율이 보여주듯 한국은 가나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어야만 마땅했다.

하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사실 패배에는 많은 비난이 뛰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가나전 패배는 비난을 하려야 할 수 없는 경기였다. 그 이유는 FIFA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최초 한 경기 멀티골을 터뜨린 조규성이 자리 잡고 있으며, 또한 최고의 조커 카드 이강인이 존재했고 더불어 '마스크맨' 캡틴 손흥민의 위력과 위상은 물론 '살신성인'  정신이 뚜렷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가나전 패배는 부족함이 아니라 자랑스러울 뿐이다. 그만큼 벤투호는 열정을 다하며  부끄럽지 않은 축구로 가름했다. 이에 선수들은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고 마음 아파해서도 안 된다. 이제 한국 축구에 남은 숙제제는 단 한 가지뿐이다. 그것은 1998년 러시아 FIFA에서 이룬 기적처럼 마지막 3차전 포르투갈전에서 주어진 숙제를 푸는 것이다. 벤투호가 우루과이, 가나전에 보여준  질 높은 축구를 재현한다면 그 숙제 풀기는 기대와 바람으로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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