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출범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는 물론 선거를 이끈 지도부 아무도 패배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김기현 대표는 재신임을 받는 형식으로 소위 ‘2기 지도부’로 내년 총선을 치른다는 계획이다. 대신 의사 출신 인사를 혁신위원장으로 한 혁신위가 구성되어 ‘통합’을 키워드로 한 1호 혁신안을 내놨다. 1호 혁신안은 당내에서 징계받은 인사에 대한 ‘일괄 대사면’이었다. 주요 대상은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둘 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당내 비주류 인사들이다. 

현재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시장은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상태다. 징계 이유는 그럴 듯하게 있지만 사실상 윤심에게 거슬리는 발언들을 해왔던 탓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대선이 끝나자 바로 '팽' 당한 이후 줄곧 윤대통령과 ‘윤핵관들’을 향해 거침없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윤대통령을 비롯한 윤심으로 채워진 지도부는 오히려 이준석 때문에 대선에 질 뻔했다며 이준석을 해당행위자로 내몰았다. 

지난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쏟아낸 평론들은 다시 선거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해당행위로 지목됐다. 안철수 의원은 윤대통령의 가려운 등을 대신 긁어주러 두발 벗고 나서 이준석 제명에 앞장섰다. 전직 당대표 후보였던 안철수 의원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선대위 상임고문으로 선거패배의 직접적 책임이 있는 당사자다. 그런데 선거에 참여하지도 않은 이준석 전 대표 때문에 선거에 졌다며 제명을 위한 서명운동을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본말전도(本末顚倒)’다.

이런 와중에 발표된 인요한 혁신위의 제1호 혁신안이 당원권 징계를 받은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일괄 대사면’이라니 그야말로 집안이 불협화음이다. 당내 통합을 위해 내놓은 혁신안 ‘일괄 대사면’을 두고 정작 당사자인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은 되레 반발하고 나섰다. 이 전 대표는 혁신위의 ‘대사면’을 두고 “자기들 혼자 지금 놀고 있는 것”이라며 거절했다. 홍 시장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듣보잡'들이 당권 잡았다고 설치면서 당원들을 이간질하고 권력의 앞잡이가 되어 세상 모르고 날뛰어 본들 내년 총선 후면 국민들이 정리해 준다"며 강도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당내 징계를 받은 사람에 대한 사면이 ‘혁신안’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사실 굉장히 어색하다. ‘사면’이 ‘혁신’으로 둔갑하는 매우 의아스러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통합’을 위해 비주류를 끌어안는다’는 정도는 정치공학적 메시지라 이해가 되나 징계를 사면하는 것이 혁신이라는 논리는 정치를 그야말로 삼류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징계 당원 사면이 혁신이면 8.15 특사 대사면도 대통령의 혁신안이라고 봐야 하는가.

사실 인요한 혁신위는 시작부터 우려가 더 많았다. 애초에 여당의 선거 패배의 책임과 당이 위기에 빠진 원인은 윤석열 대통령 본인 때문이다. 김태우 강서구청장 후보 특별사면과 후보공천은 누가봐도 잘못된 선택이었다. 여당은 지도부내 에서조차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말 하는 이 없었다. 오히려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서 선거에 올인하여 처참한 패배를 봤다. 그리고 그 책임을 이준석 전 대표에게 돌린 것이다. 그러곤 통합을 위해 다시 ‘대사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사면’과 ‘제명’ 사이 이준석 전 대표의 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는 들러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조경일 작가/피스아고라 대표
조경일 작가/피스아고라 대표

당권과 공천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었던 안철수 의원의 정치의제에서 ‘혁신’은 사라지고 ‘제명’만 남았다. 안철수 의원은 다음 공천을 위해서는 지역구가 겹치는 이준석 전 대표를 이번 기회에 ‘제명’으로 공천 자격 박탈을 유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요한 혁신위의 ‘통합’과 정면으로 부딪힌 셈이다. ‘대사면’도 ‘제명’도 혁신과는 거리가 한참 먼 비루한 정치가 아닐 수 없다. ‘사면’ 카드를 꺼내 든 인요한 혁신위와 ‘제명’ 카드를 꺼내 든 안철수 의원, 둘의 혁신을 위한 통합을 먼저 고려하기를 바란다. 

* 칼럼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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