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 윤석열의 ‘X파일’ 역공, 어른거리는 ‘초원복국’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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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윤석열의 ‘X파일’ 역공, 어른거리는 ‘초원복국’ 망령
  • 이창은
  • 승인 2021.06.2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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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와 가족에 대한 검증은 상식, 불법사찰 정치공작 공세 멈춰야

[뉴스프리존] 유력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가족에 관한 ‘X파일’의 실체와 출처를 두고 정치권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 19일 야권인사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이 “윤 전 총장과 가족 관련 X파일을 보니 방어가 어렵겠다”라는 발언 이후 내용 보다는 출처와 실체를 두고 여야 간 전면전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X파일’의 당사자인 윤 전 총장측은 그동안 “여야의 협공에도 내 갈길을 가겠다. 국민을 통합하는 큰 정치를 하겠다”며 현실정치에 거리를 뒀다. 19일 ‘X파일’ 뇌관이 터졌어도 ‘무대응 원칙’임을 강조하며, 대응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런데 돌연 22일 윤 전 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이례적으로 장문의 반박 메시지를 내놓았다.

윤 전 총장이 언론에 내놓은 메시지는 본인과 가족간 의혹에 대한 해명과 역공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최고위원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등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판사사찰 사건 이첩 및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용민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최고위원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등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판사사찰 사건 이첩 및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용민 페이스북

먼저 "저는 국민 앞에 나서는데 거리낄 것이 없고, 그랬다면 지난 8년간 공격에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며, "출처 불명 괴문서로 정치공작을 하지 말라. 진실이라면 내용, 근거, 출처를 공개하기 바란다"면서 "그래서 진실을 가리고 허위사실 유포 및 불법사찰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인 해명 외에 윤 총장측이 내심 의도한 것은 다음 대목이다. "최근 출처불명의 괴문서에 연이어 검찰 발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보도된 것은 정치공작의 연장선상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X파일’을 괴문서로, 작성의 주체를 정부여당으로 몰아갔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검찰총장이니 ‘검증’은 문제없고, 조국 전 법무장관 가족수사로 탄압받아 중도사퇴, 대선후보로 나선 상황을 활용, 지지세력의 결집효과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윤 전 총장측 해명 메시지의 키워드는 ‘허위사실 유포, 불법사찰, 정치공작’ 세가지이다. 특히 불법사찰과 정치공작은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 흠집 정도가 아닌 치명상을 가하는 용어였다.  

윤 전 총장측의 대대적인 역공에 더불어민주당은 발끈하고 나섰다. 

X파일의 진원지로 알려진 송영길 대표는 2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법적지위를 갖고 국가 지원을 받는 대통령의 배우자가 될 사람에 대한 검증은 대통령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윤 전 총장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이다. 자기가 조국 전 장관 부인과 가족에 대해 수사했던 정도보다 (검증 강도가) 더 심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윤 전 총장 배우자인 김건희씨 까지 언급, 전선을 확대했다. 

백혜련 최고위원은 "김무성 전 대표 보좌관 출신의 SNS로 시작된 일인데 윤 전 총장은 불법사찰이라는 해괴망측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야당 발 X파일 논란에 여당을 엮어서, 전언정치와 대변인 사임 등 일련의 아마추어 논란을 벗어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고 비판했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전 총장이 사찰을 운운했다 하는데 얼마나 수치심이 없어야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어리둥절하다"며 "사건을 조작한 검찰에 대해 반성하고 판사 사찰을 했던 본인의 행위에 대해서 먼저 반성부터 하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민주당측이 ‘불법사찰’과 ‘정치공작’이란 주장에 맹공을 가한 것은 그만큼 ‘사찰과 공작’이 주는 음습한 이미지를 알기 때문이다. 여기서 윤 전 총장측이 주장하는 ‘불법사찰’과 정치공작‘이라는 주장 뒤에 숨은 사건 하나를 찾아 볼 수 있다.

1992년 12월 11일, 14대 대선을 1주일 앞두고 부산의 전현직 기관장들이 대연동 초원복국집에 모여들었다. 당시 대선은 1노3김시대가 끝나고, 민주자유당의 김영삼, 민주당 김대중과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이 창당한 통일국민당 3파전으로 대선 1주일 전이지만 판세는 오리무중으로 누구 하나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모인 기관장은 좌장인 김기춘(제40대 법무부 장관), 김영환 부산직할시장, 박일용 부산지방경찰청장, 이규삼 국가안전기획부 부산지부장, 우명수 부산직할시 교육감, 정경식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박남수 부산상공회의소장 등으로 김대중과 정주영 등 야당 후보들을 비방하는 내용을 유포시키자는 등 유례없는 관권선거를 부추기는 대화들을 나눴다. 

지금도 회자되는 김기춘의 “우리가 남이가, 이번에 안 되면 영도다리에서 빠져 죽자"며 박일용 청장에게 분발할 것을 촉구하니 ”우리가 더떠듭니다“ 등으로 화답, 노골적인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등 상상을 초월한 대화들이 오갔다. 

선거전에 뛰어든 정주영 후보측 국민당은 옛 안기부 직원을 고용, 부산기관장 회동전에 ’도청장치‘를 설치, 이들의 대화와 노골적인 사전선거운동을 고발, 국면이 전환되길 바랬다. 

위기에 몰린 김영삼 후보측은 다음날 바로 기자회견을 자청, 이 사건을 ’음모‘라고 규정했다. [조선] [중앙] [동아] 등 당시 주류 언론(이들은 후에 조중동으로 연칭)은 관권선거의 부도덕성보다 주거침입에 의한 도청의 비열함을 더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경상도 지역의 지역감정을 더욱 자극하여 이 때문에 통일국민당이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았고, 김영삼 후보에 대한 영남 지지층이 결집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여세를 몰아 김영삼이 14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위키백과 인용)

초원복국집 사건은 한국 정치사에 새로운 정치공학을 만들어냈다. '공권력의 선거 개입'을 부정하고 ’불법도청‘에 포커스를 맞추는 언론의 프레임 선정 전략과 의제 설정의 힘을 보여준 단적인 예였다. 권언유착을 넘어 김영삼 후보에 올인한 [조선일보]는 김영삼 정권 등장 이후 자칭 1등신문으로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했다.

초원복국 모임을 주도한 공안검사이자 유신검사로 불린 김기춘은 입각은 못했지만 후에 김영삼의 고향인 거제에서 1996년 총선 출마, 3선을 역임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사건이 터지자 ’국정개입‘ 내용보다 수사기관과 언론에 ’의혹의 유출경로‘를 주목하게 만들어 국면을 전환시켰다. 초원복국집 사건과 놀랍도록 닮은꼴, 김기춘의 작품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유력 대선후보인 윤 전 총장과 가족간의 의혹을 모은 ‘X파일’에 대해 해명이 우선이다. 어차피 털고 가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공방의 대상 아닌 유력 후보 검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윤 전 총장이 해명 대신 ‘불법사찰과 정치공작’ 운운 하는 순간 30년전 초원복국집 사건이 어른거린다. 그 뒤로 [조선일보] 출신 이동훈 전 대변인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희미하게 비춰지기도 한다. 30년 전 처럼 소수 유력언론으로 프레임을 뒤집을 수 있을까? 전 국민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시대, SNS로 수많은 정보가 오가는 시기에 유력 언론이 판을 뒤집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 복당을 앞둔 홍준표 의원이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에게 전하는 글을 남겼다. 

“정치판은 없는 것도 만들어 내는 판인데 있는 의혹을 불법사찰 운운으로 피해 갈수 있겠냐?”며 “정면 돌파해 본인과 가족들의 국민적 의혹을 푸시기 바란다. 옛날과 달리 지금은 유리알 속 세상이다”

윤 전 총장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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