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 이준석을 위한 ‘비단주머니’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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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이준석을 위한 ‘비단주머니’는 없었다
  • 이창은 기자
  • 승인 2022.07.1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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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권 정지 6개월’은 대표 고사작전, 이준석식 개혁정치 설자리 없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7일 윤리위에서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여당 대표가 윤리위에 회부된 일은 정당사상 초유의 일이다. 경찰 조사 중인 사안임에도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는 예상보다 강했지만, 이 또한 예상된 수순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정당은 직업적 정치인들이 모인 곳이다. 어느 조직보다 정치력이 기본인 집단이다. 이준석 대표가 윤리위에 ‘성상납(성접대) 의혹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회부된 순간, 그의 운명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봐야한다. 이는 8일 새벽 윤리위 결정 직후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 대표의 직무가 정지됐다며, 이후 '권성동 대행' 체제로 윤리위 결정의 후폭풍을 수습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처럼 징계 이후 즉각 대응한 것에 잘 드러난다. 

이준석 대표는 2021년 6월 11일 보수정당 사상 0선의 30대 젋은 정치인으로 당 대표에 선출됐다. 이 대표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비슷한 노선으로 2021년 4·7 서울부산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는데 2030세대를 동원, 정치적 효능감을 입증하며 ‘영남 자민련’ 수준으로 궤멸 위기에 빠진 국민의힘에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지역 기반 대신 2030세대 기반 지지층을 쥐고 있고, 지상전보다 공중전에 능한 이준석 대표는 '이준석 현상'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국민의힘 주도로 대선을 치르고자 했지만,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후보 아닌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후보의 등장으로 어긋나기 시작했다. 결국 대선기간 윤석열 후보의 갈등과 협력 속 대선에서 승리, 이어진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지난 7일 윤리위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3월 9일 대선 승리를 하고도 저는 누구에게도 축하를 받지 못했으며, 대접받지 못했다"면서 "6월 1일 (지방선거에서)승리하고 난 뒤에도 바로 공격당했고 면전에서 무시당했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토사구팽(토끼사냥이 끝나면 사냥개가 솥에 삶아진다는 고사)’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여당 대표의 윤리위 회부, 중징계와 직무 정지, 이런 일련의 시나리오가 어떻게 가능한가?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의 시간이다. 5월 9일 취임 이후 이제 두달, 권력의 새판짜기 시간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윤 대통령의 권력지형은 크게 검찰인맥과 ‘이명박근혜’ 시기의 행정관료로 두 축이다. 26년간 검사로만 살았기에 검찰쪽 인맥이 핵심이지만, 검찰로만 세상을 다스릴 수 없기에 이른바 ‘윤핵관’의 추천을 받은 전문관료 인사들로 채워진 것이다. 그러면 남은 권력은 ‘여의도 권력’이다. 

윤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여의도 권력을 알지도 못하고 불신한다. 대선을 위해 국민의힘과 손잡은 것에 불과하다. 그래도 국정을 위해 여의도와 손잡아야 하고, 손발이 맞을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면에서 ‘윤핵관’이 있는 것이고, 일단은 ‘윤핵관’을 통해 여의도를 장악해야 한다. 

이준석 대표에 대한 윤리위 당원권 정지 6개월  조치는 윤심을 업은 '윤핵관'의 당권 장악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대표에 대한 윤리위 당원권 정지 6개월 조치는 윤심을 업은 '윤핵관'의 당권 장악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모든 권력이 윤석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이준석 대표는 대선 이후, 사사건건 ‘윤핵관’과 대립해왔다. 1차적으로는 당 운영에 관한 주도권 다툼이지만, 결국은 국민의힘 장악에 관한 싸움이었다. 

이 대표도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터, 그래도 버틴 것은 자신의 전략인 세대결합론과 호남에 대한 접근 등으로 대선과 지선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자신감이다. 특히 2030세대를 국민의힘 지지기반으로 삼은 것은 어느 누구도 가능하지 않은 점을 내세우면서 자신을 내칠 경우 국민의힘이 ‘도로 자유한국당’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내세웠다. 

그러나 ‘윤핵관’은 국민의힘 미래가 아닌 현실을, 눈앞의 권력구도가 우선인 사람들이다. 무엇보다 이 대표 퇴출에 앞장선 것은 6·1 지방선거 승리 직후 이 대표가 최재형 의원을 좌장으로혁신위원회를 띄우자 친윤계 좌장인 정진석 의원을 통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이 대표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설전을 이어가자 '전면전'이 시작된 것이다. 

이 대표와 가까운 천하람 변호사는 방송에서 "혁신위 추진이나 당내에서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PPAT)을 도입한다고 했을 때도 강한 반발들이 여러 군데서 터져 나왔다"며 "그런 것처럼 이준석 표 공천 개혁에 다들 반감 내지는 두려움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은 것 아닌가 이렇게 보고 있다"며 이 대표와 ‘윤핵관’과의 갈등 배경을 분석했다.

윤리위 중징계는 결국 이 대표와 윤핵관의 ‘타협없는’ 정면충돌을 의미한다. 윤심을 등에업은 윤핵관의 ‘이준석 퇴출작전’에 불과하다. 이는 단순한 권력싸움이 아니다. 이 대표는 나름대로 국민의힘의 혁신과 미래를 위한 자신의 역할을 강조했지만, 윤핵관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고 당 운영의 걸림돌로 인식, 퇴출로 귀결된 것이다. 

어느 당이든 선거에서 이기든 지든, 항상 혁신하고 개혁해서 국민의 마음을 얻겠다는 것이 기본 레토릭(수사)이다. 이 대표는 보수정당 사상 0선에 30대 젊은 대표로 2030을 동원하고 두 번의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고, 혁신위원회를 구성 국민의힘을 더한층 혁신하겠는 일정표까지 제시했다. 그런데 당의 주도권을 쥔 친윤계, 엄밀히 말하면 ‘윤핵관’은 그런 당 대표를 내칠려고 하고 있다. 이는 윤 대통령과 교감하에서 이뤄지는 것이지 당내 인사들만의 결정 사안이 아니다.     

이 대표에 대한 윤리위 중징계 건은, 이준석식 혁신이나 이준석 개인에 대한 폐기선언에 다름없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 주도권을 쥔 ‘윤핵관’은 혁신에 따른 변화를 원하는 것이 아닌, 검찰과 행정관료 사이에 ‘조정자’ 역할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을 노릴 뿐이다. 

물론 ‘윤핵관’이라고 혁신을 외면할 수는 없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이준석 대표의 징계 후 처음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비록 이 대표가 직무정지 상황에 놓였지만, 우리 당 혁신 시계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할 만큼 ‘혁신’은 외면할 수 없는 명제이지만, ‘혁신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이 대표를 퇴출한 이들이 국민의힘 혁신을 이끌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 대표는 작년 윤석열 후보가 대선후보로 확정된 다음날, 당대표 선거 전 공약한대로 윤 후보에게 이른바 금낭묘계(錦囊妙計)라는 ‘비단주머니’를 선물했다. 이 대표의 비단주머니는 윤 후보에게 제기될 의혹이나 문제들에 대해 이 대표 나름대로 대비책 등의 선거 전략을 마련해놨다는 의미였다. 그런 ‘비단주머니’ 덕분인지는 몰라도 0.7% 역대 최소표차로 대선에 승리했고, 이 대표는 나름대로 역할도 했다. 

위기의 윤 후보를 도와 대선에 이어 지선도 승리에 이르게 한 이준석 대표가 이제 퇴출지경이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자신을 위한 ‘비단주머니’는 있었는지? 

지금 돌이켜보면 ‘비단주머니’의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 대표가 바꿀려고 했던 국민의힘은 다시 과거 ‘자유한국당’ 관성으로 돌아가고 있다. 변하지 않을 국민의힘에서 미래를 바꿀려고 ‘혁신’을 내걸었던 이 대표의 ‘비단주머니’는 애초에 없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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