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검수완박’ 합헌판결 

지난 23일 헌법재판소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두 가지 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의 효력이 적절하다고 매듭지었다. 헌재는 입법 과정에서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으로 간주했지만,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의 법률 가결 선포 행위는 유효라고 단언한 것이다. 한편, 법무부와 검찰이 제기한 권한쟁의 청구는 각하 되어 아예 없던 일이 되어 버렸다. 

헌법재판소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 절차적 위법이 있었다고 인정하고도 법안의 효력을 유지하자 변호사단체들이 잇달아 비판했다.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헌변)은 24일 성명을 내 "헌재 결정은 과정과 절차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돼도 결과는 정당하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결정이자 궤변으로, 법치주의에 대한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도전이며 파괴행위"라고 비판했다.
사진: 헌법재판소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 절차적 위법이 있었다고 인정하고도 법안의 효력을 유지하자 변호사단체들이 잇달아 비판했다.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헌변)은 지난 24일 성명을 내 "헌재 결정은 과정과 절차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돼도 결과는 정당하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결정이자 궤변으로, 법치주의에 대한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도전이며 파괴행위"라고 비판했다.

헌재는 국민의힘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사건(2022헌라2)에서 재판관 5(인용)대 4(기각) 의견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022년 4월 27일 전체회의에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가결선포한 행위는 청구인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결론을 냈다.

그러나 국회의장의 법률안 가결선포행위의 권한침해 확인청구는 재판관 5(기각)대 4(인용)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각 가결선포행위에 관한 ‘무효확인 청구’는 5(기각) 대 4(인용) 의견으로 불수용 처지가 되었다.

헌재의 최종 결론은 지난해 9월 10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검수완박법으로 불리는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이 일부 흠결은 있지만, 전체적 틀에선 다시 손볼 것이 없다고 쐐기를 단호하게 박은 것이다.   

개정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개시 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6대 중요범죄에서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2대 중요범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 범위도 크게 제한했다.

지난해 4월 유상범·전주혜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민형배 의원의 위장탈당 및 국회 법사위 안건조정위원 선임, 법안 강행처리 과정에서 자신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당했다며 권한쟁의를 청구했다. 후속타로 한동훈 장관과 검사 6명은 같은해 6월 검수완박 법안 내용은 물론 입법절차가 모두 위헌이라며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냈다. 

헌재의 솔로몬 평결에 여야 정치권 반응은 극명하게 양분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황당한 궤변이다. 헌재가 마치 정치재판소 같다”며, 반발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헌재가 검찰 개혁이라는 국회 입법권를 존중한 결정을 내렸다”며 환영했다.

임의적 해석 불가 ‘최종 평결’

헌법재판소는 법률의 위헌심사·탄핵심판·정당의 해산심판·국가기관 상호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헌법소원심판을 독자적으로 관장한다.

헌법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자는 ▲위헌법률심판에 있어서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었을 때 당해사건을 담당하는 법원 ▲탄핵심판에 있어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정당의 해산심판에 있어서는 정부 ▲권한쟁의심판에 있어서는 당해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 ▲헌법소원심판에 있어서는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을 통하여 ‘헌법’의 규범력을 보장하고, ‘헌법’이 정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며, 국가권력의 남용을 통제하는 특별법원이다. 헌법재판의 기능과 본질에 비추어 볼 때 헌법재판소는 국회, 행정부, 법원과 따로 존재하는 독립적인 지위를 가진다.

따라서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반박하고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최종적 헌법 해석의 권한을 부여받은 기관인 헌법재판소의 독립적 결정을 애써 외면하며 부정하고, 자신들의 주장과 맞지 않는다고 재판관 개개인에게까지 진한 색깔론을 덧입혀서야 민주적 공당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은 개정 검찰청법 보완 및 헌재 결정과 맞지 않는 시행령 조정 등을 위해 여당과 협의에 나서는 등 국회 다수당으로서의 책무부터 먼저 살피는 것이 헌재 결정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자세이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오히려 시행령을 통해 법률 취지를 무력화한 한동훈 법무부의 검찰 수사권 편법 확대 조처를 헌재 결정 취지에 맞게 바로잡아야 한다. 

자진사퇴 아니면 탄핵? ‘묘수찾기 분주해야’ 

‘헌법’ 제65조 1항에 따르면, 국회는 국무위원이 그 직무 수행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에는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바로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을 때라는 점이다. 

검사의 수사권이 헌법상 권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헌재 판결로 명문화한 국면에서, 법조계 일각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권한쟁의심판청구에 신중했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부가 성급하게 청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따라서 헌재 결정에 대한 갑론을박을 차치하더라도 시간과 비용·인력을 들여 청구를 진행한 만큼, 누군가는 ‘책임 행정’에 걸맞는 태도를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비판 여론이 상당하다.

사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시행령으로 공직자·선거·방위사업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권을 되살린 것 되돌릴 생각이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이에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해 “국회에서 개정된 검찰청법 개정안을 무시한 위법한 수사 준칙이 확정된다면 탄핵소추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다. 현재 검찰과 경찰의 수사 준칙 개정안 초안이 마련돼서 협의가 진행중인데,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가 가능한 범위를 늘리는 방향으로 확정한다면, 이는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한동훈 장관이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고, 헌재에 권한쟁의를 청구하고 판결 전에 시행령을 고친 데 대한 과오와 ‘자격 없는’ 권한쟁의로 각하를 받은 책임을 들어 한동훈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각하가 너무나 뻔한 사안을 권한쟁의 청구한 한동훈의 책임을 묻겠다. 법대생도 알 상식을 장관이 몰랐으면 최악의 무능이다. 아주 악의적인 정치놀음을 한 것이다.”
“일개 법무장관이 국회 입법 권력에 정면 도전했다. 본인이 우선 책임지고 물러나야 하는 것이 도리고, 사퇴를 거부한다면 탄핵 추진도 검토할 수 있다.”

“한동훈 장관이 검찰권에 대한 그릇된 환상을 가지고 나라를 검찰 공화국으로 만들어가려고 하는 행동에 정치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 본인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강제로 퇴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경고한다”

민주당에서 이와 같이 드센 주장이 나오는 것은 헌재 판결에 담긴 의미 때문이다. 헌재 재판관 다수는 검사의 수사·소추권이 특정 국가기관에 부여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헌법상의 근거가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는 ‘검사 수사권’이 헌법상 권한이 아니라는 의미다. 

헌재의 최종 판결에 대항하여 한동훈 장관은 시행령 고수와 확장으로 극한 대립을 자초할 것인가? 아니면 자진사퇴 또는 탄핵의 강을 건너게 되는가? 예견되는 파국을 맞지 않으려면 현 여소야대 정국에서 집권당이 묘수 찾기에 혈안이 되어야 한다. 거대 야당과 머리를 맞대고 정면충돌을 피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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