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산 김덕권 칼럼니스트 비정규직의 비애

얼마 전 모 병원에서 급식 일을 하고 있는 아주머니 한 분이 비정규직의 비애(悲哀)에 대해 호소를 해왔습니다. 이 병원은 환자에게 제공되는 아침, 점심, 저녁의 식사를 용역회사에 도급을 주어 처리하고 있는데, 아주머니는 이 도급회사에 채용되어 병원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는 계약직 노동자라고 합니다.

그런 노동자들이 같은 병원에 약 20여명이 계시다고 합니다. 이 아주머니는 한 달에 209시간의 정규근로시간을 근무하고, 추가로 140시간 이상을 야간근로 등의 초과근로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아주머니께서 받는 한 달 임금은 기본금과 상여금 기타 등등의 수당을 모두 포함하여 836,000원이고, 140시간분에 해당하는 시간외근로수당, 야간수당과 휴일근로수당이 600,000원을 합쳐 모두 140만 원 정도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 아주머니는 노동조합설립을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같이 직장 얻기도 힘든 때에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받아들여야 할 터인데, 자칫 노동조합 만들었다가 해고라도 되면 어쩌나하고 걱정이 되 선뜻 그것도 용기가 안 난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참으로 비정규직 아주머니들의 현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우리가 관심을 조금만 가지고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이 아주머님과 같이 곱빼기근무와 저임금의 노동착취에 고통 받으며 하루하루를 고단하게 생활하고 있는 분들이 참 많이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바로 우리 주변에서 고통 받고 있는 비정규노동자들을 위해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건네면 좋겠습니다. 또 그 분들이 가슴 졸이며 슬퍼하지 않도록 용기를 주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분들이 우리의 어머니요, 누이요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며칠 전 7월 11일, 국민의 당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가 비정규직 파업노동자를 향해 막말을 쏟아 부었습니다. SBS의 보도에 따르면 이 의원은 비정규직 파업에 관한 견해를 묻는 기자의 물음에 파업 노동자들을 ‘미친놈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또 이언주 의원은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화가 돼야 하냐?”며 “그냥 동네 아줌마들이다. 옛날 같으면 그냥 조금만 교육시켜서 시키면 된다.”고 했습니다. 이 의원은 논란이 벌어진 것에 대해 어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를 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가히 파격적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된 지 3일 만에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만났습니다. 메시지도 파격적이었습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한 것이지요.

문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인 것입니다. 특히 각종 편법, 탈법의 온상이 되는 간접고용제 문제를 손보겠다는 취지도 포함이 되었지요. 한국 사회에서 간접고용 규모는 해가 지날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합니다. 2016년 8월 기준 용역노동은 69만6000명, 파견노동은 20만1000명으로 모두 90만 명에 이릅니다. 전체 임금노동자 1960만 명 중에서 4.6% 차지한다고 하네요. 이러한 간접고용 규모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2001년에는 44만 명에 불과했습니다. 이러한 간접고용은 공공기관, 그리고 대기업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저임금으로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청의 사용자 책임도 회피할 수 있다는 이점이 간접고용을 확대시킨 배경입니다. 반면 간접고용 노동자는 박봉, 열악한 노동환경, 노동권 침해 등의 부당대우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선언이 큰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지난 6월 19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 앞에서 ‘학교 비정규직, 정규직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학교 비정규직의 완전 철폐>를 요구한 것입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1천만 시대 청년 4명 중 1명이 구직자로 헬 조선을 개혁하고자 하는 새 정부의 일자리정책을 환영하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을 완전히 철폐시키는 자랑스럽고 역사적인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정책이 성공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2014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 의원 실에서 발간한 ‘학교급식 조리노동자들의 건강권 실태와 작업환경 개선연구’ 자료집에 따르면, ‘붕대 칭칭 감고 출근하는 비정규직 조리사 90%가 골병, 아파도 쉴 수 없는 조리사’라는 말이 나옵니다.

학교급식 노동자의 91.9%가 이른바 ‘골병’이라 불리는 ‘근골격계질환’ 통증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노동자들은 현장 노동인력 부족으로 산재사고를 당해도 일을 쉴 수 없습니다. 한 조리사는 “저희 학교에서는 4명이서 480명분을 담당하고 있어 한명이라도 빠지면 남아있는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진다”며 “아파도 쉴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비정규직은 해고하기도 쉽고, 급여도 적습니다. 그리고 복리후생을 해 줄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니 비정규직은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좋은 제도일 수밖에 없지요. 비정규직의 급여는 정규직의 반에도 못 미칩니다. 그러나 하는 일은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합니다, 그래도 해고 되지 않으려고 참고 직장생활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이가 40에 가까워지면 다른 곳으로의 취업은 더욱 어렵기 때문에 참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비정규직 문제가 마침내 죽음을 불렀습니다. 2003년 12월 27일 한진중공업에서 촉탁직 노동자로 근무하던 김춘봉(49, 마산시 봉암동)씨는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전환된 후, 비정규직 일자리마저 잃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입니다.

이러한 비정규적의 비애를 아는지 모르는지 국민의 당 이언주 수석부대표의 비정규직 폄훼발언은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단 하루만이라도 학교급식현장에 들어가 직접 비정규직의 비애를 체험하는 것으로 진정성 있는 사과를 대신하면 어떨 까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7월 14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