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관전평] 결과는 챙겼지만 내용은 미흡했던 이라크와의 최종 모의고사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1958, 1960년 2연패 이후 64년만에 정상을 노리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하 클린스만호)이, 6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뉴욕대 스타디움에서 가진 이라크와의 최종 모의고사에서 1-0으로 신승하며, 오는 12일 개막되는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2024년 1월12일~2월10일) 우승 전망을 밝게했다.

하지만 클린스만호는 결과는 챙겼지만 내용 만큼은 아쉬웠다. 어디까지나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서 중요한 것은 경기 내용이다. 만약 이 같은 조건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클린스만호의 우승 도전은 순탄할 수 없다. 팀을 이끌고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 감독은 이라크를 맞아, 지난 2월 부임 이후 처음으로, 플랜A, B를 가동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이는 클린스만 감독의 큰 지도 변화로서 카타르 아시안컵 실전을 대비한, 전력 노출과 선수보호 그리고 실전모드 및 체력 유지 등을 염두에 둔 두 가지 선택지에 고민으로 읽힌다. 먼저 플랜 A가 아닌 플랜 B의 선발 라인업 구성에 의한, 4-1-4-1 포메이션 카드로 이라크를 상대한 클린스만호는 경기 시작과 함께 강한 압박 경쟁을 펼치며 접전을 이어갔다.

클린스만 감독[대한축구협회 제공]
클린스만 감독[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러나 중반 이후 경기 주도권을 잡은 클린스만호는 양쪽 풀백 설영우(26.울산 현대), 이기제(33.수원 삼성)의 활발한 공격 가담에 의한 측면 크로스 전술과 더불어, 중원의 이재성(32.마인츠), 정우영(25.슈투트가르트)의 적극적인 플레이로 전반 40분 설영우가 시도한 낮고 빠른 크로스가,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으로 흐르자 이를 다시 설영우가 아크서클 오른쪽에 위치한 이재성에게 연결, 이재성은 이를 벼락같은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마무리 경기 균형을 깨며 기세를 올렸다.

그렇지만 전반 경기 내용은 클린스만호의 특징으로 굳어져 있는 깊이가 아닌 폭 만을 활용하는 단조로운 공격 전술로 경기는 답답했고, 전반 2분 등 두 차례 이라크에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맞으며 전체적인 수비 안정성 미흡은 물론, 센터백 정승현(30.울산 현대)의 수비능력과 스피드 부족 약점까지 노출하여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이에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 황희찬(28.울버햄튼), 조규성(26.미트윌란)을 비롯한, 신성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까지 투입 이어져온 선발 라인업 완전체로 총력전을 펼쳤다.

그러나 후반전 경기 양상은 클린스만 감독이 의도한 전술, 전략 축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후반전 이라크는 더욱 강력해진 전방 압박과 철저한 개인 맨 투 맨 수비를 구사 클린스만호의 원톱에 의한 깊이를 활용하는 공격이 아닌 측면 공격만을 고집하는 전술에 대응, 대처 수단을 높여 클린스만호의 손흥민과 황희찬】 그리고 이강인의 삼각편대 발을 묶었다.

축구에 다득점을 위해서는 공격의 다양성과 개인 역량이 뒷받침 되어야 가능하다. 여기에  스트라이커의 해결 본능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이 같은 사실에 원톱 조규성은 이라크에 전연 위협적인 플레이를 구사하지 못하며 평범한 스트라이커 역할에 그쳤다. 이는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클린스만호가 해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될 부분으로 이라크전은 그야말로 좋은 예방주사였다.

손흥민 [대한축구협회 제공]
손흥민 [대한축구협회 제공]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클린스만호가 노리는 우승은 전술, 전략적으로 우승 경쟁을 펼쳐야 하는 일본, 이란,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복병으로 간주되는 홈 카타르, 우즈베키스탄 보다 한 두 수 높아야 한다. 그렇다면 후반전에 클린스만호가 드러낸 약점의 전술, 전략적 축구는 분명 우승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그야말로 이라크와의 최종 모의고사는 손흥민을 비롯한 유럽파 역량만으로는 64년만의 아시안컵 정상 정복 해법을 찾기 힘들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 준 한판 승부였다. 따라서 클린스만 감독은 제공권에서도 밀린 점에 대한 비책과 더불어 단순한 코너킥 세트피스도 다양성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 단언컨대 이라크전 후반전은 선발 라인업 완전체로 경기를 소화 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득점은 실패한 채 약점만 노출한 졸전이었다고 평가해도 무리가 아니다.

굳이 이강인의 경고 누적에 의한 퇴장으로 숫적 열세 직면 상황을 논하지 않더라도, 특히 전방 압박을 구사하면서도 이라크의 골키퍼부터 시작되는, 짧은 패스를 위주로 한 공격 빌드업을 번번히 허용하며 위기를 자초했다는 사실 또한, 조별리그 바레인, 요르단, 말레이시아전 부터  '반면교사'로 삼고 한편으로 상대의 극단적인 수비전술 해법 찾기에도 몰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클린스만 감독이 이를 간과하지 않는다면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 철학인, 공격 축구는 자칫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언감생심'이 될 가능성을 베제할 수 없다. 이에 이 시점에서 만큼은 클린스만 감독에게 요구되는 것은, 확실한 색깔이 묻어나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전술, 전략 축구 지도력이다. 실로 이라크와의 최종 모의고사가 클린스만 감독에게도 좋은 예방 주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 한국 경기일정】

 ▲1차전: 바 레 인(1월15일, 20시30분)

 ▲2차전: 요 르 단(1월20일, 20시30분)

 ▲3차전: 말레이시아(1월25일, 20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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