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언론연대 초청 간담회..."검찰개혁 목표 100점 만점에 40점"
이재명 후보와의 인연 소개하며 "두 차례 만났는데 영특하신 분"
윤석열 후보 검찰권 강화 공약에 "공수처 성과 미흡 인정, 보완 필요"

[경남=뉴스프리존]박유제 기자=우리나라 검찰은 개혁의 대상일까, 아니면 검찰 권한을 더 강화해 줘야 할까.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검찰 개혁 완성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검찰권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역시 방법론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비대해진 검찰 권한을 분산하려는 데 초점을 두었다는 점에서는 이재명 후보와 궤를 같이한다.

대선의 최대 이슈 중의 하나인 검찰개혁이 실제로 필요한지,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검찰개혁 방안은 무엇인지, 검찰권 강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에 대해 물어볼 기회가 생겼다.

부울경언론연대는 때마침 창원을 방문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변인 출신으로 법무부 인권국장을 지낸 황희석 전 법부무 검찰개혁추진지원단장을 만나 검찰개혁 전반에 대한 그의 소신을 들어봤다.

부울경언론연대 소속 회원사와 간담회를 갖고 있는 황희석 전 법무부 검찰개혁추진지원단장 부울경언론연대
부울경언론연대 소속 회원사와 간담회를 갖고 있는 황희석 전 법무부 검찰개혁추진지원단장 ⓒ부울경언론연대

검찰개혁 목표 "점수로 본다면 40점?"

법무부 검찰개혁추진지원단은 비정규 직제에 포함돼 있는 일종의 임시기구다. 황희석 변호사가 법무부 인권국장을 역임하고 있을 당시 인권국장은 법률상 정규직제인데 비해, 검찰개혁추진지원단장은 비정규직제로 생긴 조직이다.

"사실 검찰개혁이라는 것이 국민들의 일상생활과는 좀 동떨어져 있고 구체적인 밑그림도 잡혀있다고 볼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개별적으로는 무소불위의 검찰 권한 때문에 피해를 입거나 억울하게 당하신 분들이 분명히 계실 겁니다. 검찰개혁을 하자는 것은 결국 검찰이 너무 많은 권한을 한 군데에 집중해서 행사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국민들의 인권과 재산권 또 어떻게 보면 한 인생이 파멸될 수 있는 그런 위험한 상태이기 때문에 검찰권을 균등하게 분산시키고자는 취지에서 하고 있는 거거든요."

황희석 변호사는 자신이 단장을 맡았던 검찰개혁추진지원단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법무부 인권국장 출신답게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국민의 인권보호에 맞춰 설명한 셈이다.

그렇다면 검찰개혁은 실제로 온당하고 적합하게, 그리고 합리적으로 추진되고 있을까. 황 변호사는 "검찰개혁으 전체적인 진행상태를 (정량적으로)평가하는 것은 어렵지만, 100점 만점으로 본다면 제가 볼 때는 40점 정도 이뤄지지 않았을까, 100보를 가야한다면 40보 정도 왔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가야할 길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고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검찰개혁 필요한 이유는 '유검무죄, 무검유죄'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검찰수사권 분산, 고위공직자수사처 설립 등 검찰개혁이 꼭 필요한 이유를 묻자 황 변호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갖고 형사법상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심지어 국가소송도 수행할 수 있고, 형도 집행할 수 있는 권한까지 있습니다. 선진 문명국가라면서도 이처럼 반문명적이고 구시대적 사법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가 유일합니다."

국민들의 일상 생황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근거로는 '유검무죄, 무검유죄'를 들었다. 황 변호사는 "형사법상의 모든 권한이 검찰에 가 있으니까 검찰수사 단계에서 사건을 덮어버리거나 왜곡 축소하는 경우도 있고, 검사 출신 변호사를 이용해 전관예우를 기대하는 그런 구조가 사법체계를 무너뜨리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의 가장 큰 이슈 중의 하나인 대장동 의혹을 예로 들었다. "특별검사를 했던 분이 50억을 받은 이유가 대장동 사건 변호인으로 나서 덮었고, 당시 검사가 윤석열 검사였고. 이들을 소개한 사람이 김만배 씨다 뭐 이런 얘기가 나오잖아요. 그래서 50억이 넘어갔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그러니까 기소권을 가진 검사와 검사출신 변호사가 암수 한 몸이 돼버리는 식의 사법제도가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한 동안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뒷받침되면서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설립된 것은 가시적 성과 중의 하나로 평가됐다. 하지만 지금도 그런 평가는 유효할까.

공수처에 대한 실망, 그리고 윤석열의 '검찰권 강화'

심지어 윤석열 후보가 검찰권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기까지 하게 된 배경에 대해 보충 설명이 필요했다. 공수처의 기능이나 성과 등에 대해 국민들이 적잖이 실망한 것도 검찰권 강화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배경이 되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황 변호사는 일부 인정한다고 언급했다.

"공수처가 제대로 성과를 못 내고 있는 건 분명하고요 실망스러운 거죠. 검찰개혁의 큰 뿌리가 하나는 공수처, 또 하나는 검찰 수사권 폐지인데요. 공수처가 설립될 때 국민의힘중에서는 엄청나게 반대를 했거든요. 반대를 해서 공수처가 충분히 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기보다는 제대로 기능을 못하고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도록 오히려 법안이 어중간하게 수정이 돼 버렸어요."

공수처법의 한계와 더불어 조직규모에 대해서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 변호사는 "공수처 검사는 창원지검보다 적은 25명에 불과한데다, 공판부까지 빼고 나면 실제로 직접수사를 하는 검사는 11명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고위공직자 범죄 관련 고소 고발사건만 처리하는 것도 실효성에 의문이 생길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수처의 성과가 미흡한 데는 검찰의 견제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검찰 쪽에서는 공수처가 자기들을 견제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속된 표현으로 '깔아 뭉개려고 한다'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애써 무시해 버리려고 하거나 도와주지 않는 방법으로 공수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고 평가합니다."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실에 CCTV를 설치한 이유"

인권과 검찰권에 대해 이 같은 시각을 가진 민변 출신의 황희석 변호사가 같은 민변 출신의 이재명 후보와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자연스럽게 다가왔다고 한다. "한 모임을 준비하면서 강사로 초청하기 위해 성남시장실을 방문했는데 시장실에 CCTV가 설치돼 있었어요. 그래서 물었더니 전임시장들이 모두 구속되고 자신이 처음으로 구속되지 않는 성남시장이 되기 위해 설치해놨다는 얘기를 듣고 '참 영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뒤 한 민원인이 시장실 접견 후 돈봉투를 놓고 간 것을 돌려준 뒤 '내가 이러다가 죽겠거나'라는 생각이 들어 (부정과 비리)예방 차원에서 CCTV를 설치한 것이라는 일화도 들었다고 한다.

게다가 취임 후 비서실 직원을 측근들로 채우는 데 전임시장이 임명한 비서실 직원들을 계속 근무하게 한 사실, 1조원이라는 큰 빚에 허덕이던 성남시의 부채를 1년 만에 다 갚게 된 과정, 부산의 엘시티 공공이익 환수액이 제로인데 비해 대장동 사업하면서 5500억 원을 환수한 점 등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국민의힘이 대장동 설계자로 이재명 후보를 지목하고 있고, 여전히 대장동 의혹의 핵심으로 주장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저는 대장동을 파면 팔수록 이재명 지사가 유능하고 청렴하다는 것이 더 드러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중 공공개발을 통해 이익을 환수한 지자체장은 단 한 명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와의 두 번째 만남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재임시절이었다고 한다. "제가 공직에서 물러난 뒤 인사하러 간 자리에서 의례적 인사만 하고 나오려던 계획이 1시간 가량의 허심탄회한 대화로 이어졌습니다. 그날은 마침 신천지 압수수색 들어가기로 한 날이었는데 긴장도 않고 저와 많은 대화를 이끌어가시는 것을 보면서 영특하고 약속지키고 능력있는 분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비호감 선거? 앞으로는 영웅 없는 대선"

내친 김에 인권 변호사 출신으로서 그가 바라보는 이번 대통령선거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지를 물었더니 황 변호사는 먼저 '비호감 선거'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언론에서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표현하는데, 이것을 특징적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과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군사독재에 맞서는 영웅들이 대선에서 움직였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는 '비호감 선거'라는 표현들이 더 자주 등장할 것입니다."

영웅들이 대선판을 움직이는 시대는 이제 끝났으며, 이제는 국민들의 일상에서 살아오던 그 사람들 중에 정치인이 나오고 그 중에서 대선후보가 소환돼 나오는 그런 대통령선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으로 읽힌다.

황 변호사는 언론의 역할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웅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보니 처음부터 부정적인 부분들이 많이 거론되기 시작했고, 이런 저런 비리나 문제점들이 많이 거론되면서 후보별 장점이나 정책에 초점을 맞추지 못한 측면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언론들도 '누가 뭐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등의 휘발성 있는 주제들 위주로 기사를 양산해내는 그런 측면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선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과거와 미래, 과거의 문제와 미래의 희망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다보니 TV토론에서나 정책공약을 두고도 후보 간 엇박자가 나고,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후보 선택권이 제한을 받는 것이 안타깝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현재진행형'인 윤 후보의 신안저축은행 의혹

정치권에서 '황희석 변호사'가 활발하게 거론된 것은 10년 전 세간을 떠들석하게 했던 신안저축은행 비위사건이다. 황 변호사는 '금융감독원이 신안저축은행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이 저축은행 임원들을 모두 불기소처분했고, 여기에 당시 윤석열 대검중수부 2과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즉시 "윤 후보는 당시 중수 2과장이 아니라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하고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확인 결과 사건 당시 중수 2과장으로 근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된 바 있다.

국민의힘 해명에 대해 황 변호사는 "금감원이 신안저축은행의 박상훈 대표이사 등 임직원을 검찰에 고발한 날짜가 2012년 7월 5일이다. 당시는 윤 후보가 저축은행 수사를 담당하고 있던 대검 중수부에 근무를 할 때가 맞다"며 근거자료를 제시하기도 했다.

황 변호사의 인터뷰가 있은지 불과 1주일도 안된 27일, 민주당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할 당시 신안저축은행 박 전 대표를 무혐의 처분한 뒤 장모 최은순 씨가 이 은행으로부터 136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선대위 현안대응TF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신안저축은행이 김건희 씨 가족이 추진한 사업에 시행한 대출액이 136억원을 초과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윤 후보 장모 최씨의 요양급여 불법 수급 사건, 경기 성남시 도촌동 토지 취득 관련 통장잔고 위조 사건 판결문과 최씨 가족회사 ESI&D에 대한 공시자료와 부동산 등기부를 확인한 결과라고도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대출 금액을 임의로 추정하면서 거짓 네거티브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이재명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의혹 소명이 먼저라고 맞서고 있는 상태다.

지역출신 인권변호사, 정치활동 가능성은 "글쎄요"

황희석 변호사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의 사회혁신추진단장과 민주당 마산합포구지역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창원시와 인접한 함안군 출신에 마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이력이 더해져 향후 창원에서의 정치활동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이유다.

민주당 마산합포구지역위원회는 박남현 전 위원장이 공공기관으로 진출하면서 공석이 됐고, 경남도의회 이옥선 의원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황희석 변호사가 공동으로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황 변호사는 지역에서의 정치활동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단 선을 긋고 나섰다. "(경남 출신이다보니)이번 대선에서 경남대전환선대위 선대본부장을 맡으면서 동시에 마산합포구를 활성화시켜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정치활동 계획에 대해 "중앙선대위와 경남선대위 활동을 함께 하다보니 특정 지역위원회를 제가 완전히 맡을 수 있는 처지도 못돼고 또 대선이 끝나면 저는 다시 서울에서의 활동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 입장"이라면서도 마산합포구지역위원회 분들하고 같이 소통하면서 여러가지 필요한 부분들은 챙겨 나가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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