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견서는 '입퇴원확인서'에 불과..'출생증명서'는 생사에 관한 증명서로 형사 처벌 대상"

엄경천 변호사 "'출생증명서'는 의사가 처벌을 각오하고 허위로 작성하기 어려워"

"나경원 비호하고 옹호하는 개인 혹은 세력이 법조계뿐 아니라 의학계에도 적지 않다"

[정현숙 기자]=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도는 나경원 전 의원이 전날 아들 김현조 씨의 군입대를 기화로 원정출산과 이중국적 의혹을 불식하려 서울대병원 소견서를 올려 정치력을 회복하고자 했지만 도리어 공염불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쪽은 나경원 전 의원이 제출한 소견서 아래는 서울대병원  소견서 원본. 원본은 2019년 7월 26일에, 나경원전 의원의 소견서는 2019년 9월 23일에 발급됨. 정서인 페이스북

법관 출신의 나 전 의원이 빠삭한 법 기술을 발휘해 소견서를 들이밀었지만 산부인과 전문의와 변호사, 일반 시민들이 SNS는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다양한 자료 등을 제시하면서 아들 김 씨의 출산과 이중국적의 의혹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김 씨의 군입대에 딱 맞춰 검찰은 무혐의를 던지는 친절도 보였다.

장신중 경찰혁신기획단 상임연구관은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정도면 소견서는 위조된 걸로 보인다'는 논객 정서인 씨의 글을 공유했다. 장 연구관은 "나경원이 아들 김현조의 원정출산, 이중국적 의혹 물타기용으로 공개한 '소견서'가 오히려 '위조' 의혹으로 발전"이라면서 문제점 2가지를 제시하고 차근차근 짚었다.

1. 서울대병원 양식과의 차이

서울대병원 양식은 위조방지를 위해 서울대병원 로고와 이니셜 "SNUH" 워터마크가 있고, 맨 아래쪽 공란이 회색인데 나경원 소견서에는 워터마크가 없고 공란이 흰색으로 되어 있다. 모양 다름

2. 퇴원했다는 12월14일은 일요일

1997년 12월 14일은 일요일. 정말 특별한 경우 외에는 어떤 병원도 일요일에 퇴원시키는 경우는 없음. 만약 항간의 소문처럼 LA에서 출산했다면 1997년의 경우, 토요일 오전 퇴원이 가능.

장 연구관은 "공개된 소견서가 의사가 아무런 생각없이 나경원이 불러주는대로 기재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출산장소'에 관한 언급이 없는 것에 비춰 나경원의 출산과 서울대병원은 무관"이라며 "부산에서 출산했다면 부산에서 소견서를 발급받았을 것인데 서울대병원을 빙자한 것을 보면 부산에서 출산한 것 또한 아닌게 거의 확실하다"라고 적었다.

또 나 전 의원이 내민 소견서에는 임상적 병명에 황당하게 myoma(자궁근종)라는 의학용어가 기재 되어 있다. 장 연구관은 "자궁근종 검진결과와 23년 전 김현조 출산이 무슨 관계가 있다고 의사가 이걸 기재했단 말인가"라며 "서울대병원에서 출산했다는 장소 기재가 없는 것에 비춰 서울대병원에서 출산한 게 아닐 가능성이 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중국적이 아니라면 여권이나 출생증명서만 공개하면 단박에 해명이 될 걸 공개하지 못하는 건 김현조가 미국 국적자라는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라며 "나경원은 수구 적폐 언론을 등에 없고 꼼수 해명으로 물타기 하려 했겠지만, 불길이 설 붙은 볏짚에 휘발유를 들이부은 꼴"이라고 꼬집었다.

정서인 씨는 "나경원이 제시한 소견서는 그 내용도 괴이할 뿐 아니라 용지 양식 조차도 원본이라고 봐 줄 수 없다"라며 "이 정도면 위조된 거라고 단정을 해도 무방할만큼 허술하기 짝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경원 여사님 이번엔 제대로 딱 걸린 것 같은데,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해명 제대로 좀 하셔야겠다"라며 "서울대 실험실을 맘대로 이용할 정도니까 저딴 소견서 한 장 쯤이야 일도 아닐 것 같은데, 이번 소견서는 서울대병원 소견서랑 문서 양식과 용지 자체가 완전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관련해 한명석 동아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SNS를 통해 "참 특이한 소견서"라며 "22년 전 분만한 걸 소견서로 발급하는 건 아주 이례적인 경우다. 소견서는 말 그대로 의사의 소견(opinion) 일 뿐 차라리 진단서로 발급했다면, 발급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기에 더 신뢰가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진단은 일반검진(Routine check up)과 여성에서 흔하디흔한 자궁근종(myoma)으로 적어 넣고, 병력은 history of normal fullterm delivery(자연분만) 만을 기록 했다"라며 “이것만 봐서는 서울대병원에서 분만했는지, 혹은 환자의 주장을 소견서 형태로 발급되었는지 알 수 없다”라고 의심했다.

대한변호사협회 학술위원과 호적도감 도제조를 겸하고 있는 엄경천 변호사는 페이스북에서 나 전 의원이 굳이 출생증명서가 아닌 소견서를 제시한 것을 두고 범죄 적용의 유무를 판단해 그렇게 한 것으로 내다 봤다. 즉 나 전 의원의 소견서는 ‘입퇴원 확인서’에 불과해 비록 허위의 내용일지라도 범죄 성립은 안된다는 것이다. 반면 출생증명서 허위 작성은 형사처벌 대상이다.

"출생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하면 그것을 작성한 의사는 형법 제233조에 의하여 '허위증명서 작성죄'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등으로 처벌받게 된다"

엄경천 변호사는 "'출생증명서'는 형법 제233조에서 말하는 '생사에 관한 증명서'이기 때문에 의사가 처벌을 각오하고 허위로 작성하기는 어렵다"라며 "그 대신 '입퇴원확인서'의 취지로 기재된 소견서는 형법 제233조에서 말하는 '진단서'가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설명하고 법규를 게시했다.

송요훈 MBC 기자도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 원정 출산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려면, 아이를 낳은 국내의 병원에서 아이의 출생증명서를 발급받아 공개하면 되는데, 1997년에 아이를 낳았다는 의사의 소견이 적힌 엄마의 2019년 정기검진(Routine Check Up) 소견서를 공개하는 이유는 뭔가"라고 의아해 했다.

그는 “이건 해명이 아니라 국민을 희롱하는 거 아닌가?”라며 “소견서 작성한 서울대병원 의사를 찾아가 이런 의문을 해소해줄 기자는 없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광일 전 이투데이 부국장도 SNS에서 "논산훈련소도 철원훈련소도 아닌 자기집에서 아들과 배웅하며 주류언론 사진기자 불러 포토뉴스 만들어내는 어떤 이의 소견서에는 지랄이 풍년이란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불법행위를 밥먹듯 일삼아온 기득권의 정점에 있는 이가,또 선거에 나오려하는 건, 이를 밑천으로 자신의 불법과 탈법을 덮고 법의 처벌을 피하기 위함임을 대중은 이미 간파하고 있는 거다. 그래서 처참한 거"라며 "서울시민이 눈먼 봉사인지 아닌지, 그냥 봉인지 아닌지는 이들의 행보로 판가름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요한 새물결아카데미 대표도 "나경원 씨 아들의 국적 논란이 또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거세게 소용돌이치고 있다"라며 "이전과 다른 점은, 이번 논란은 나경원 씨 본인이 자초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엄연히 출생증명서와 진단서(소견서)의 성격과 용도가 다른 것에 비춰볼 때 많은 시민들이 나경원 씨의 셀프 증명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것은 자연스럽다"라며 "굳이 이 시점에서 나경원 씨가 아들의 출생을 산부인과 진단서라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해소하려 했던 이유는 주지하듯이 내년 상반기에 치러질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경원 씨에 대한 숱한 의혹과 문제제기가 있을 때마다 법원과 검찰이 철통방어를 해줬던 전례에 비춰볼 때, 나경원 씨를 비호하고 옹호하는 개인 혹은 세력이 법조계뿐 아니라 의학계에도 적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함이다"라고 했다.

이어 "즉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 막강한 카르텔을 구축하고 있는 기득권 동맹이 여전히 기동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리고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실상이기도 하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내년과 후년에 치러질 거대 선거들은 호시탐탐 기득권 복원을 노리는 세력들이 과연 누구를 얼굴 마담으로 내세워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극대화할 것인지, 권토중래를 꿈꾸는 선거라고 할 수 있다"라며 "재벌, 검찰, 언론, 종교, 강남권이 주축이 된 우리사회 기득권 세력은 여전히 강하다. 디테일하게 보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시민들이 계속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이중국적 의혹이 있는 김현조 씨의 입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현행법에 따르면 이중 국적자는 군대에 가지 않으려면 18세 되는 해에 한국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 미국은 모병제라 입대할 필요가 없다.

과거 이중국적자들이 병역 기피 목적으로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법 개정으로 병역 의무를 다 한 이중국적자에 한해 복수국적을 허용해주고 있다. 외국 국적은 물론, 군대를 다녀와 한국 국적까지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복수국적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배경에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미래 진로에 대한 불확실함이 모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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