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환타스틱3' 공격력 막강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하 클린스만호)이 3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2-1로 승리하며 4강 진출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실로 극적인 반전을 이루는, 드라마 같은 한판 승부였다. 한국 축구는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64년 만에 우승을 노린다. 클린스만호가 '역대급 스쿼드'에 '역대급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기에 우승 도전에 대한 자신감은 그 어느때 보다 높다.

손흥민도 껑충, 클린스만 감독도 껑충(사진=연합뉴스)
손흥민도 껑충, 클린스만 감독도 껑충(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드러난 아시아 축구의 상향 평준화 현상으로 클린스만호의 여정은 가시밭길이다. 조별리그(E조) 첫 경기 바레인(3-1)부터 졸전을 펼치며 2, 3차전 요르단(2-2), 말레이시아(3-3)는 물론, 16강전 사우디아라비아(1-1, TK4-2)를 상대로 힘겨운 행보를 보였다. 이 때문에 클린스만호는 우승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단일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리기 위해서는 한 두번은 고비에 직면한다는 것이 축구계에서 정설로 통한다. 그러나 클린스만호는 매 경기가 고비다. '사커루' 호주 또한 그 고비의 한 경기로 간주되기에 충분했다.

경기전부터 클린스만호에게 어려운 경기 될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 연장 혈투에 의한 체력 부담과, 호주의 장점인 우월한 피지컬과 파워가 주된 이유로 손꼽혔다.

또한 호주가 포백 포메이션을 고수하며 과시한 4경기 1실점의 '늪축구'도 지목됐다. 이에 그 어느 경기보다 클린스만호의 효율적인 전술, 전략과 신중한 경기 운영이 요구됐다.

실제 경기에서도 상황에 따라 포백과 파이백으로 변형시키는 잘 조직된 호주의 수비력으로 클린스만호는 공략 해법을 찾지 못했다. 특히 원톱 조규성(26.미트윌란)의 경기력이 최악에 가까울 정도로 부진해 손흥민, 황희찬(28.울버햄튼),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의 플레이 구사에 부담을 안겼다.

호주 2m 신장의 센터백 해리 수타(26.레스터 시티)가 지휘하는 수비를 공략하는 해법을 찾지 못했다. 때문에 측면 공격에 치우칠 수밖에 없었고 이역시 장신 군단 호주를 의식해 크로스는 제한적이었다.

사진: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클린스만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클린스만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전반 31분 이강인▶설영우(26.울산 현대)▶황희찬으로 이어진 절묘한 플레이에 의한 공격 장면이 그나마 위안이 됐을 정도로 단 한 개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는 답답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클린스만호의 이같은 경기력 미흡은 결국 화를 불러왔다. 전반 19분 조현우(33.울산 현대)의 선방으로 큰 위기를 넘겼긴 클린스만호는 급기야 전반 42분 페널티 라인 부근에서 공격 빌드업을 시도하다 황인범(28.츠르베나 즈베즈다)의 치명적인 실수로 호주의 너새니얼 앳킨슨(25.하트 오브 미들로시언)의 패스를 받은 크레이그 굿윈(33.알훼흐다)에게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선제골을 얻어맞고 말았다.

호주의 전방 압박을 의식하지 않은 안일함에서 비롯된 전연 예상하지 않은 실점이었다. 

선제 실점은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며 승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후반전은 자신감 실추와 더불어 불안감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가 우려됐다. 그러나 클린스만호는 비교되지 않는 선수 기량과 경험을 무기로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전환하며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으로 나선 호주에 그야말로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맹폭을 퍼부었다. 

물론 공격은 최상의 수비다. 그러나 여기에 전제 되어야 할 점은 바로 상대 역습에 대비한 수비 안정성 구축이다. 호주는 이를 노려 속도와 정확성을 앞세운 역습으로 후반 6분 추가골을 얻을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다시 한번 맞았지만 조현우의 잇단 슈퍼 세이브로 위기를 넘겼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긴 클린스만호에게 동점골은 사냥은 곧 절심함이 아닌 간절함이었다.

후반 25분 부진하던 조규성 대신 이재성(32.마인츠)을 투입하며 포지션 변경을 시도하면서 총력전을 펼친 클린스만호는 해결사 임무를 부여받은 황희찬의 저돌적인 돌파와 손흥민의  동료를 이용하는 효과적인 플레이 그리고 이강인인 패스와 킥을 이용한 질높은 플레이로 이재성 카드의 공격 시너지 효과를 배가하며  호주 골문을 정조준 했다.

호주전에서 슛 날리는 손흥민(사진=연합뉴스)
호주전에서 슛 날리는 손흥민(사진=연합뉴스)

그렇지만 파이브백 형성과 촘촘한 라인 유지의 호주 수비벽을 뚫지 못해 패색이 짙었다. 이런 상황에서 팀을 지휘하고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60. 독일) 감독은 후반 40분 풀백 김태환(35.전북 현대) 대신 공격수 양현준(22.셀틱) 투입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양현준 투입은 경기가 끌려가는 상황에서, 그것도 공격수를 풀백으로 기용했다는 점에서 의아스러웠고 자칫 패배 시 모든 비난을 클린스만 감독이 감수해야만 할 엄청난 도박이었다. 그러나 양현준은 호주 측면을 농락하는 놀라운 활약으로 팀에 힘을 불어넣었다.

결국 양현준 투입은 '신의 한 수'로 평가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축구에서 '난세의 영웅'은 결정적인 순간 태어난다. 이를 뒷받침 하듯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 6분  페널티에어리어 왼쪽 측면을 돌파하며 페널티킥(PK)을 얻어내 이를 황희찬이 강력한 오른발 킥으로 마무리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며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연장전에도 클린스만호의 일방적인 공격이 계속됐다.

이 같은 경기 흐름과 분위기에 연장 전반 4분 황희찬과 이강인이 공격에 기름을 붓는 슈팅을 잇달아 시도 후 황희찬은 동점골의 빌미가 됐던 손흥민의 플레이와 흡사한 데칼코마니 돌파로 파울을 유도했다.

이를 연장 전반 14분 페널티라인 왼쪽 외곽 모서리 부근에서 손흥민이 오른발 인프론트로 스피드, 궤적이 그림같은 골을 터뜨려 역전에 성공했다. 황희찬의 PK골, 손흥민의 프리킥 역전골은 호주의 약점을 공략한 결과였다.

이 후 호주는 연장 전반 추가시간 아이덴 오닐(30.부리람 유나이티드)이 황희찬에게 고의적인 파울을 시도  VAR 판독으로 퇴장 당하며 전의를 잃고 자멸했다. 클린스만호로서는 수적 우위까지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결과물이 아닐 수 없었다.

3일(현지시간) 회복 훈련중인 대표팀(사진=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회복 훈련중인 대표팀(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클린스만호에게도 불운이 있었다. 후반 추가시간 수비의 핵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가 주심 아흐메드 알카프로 부터 옐로카드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4강전 요르단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이는 클린스만호로서는 실로 뼈아플 수밖에  없다.

호주전은 경기전 우려됐던 체력 문제가 표면적으로 전연 나타나지 않은 경기였다. 이는 경기 분위기와 흐름에 따른 자신감과 정신력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4강 요르단전에서도 선수 기량과 정신력만을 무기로 경기를 소화한다면 여전히 어렵고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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