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약세 - 달러 강세 기조 지속

[서울=뉴스프리존] 임형섭 기자= 일본 엔화가 27일 외환시장에서 33년 8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27일 일본 도쿄의 엔화 환율 표시 전광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사진=AFP, 연합뉴스)
27일 일본 도쿄의 엔화 환율 표시 전광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사진=AFP, 연합뉴스)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 때 1달러에 151.97엔으로 지난 1990년 7월 이후 33년 8개월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10월 151.94엔보다 하락한 것으로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일본 은행은 앞서 지난 19일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하고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 해당 통화를 매수하는 움직임이 강해지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에는 반대로 엔화를 매도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엔화 약세-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그 이유중 하나로 일본 은행이 추가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은행 우에다 총재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 속도는 경제 물가 전망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급격한 상승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일본 은행 다무라 나오키 심의위원이 강연에서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하고 이례적인 대규모 금융완화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통화정책 운용이 매우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일본은행 내에서도 통화 긴축에 적극적인 '매파'로 여겨지던 다무라 위원이 예상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엔화 매도-달러 매수가 확대됐다. 즉 시장에서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큰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엔화 매도-달러 매수가 이어진 것이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여기다 중국 인민은행이 이날 위안화 매매 기준치를 1달러당 7.0946위안으로 설정한 것도 영향을 줬다. 인민은행은 지난 22일 위안화 약세-달러화 강세 기조를 채택하면서 기준치를 어떻게 설정할 지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날 인민은행이 내놓은 기준치에 따라 위안화 매도-달러 매수가 확대되고 다른 아시아 통화 대비 달러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인 것이 결국 엔화 약세-달러 강세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이 "지나친 움직임에 대해서는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엔화는 저점 갱신후 한 때 151.60엔까지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지난 2022년 엔화 매수 개입 당시에도 '단호한 조치'라는 표현을 사용한 바 있기 때문에 엔화 약세를 억제하기 위해 엔화 매수-달러 매도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예상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시장 관계자는 NHK에 ”엔화 약세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번 주 들어 정부 관계자들의 엔화 약세 견제 발언이 잇따르면서 정부와 일본은행의 시장 개입에 대한 경계감도 나오고 있어 불안한 가격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 엔화 환율과 관련해 '단호한 조치'라는 표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 엔화 환율과 관련해 '단호한 조치'라는 표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9일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해제를 발표하기 전 엔화 환율은 1달러=149엔대 초반에서 움직였고, 2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FRB)가 정책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에도 엔화 환율은 1달러=149엔대 초반에서 움직였다.

시장에서는 6월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됐지만, 이미 금리 인하를 단행한 스위스 국립은행(중앙은행)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금리 인하가 멀었다는 전망에 달러 매수가 몰리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인 신문은 전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의 금리인하 동향이다. 연준이 3월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회의에서 밝힌 참가자들의 정책금리 전망은 연내 세 차례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6월 회의에서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파월 의장은 ‘올해중 어느 시점’이라고만 언급해 실제 인하 시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후쿠오카 파이낸셜 그룹의 사사키 유우키 수석전략가가 ”미국 경제의 강세 등으로 연준이 연내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1달러당 160엔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는 등 시장에서는 엔화 약세가 더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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