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위헌'이라더니, 뜬금없이 '북한인권' 들이밀더니… 이제와서 "추천하겠다"로 급선회한 국민의힘
본래 출범기일 두 달 넘게 지나고도 '후보' 추천마저도 못했다. 심각한 '독소조항' 때문에
김용민 의원 개정안으로 뒤늦게 돌파구 모색하는 더민주, "올해 안에는 꼭 마무리짓겠다"
공수처 출범 늦어지자 당한 대대적 반격, "더민주, 무르게 하라고 180석 몰아준 거 아니다"
[ 서울 = 뉴스프리존 ] = 고승은 기자 = "공수처 법정 출범 기일인 2020년 7월 15일을 두 달 이상 훌쩍 넘긴 현재까지도 공수처장 후보추천 선정작업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당초 국민들의 기대 및 염원과 달리 공수처법의 개정 없이는 공수처 출범일을 예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국민의힘은 공수처 출범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현행법상 야당 교섭단체 협조 없이는 공수처 출범시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예정됐던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출범일(7월 15일)이 두 달 넘게 지났지만, 아직도 공수처장 후보추천 선정작업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는 오로지 공수처에 줄곧 반대 입장만을 내놓는 국민의힘 때문이다. 기존 공수처법은 국민의힘이 반대하면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치명적 '독소조항'을 담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된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기 위한 추천위원회는 당연직 3명(법무부 장관·법원행정처장·대한변호사협회장)에 국회 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2명씩 추천한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공수처장은 추천위원회에서 7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으로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역시 국민의힘은 여전히 추천위원 2명을 추천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공수처법이 위헌이라고 줄곧 주장해왔고, 뜬금없이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서둘러야 한다며 해당 재단의 임원을 추천해야한다고 목소릴 높였다. (그런데 군사독재정권의 후예들이 왜 그토록 북한 인권 문제에 그렇게 관심있어할까? 북한 3대 세습 왕조가 독재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누가 모르나? 북한 내부에서도 못하는 일을 어떻게 휴전선 밖에서 구체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인지?)
설사 국민의힘에서 추천위원을 추천한다 할지라도, 얼마든지 공수처 출범을 방해할 수 있다. 공수처장은 '추천위원 7명 중 6명' 찬성이어야만 최총후보까지 올라갈 수 있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2명이 어떤 후보가 올라오든간에 계속 반대 입장만을 내놓는다면, 결국 아무도 공수처장이 될 수가 없다. 그래서 대대적인 개정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개정안을 내놓았다. 김용민 의원이 지난달 대표발의한 안에 따르면, 현재 여야 교섭단체가 각각 2명씩 추천하기로 돼 있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국회 4명 추천'으로 일괄 통칭하는 것을 담았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의원 수가 국민의힘보다 단연 많기에, 더민주 측과 성향이 가까운 인사가 임명되기가 쉬워진다. 아울러 기존 추천위원 7분의 6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공수처장 후보 선임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니까 7명 중 5명이 찬성하면 선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수처 설치는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이다. 이미 시행이 경과한 공수처법의 위법상태를 계속 방치할 수는 없다"며 "야당과 협의를 조속히 마무리해 공수처를 반드시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야당을 향해 "시간끌기로 공수처 설치를 좌초시킬 수 있다는 기대는 하지 않길 바란다"이라고 경고했다.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윤호중 의원도 이날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검경수사권 관련 검찰개혁(법안)이 내년 1월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공수처 역시 내년 1월1일 이전에는 설립돼서 개혁된 검찰 조직이 출범할 때 함께 출범이 돼야 한다"며 올해 안에 공수처 설치를 매듭짓겠다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갑자기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뉴스1>에 "우리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추천을 안 하니까 민주당에서 강경하게 나오는데, 내가 알기로는 우리도 곧 추천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추천위원을 추천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접촉해 고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추천위원을 추천할 시, 공수처법 개정안은 의미가 없다는 뜻을 전헀다.
올해 내내 "공수처는 위헌"이라고 했고, 추천하라고 할 때는 몇 달 동안 그러한 시늉도 안 하더니 이를 뚫을 개정안이 나오니까 갑자기 추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어차피 국민의힘 속내는 정말 간단하다. 추천하겠다는 말만 계속 하면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계속 지연작전을 쓰겠다는 것이다. 또 앞서 언급했듯 추천위원을 추천한 뒤에도, 얼마든지 공수처 출범을 가로막을 수 있다. 어차피 '7명 중 6명 찬성'이어야 한다는 법안이 있기에, 이들이 추천한 추천위원 2명이 반대만 계속 하면 공수처장은 임명될 수가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위원장의 이런 '뒷북' 답변은 전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다. 뻔한 작전에 또 발목잡힌다면 공수처 출범은 확실히 물건너간다. 지금부터 신속하게 개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공수처 출범은 올해 11월달이나 되어야 가능하다. 이것도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넉 달이나 늦춰진 것이다. 이렇게 공수처 출범이 기약없이 미뤄지는 데 대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적극 밀어준 다수 시민들은 답답하기가 그지 없을 것이다. 시민들이 이렇게 무르게 하라고 180석 가까운 의석을 안겨준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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