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강진구 기자의 징계를 반대한다" 청원서 올라와.. 언론인-지식인-시민사회 서명 받기

허재현 "기자는 미투의 편에도, 미투 반대편도 아닌 오로지 진실추구의 편에 서야 한다"
김민웅 "미투 고발 당시 숨겼던 이X경 주례 간청 사실은 중요한 보도가치를 가진다"

[ = 정현숙 기자]= "미투운동이 진실의 힘을 기초로 한단계 진전하길 염원하는 전국 각지의 시민들이 보내온 선물로 제 작은 사무실이 화원이 됐다... 뉴욕타임즈는 피해자로부터 사건 직후 성추행 사실을 들었다는 증인이 최소한 2명 이상 확보되지 않으면 미투사건을 보도하지 않는다" -경향신문 탐사전문 보도 강진구 기자-

오는 12일 경향신문이 박재동 화백 '기획미투' 기사를 보도해 삭제까지 당한 강진구 탐사보도 전문 기자에 대한 징계 여부 등을 정하기 위해 인사위원회를 개최한다. 이와 관련해서 정론지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아 주로 '서울의 소리' 등 인터넷 매체와 일부 언론인,시민들이 응원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경향신문 측은 6일 "12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사규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지 전반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며 “징계를 결정하는 자리라기보다는 기자 작성·출고 전 과정에 대해 처음으로 기자의 입장을 듣고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박재동 화백의 성추행을 기획미투로 의심하며 자신의 소신을 꾸준히 밝혀온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7일 페이스북을 통해 강 기자에 대한 시민들의 응원도 대단하다며 징계성 인사위 소집에 대한 강진구 기자의 반론글을 링크했다.

강 기자는 시민들의 응원으로 꽃과 답례품이 가득한 데스크 사진과 함께 이번 인사위 회부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심경을 담담히 펼친 반론글을 게시했다. 그리고 "후배권력에 의해 경향신문 노조에서 월요일 집행부 회의와 대의원대회를 열어 저를 집중 성토하는 이벤트를 계획 중이라고 들었다. 얼마든지요."라고 응수했다.

김민웅 교수는 "이 징계가 그대로 관철되면 언론인에 대한 중대한 언론자유 침해 사례가 될 것이다. 강진구 기자가 노동전문 기자이자 노동법에 익숙한 노무사라는 점도 이 사안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라며 "관련 사안에 들어서기 전에 하나 꼭 짚을 바가 있다"라고 했다.

이어 "논란이 되고 있는 '피해자 중심주의'는 피해자의 실체를 전제한다"라며 "피해사실을 확증하는 과정은 서로 적대적 관계가 된 A와 B의 이야기를 먼저 살피는 것을 전제로 한다. 피해 주장이 곧 피해사실 입증은 아니다. 따라서 피해주장의 단계에서 피해자 중심주의는 적용될 수 없다"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피해자 중심주의'를 피해사실 확인 전에라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실체 없는 중심이 생겨난다"라며 "그런데, 이번 사건은 '피해자 중심주의'를 '피해주장'에 적용시켜도 모순이 드러난 사건이다. 박재동 화백의 주장을 통해 피해주장 당사자의 이야기가 반박된 것이 아니라 피해주장 당사자의 말이 스스로의 주장을 뒤엎은 내용이 적지 않게 발견되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미투 고발 당시 숨겼던 주례 간청 사실은 중요한 보도가치를 가진다"라며 "누군가를 '개박살' 내기 위해 '판을 깔았다'는 카톡 대화는 비공개를 전제로 했던 대화라는 점에서 그 내용은 거짓일 수 없고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었다"라고 다시 한번 놀라움을 상기시켰다.

실제로 웹툰작가 이X경 씨는 녹취록에서 자신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박재동 화백에게 결혼식 주례를 서달라고 거듭 간청하는 모습이 밝혀지면서 기획미투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모순을 나타냈다.

김 교수는 아울러 "기자는 이런 사안에 대한 모순을 찾아내 진실을 탐사하는 사실 검증자의 역할에 충실할 때 우리는 진정한 기자와 기사를 만나게 된다"라며 "강진구 기자는 그런 작업을 치열하게 해왔고 앞으로도 해나갈 언론인"이라고 치하했다.

허재현 전 한겨레 신문기자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한겨레에서 모난돌이었다고 회고하면서 피가 뜨거운 유형의 사람이라 다분히 감정적이지만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냥 들이받는 반골 기질이라는 취지로 서두를 열었다. 그는 강진구 기자의 징계위 회부에 대해 "제가 경향신문에 던져지는 모난돌이 되는 건, 다른 뜻이 없다. 경향신문을 아껴왔기 때문"이라며 소위 말하는 경향신문 후배세력들을 비판했다.

그는 "경향신문 유희곤 기자가 강진구 기자의 징계위 회부를 주도했다고 알려지고 있다."라며 "유희곤은 기자의 자격이 없다. 수많은 검찰발 오보를 저질러놓고 아직까지 아무런 책임을 안지고 있다. 한국기자협회야말로 유희곤을 징계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자신이 추구하는 페미니즘과 다른 판단에서 기사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선배 기자를 징계하는 게 말이 되나"라며 "이건 저널리즘과 민주주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다. 기자는 미투의 편에도, 미투 반대편에도 서면 안된다. 오로지 진실추구의 편에 서야 한다. 기자에게 페미니즘은 해석의 대상이지, 맹신의 대상이 되어선 안된다. 피해자중심주의가 아니라, 팩트중심주의여야 하는 곳이 언론사"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글에서 허 전 기자는 "성범죄 사건 보도도 아닌데 성범죄보도준칙 위반을 이유로, 인사위(징계위)에 회부하는 코미디"라며 "유희곤은 박재동 화백 사건 경과 검색부터 해보시오. 형사고소조차 안된 사건이다. 그냥 양쪽이 말싸움하고 진실다툼 하고있는 사안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력 없는 기자인 건 진작에 알았지만, 이런 자가 완장까지 차고 있으니 경향신문이라는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는 #경향_강진구기자_징계반대라는 제목에 해시태그를 달고 '경향신문 강진구 기자의 징계를 반대하는 언론인-지식인-시민사회 일동'이라는 청원서를 올리고 서명에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박재동 화백에 대한 가짜미투 의혹'을 제기한 경향신문 강진구 기자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8월12일로 잡혔다"라며 "가짜 미투에 대한 합당한 의혹제기는 진짜 미투를 보호하기 위한 언론의 책무다. 오로지 진실을 위하여, 함께 해주실 분은 서명 부탁드린다. 경향신문에 제출하겠다"라고 했다.

청원서에는 "미국 주요 언론은 물론 영국 유수의 언론들이 미투 폭로자들을 처음 단계에서 부터 '피해자'(victim)라고 적시하지 않고, '예비 피해자' 또는 '피해호소인'(alleged victim) 등으로 보도하고 있음을 우리는 눈여겨 살필 필요가 있다"라며 "세계 어느 문명국에서도 취재 과정에서 사실을 체크해나가며 진실에 다다르는 언론의 정당한 활동을 '2차 가해'라 경원시하는 곳은 없다"라고 했다.

아울러 "경향신문은 오랜 시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복무해온 대한민국의 대표적 언론이다. 만일 강진구 기자에 대해 섣부른 징계에 돌입한다면, 경향신문에 대한 시민사회의 신뢰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것이다. 강진구 기자에 대한 징계위원회의 즉각적 소집 철회를 요구한다"라고 촉구했다.

징계위에 회부된 당사자 강진구 기자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장문의 반론을 올리고 성원해준 시민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미투운동이 진실의 힘을 기초로 한단계 진전하길 염원하는 전국 각지의 시민들이 보내온 선물로 제 작은 사무실이 화원이 됐다"라며 "참기자 되라고 참크래커와 참기름을 보내주신 분도 있고 코로나 사태에 건강 잃지 말라고 홍삼과 마스크를 보내주신분도 있다"라고 했다.

이어 "멀리 제주에서 ‘강진구 기자님 많은 시민들이 응원합니다, 힘내시고 끝까지 진실을 위해 싸워주세요’라는 격려의 글과 함께 감귤즙을 보내준 독자분도 있다"라며 "한분한분 보내온 선물 보따리를 풀때마다 콧날이 시큰해진다"라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시민의 정성 어린 성원으로 위로가 되는 것에 감사했다.

강 기자는 "박재동 화백 가짜미투 의혹 보도 삭제 사태와 관련해 인사위원회는 12일 오전10시30분으로 확정됐다. 2시간여전 인사팀에서 인사위원회 개최 통보서를 보내왔다. 징계사유를 명확히 해달라는 저의 간곡한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는 경향신문이 자신을 징계위에 회부한 4가지 사유를 들고는 '회사의 승인없이 회사의 직무와 관련되는 내용에 대하여 외부 출연'한 거 외 나머지 3가지, 회사의 명예또는 신용을 손상과 신문제작 및 편집, 기타 업무에 대한 회사의 기존방침을 침해, 정당한 회사명령 불복과 신의와 협력규정 위반에 대해서는 절차상 하자라며 납득할 수가 없다고 했다.

강 기자는 "제 기사가 어떤 부분에서 성범죄보도준칙을 위반했고, 저의 어떤 행위가 신문의 명예와 신용을 손상하고 기존방침을 침해했는지 알 수가 없다"라며 "그냥 ‘네 놈이 네 죄를 알렸다’식의 원님재판을 할게 아니라면 이런 식의 징계 통보는 노동위원회로 가면 절차상 하자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을 거다. 하지만 굳이 이를 문제 삼을 생각은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뉴욕타임즈는 피해자로부터 사건 직후 성추행 사실을 들었다는 증인이 최소한 2명 이상 확보되지 않으면 미투사건을 보도하지 않는다"라며 "이 사건 경우 동료작가분이 이00 작가의 성추행 사실이 있었음을 확인해주는 유일한 증인인데 그분의 진술은 여러가지 의심이 된다. 그분은 2017년5월28일에도 만화진흥원 이사장 선출을 앞두고 이00작가와 카톡대화를 나눴다. 그것은 1심법원의 해석처럼 남들이 들을 것 예상하지 않고 나눈 대화라는 점에서 진실을 담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만약 기획미투라면 두사람이 가공의 성추행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동료작가가 성추행 사실을 확인해주는 카톡대화는 보도가치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라며 "기획미투라면 얼마든지 만들어낼수 있는 대화다. 또 그녀가 성추행 사실을 확인해줬다는 것은 최초 보도부터 법정에서도 반복됐던 것으로 새로운 내용도 아니다"라고 했다.
강 기자는 "다만 최소한 카톡대화에서 동료작가나 이 작가가 고의로 자신에게 불리한 발언을 했을 가능성은 없다"라며 "‘판은 내가 다 깔아줬고 자기는 춤만 추면 되는구만’이라는 대화는 그래서 의미가 다르다. 이는 그동안 SBS 보도후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고 했던 남편의 SNS 내용과도 맞지 않고 미투의 순수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강진구 기자의 징계를 반대한다

경향신문이 '박재동 화백 미투 관련 의혹'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강진구 기자를 12일 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경향신문 독립언론실천위원회(이하 독실위, 위원장 유희곤 기자)가 강 기자의 징계위 회부를 요구하며, △성범죄보도준칙을 어긴 점 △기사를 편집국 보고 없이 출고한 점 △보도 이후 유튜브 등에 출연해 경향신문 구성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우리는 강진구 기자의 해당 보도의 편에 서겠다는 게 아니다. 다만, 미투 관련 의혹 보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자가 징계를 당하는 것은 ‘진실 추구’라는 언론의 대원칙이 흔들리는 중대 사건이라고 판단하고 경향신문에 신중한 결정을 촉구하는 바이다.

우리가 경향신문에 신중 결정을 촉구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박재동 화백 관련 사건은 '성범죄 사건'이 아니다.

현재까지도 박재동 화백 사건은 ‘성추행’을 당했다는 일방의 주장이 보도된 가운데, 박재동 당사자는 이를 인정하지 않아 양쪽의 다툼이 있는 사안이라는게 객관적 상황이다. 박재동 화백은 피해 주장과 관련해 형사 재판에 회부된 바도 없다.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로써 경향신문이 성범죄보도준칙을 제정한 것은 타당한 것이며 기자들은 이를 최대한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강 기자를 이 준칙의 위반 이유로 징계 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건이 성범죄로 의심의 여지없이 결론이 난 상태여야만 한다.

따라서 우리는 강진구 기자의 징계는 물론, 그가 성범죄보도준칙에 따라 징계위에 회부되는 것 자체가 합당한 처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둘째. '피해자 중심주의'가 취재 및 보도 과정에서 무비판적으로 적용되어서는 안된다.

현재 페미니즘 사회 내부에서조차 피해자 중심주의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분분한 상태이다.

주지하듯,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말은 2000년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 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 90년대 내내 우리 사회가 피해자의 말보다는 가해자 쪽의 해명에 기반하여 성폭력 사건을 대해왔다는 반성적 성찰에 따라, '피해자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는 취지로 당시 100인 위원회가 '피해자 중심'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훗날 '주의'라는 말이 더해져 현재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권위적 언어로 성장했다는 게 페미니즘계의 공통적 견해다.

그러나 이후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용어가 피해 호소인의 주관을 판단의 최종심급으로 위임한 것처럼 대중에게 잘못 전달 되고 있어, 페미니즘 내부에서조차 이 용어를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논란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왔다. 피해자 중심주의는 '피해자 절대주의'가 아니며 피해자의 말이 진리처럼 받아들여져선 안된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 저널리즘이 추구하는 가치와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가치가 상호 대립적인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경향신문은 2000년대 초반 제기된 '피해자 중심주의' 용어의 뜻을 2020년대에 무리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야야 할 것이다.

셋째. 언론과 언론인에게 페미니즘은 해석의 대상이지 맹신의 대상이 되어선 안된다.

페미니즘은 우리 언론이 존중하고 참조해야 할 중요한 사조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언론인은 사건의 보도과정에서 사실관계를 논리적으로 확정해야 하는 '특수 직업인'이다. 재판과정과 마찬가지로 취재과정에서 언론인은 ‘미투의 편’도 ‘미투 반대 편’에도 머물지 않으며 오로지 진실만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게 우리의 입장이다. 이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이 국제 언론사회의 합의된 저널리즘 관행이다. 미투 보도의 원조인 미국 주요 언론은 물론 영국 유수의 언론들이 미투 폭로자들을 처음 단계에서 부터 '피해자'(victim)라고 적시하지 않고, '예비 피해자' 또는 '피해호소인'(alleged victim) 등으로 보도하고 있음을 우리는 눈여겨 살필 필요가 있다. 세계 어느 문명국에서도 취재 과정에서 사실을 체크해나가며 진실에 다다르는 언론의 정당한 활동을 '2차 가해'라 경원시하는 곳은 없다.

경향신문은 오랜 시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복무해온 대한민국의 대표적 언론이다. 만일 강진구 기자에 대해 섣부른 징계에 돌입한다면, 경향신문에 대한 시민사회의 신뢰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것이다. 강진구 기자에 대한 징계위원회의 즉각적 소집 철회를 요구한다.

경향신문 강진구 기자의 징계를 반대하는 언론인-지식인-시민사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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