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관전평] 우승을 위한 전술, 전략, 지략 필요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하 클린스만호)에 제동이 걸렸다. 클린스만호는 20일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알 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E조 요르단과의 2차전에서 '장군멍군' 자책골 끝에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20일(현지시간)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 요르단과 한국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페널티킥으로 선취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 요르단과 한국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페널티킥으로 선취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로써 클린스만호는 조 1위 16강 진출과 함께 우승 도전의 관건인 조별 리그 최종전 말레이시아와의 대전에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사실 요르단은 드러난 것이 많지 않은, 베일에 쌓여있는 팀과 다를 바 없었다. 따라서 2014년 11월 마지막 맞대결을 포함한 역대 전적 3승 2무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그리고  카타르, 일본과 가진 평가전 승부는 참고 사항에 해당됐다.

이에 필승 해법 찾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참고 사항이 아닌 현장에서의 직관에 의한 분석이었다. 그렇다면 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 감독과 안드레아스 헤어초크(56.오스트리아) 수석코치의 본선 1차전 요르단과 말레이시아전 직관은 좋은 기회였다.

요르단은  카타르 아시안컵이 개최되기 전  지난 6일 가진 평가전에서 2019 AFC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 챔피언 카타르를 1-0으로 꺾는 저력을 과시했지만 9일 일본에게는 1-6으로 대패를 당해 약체의 이미지를 드러내며 그야말로 양면성을 가진 팀 전력을 보여줬다.

그러던 요르단이 본선에서는 말레이시아를 4-0으로 완파하는 기염을 토해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이에 따라 클린스만호에게 요르단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때문에 클린스만호의 전술, 전략적인 면은 물론 감독의 지략이 주목됐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클린스만호의 요르단 공략을 위한 전술, 전략과 더불어 지략은 효과적이지 못했다. 그 영향은 경기력에 그대로 반영돼 볼 점유율이 비록 전후반 전체적으로는 약 67%를 기록했지만 전반에는 51% 에 그쳤다. 

오히려 요르단의 우월한 신체조건과 개인기, 스피드 그리고 강한 압박에 고전을 면치 못했고 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이 이끄는 공격은 한계를 노출했다.

특히 공격 방법과 주 공격 방향이 양쪽 측면인 클린스만호의 크로스는 요르단 중앙수비의 벽에 막혔으며, 중앙 공격 역시 스트라이커로서 아직 확실한 경쟁력 우위을 점하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조규성(26.미트윌란)의 미흡한 움직임으로 효과적이지 못했다.

전반 9분 손흥민의 페널티킥(PK) 선취골 이후 빈공이 이어지며 클린스만호 공격은 파괴력을 보이지 못했고 요르단 스리백을 비롯한 수비라인에 위협적이지도 않았다. 그러다 결국 전반 37분 박용우(30.알 아인)의 헤더 자책골과 전반 추가시간 아산 알나아마르에게 왼발 논스톱 역전골을 얻어 맞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사진: 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 요르단과 한국의 경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일 요르단전에서 작전 지시하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사진=연합뉴스)

황인범(28.츠르베나 즈베즈다)이 포진한 중원 또한 요르단의 강한 압박과 거친 플레이에 막혀 경기를 지배하지 못하고 개인 플레이로만 일관했다.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가 버티고 있는 수비도 이미 1차전 바레인전에 풀백 이기재(33.수원 삼성)의 취약성이 드러나며 실점을 허용, 지난해 9월 웨일즈전부터 이어져온 7경기 연속 연속 무실점 행진에 발목이 잡히며 안정성에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앞서 클린스만호는 요르단전을 앞둔 18일 주전 골키퍼 김승규(알 샤바브) 마저 훈련 중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선발 풀백과 골키퍼 운영의 변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이를 외면하고 레바논전과 같은 변화없는 선발과 4-2-3-1 포메이션 카드로 요르단을 상대했다. 반면 요르단은 3-4-3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윙백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은 물론 뛰어난 개인기와 빠른 스피드를 무기로 하는 측면 공격으로 클린스만호에 맞불을 놨다.

특히 말레이시와의 맞대결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무사 알 타마리를 중심으로 마흐무드 알 마르디와 야잔 알 나이맛 삼각편대가 만들어 내는 공격은 파괴력이 높아 클린스만호의 수비 안정성을 위협했다.

한 마디로 클린스만호 포백이 요르단의 역동적이고 빠른 공격 축구에 농락 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클린스만 감독과 헤어초크 수석코치의 요르단전 직관에 의한 분석 지도 능력이 도마에 오르고도 남음이 있다.

정말 요르단의 최대 아킬레스는 양쪽 윙백이었을까? 클린스만호의 양쪽 풀백을 비롯 수비형 미드필더의 수비 능력은 과연 어땠을까? 상대의 약점을 어떻게 공략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전술, 전략적인 비책을 마련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런 전략 전술을 보여주지 못하고 후반 추가 시간까지 끌려가며 패배 그림자가 드리웠던 클린스만호로서는 만약 추가시간 46분 황인범의 슈팅에 의한, 야잔 알아랍의 자책 동점골이 터지지 않았다면 무승부도 희망을 가질 수 없었던 살얼음판 경기였다. 

20일 요르단 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린 황인범(사진=연합뉴스)
20일 요르단 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린 황인범(사진=연합뉴스)

옛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선수 역량이 뛰어나다 해도 팀을 이끄는 감독의 특징적인 전술, 전략 축구가 함께 지략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역량을 발휘하는데 제약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단언컨대 클린스만호 선수들의 개인 역량은 요르단 선수들보다 한 수 위였다. 그럼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전술, 전략 부재의 이른바 '자율축구'만 추구했다.

여기에 주전 골키퍼 김승규의 낙마로 인한 심리적 불안감까지 가중되어 당연히 승리로 마침표를 찍었어야 할  요르단에 약점 공략은 고사하고 졸전으로 일관했다.

경기 분위기와 흐름을 바꿀 수 있었던 총 13차례의 프리킥, 코너킥 세트피스의 효율성 미흡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실로 선수 역량만으로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7위에게도 승점 3점을 챙기지 못할 수도 있다는 현실을 상기시킨 일전이었다.

클린스만호는 이제 최종전 말레이시아와의 대결에서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시나리오를 들고 총력전을 펼쳐야 할 운명에 처하게 됐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남은 여정은 그야 말로 '산 넘어 산'이다. 필승의 전술, 전략, 지략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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