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박정희 관련 명백한 '사실' 나열에도 발끈하는 수구언론 그리고 국민의힘 의원

'5.16 쿠데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결문에도 이미 수차례 규정, 그럼 '군사혁명'이라고 우기고 싶었나?
이승만 발췌개헌, 사사오입 개헌도 모르나? 박수영 의원실은 대체 어디서 현대사를 배웠길래?
문득 떠오르는 '중앙일보' 희대의 명칼럼(?), <한 달 후 대한민국> <"한국인이어서 미안합니다">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Q : (OX퀴즈) 3번 문제: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군사 쿠데타를 통해 헌법을 파괴하고 부당하게 권력을 잡은 일은 박정희 때 한 번 있었다
답: X (61년 박정희의 5.16 쿠데타, 79년 전두환의 12.12 쿠데타. 추가로 72년 박정희의 10월 유신 쿠데타, 80년 전두환의 5.17 쿠데타도 포함)

박정희가 주도한 5.16 쿠데타, 그렇게 권력을 장악한 그는 이후 18년간의 장기집권을 이어갔다. /ⓒ KTV
박정희가 주도한 5.16 쿠데타, 그렇게 권력을 장악한 그는 이후 18년간의 장기집권을 이어갔다. /ⓒ KTV

Q : 난이도 하 객관식 13번 문제: 1961년 쿠데타를 주도하여 권력을 장악한 뒤, 1979년 사망할 때까지 18년 동안 장기집권을 이어갔던 인물은?
답: 박정희

Q : 난이도 중 객관식 9번 문제: 첫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4년, 두 번까지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1950년대 내내 한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 있었다. 헌법을 바꾸어가면서 12년 동안 권력을 독점했던 이는?
답: 이승만

<중앙일보>는 6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받은 보도자료를 통해,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낸 퀴즈대회와 관련 정치적 편파성 논란이 짙다고 보도했다. 기사제목은 < [단독]이승만·박정희 비하, DJ·盧 칭송..공공기관의 고3 퀴즈>다. 출제된 85개 문제 중 상당수는 근현대사에 대한 문제였는데, 박수영 의원은 "보수정권에 대한 부정적인 수식어를 달아 악의적으로 표현했다"고 목소릴 높였다.

이승만의 장기집권에는 '발췌개헌' '사사오입 개헌' 두 번의 계기가 있었다. /ⓒ KTV
이승만의 장기집권에는 '발췌개헌' '사사오입 개헌' 두 번의 계기가 있었다. /ⓒ KTV

그런데 위의 문제들이 대체 뭐가 편파적이라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박정희가 군사반란(쿠데타)을 일으켜 정권을 찬탈한 것은 정확한 역사적 사실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이나 대법원의 판결문에도 '5.16은 쿠데타'라고 이미 수차례나 규정됐다. 그리고 18년동안 헌법까지 고쳐가면서 박정희가 장기집권한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면 5.16 군사반란을 일부 수구세력들이 우겨대듯 '군사혁명'이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 또 이승만이 헌법을 바꾸어가면서(발췌개헌→대통령 선거 직선제 도입, 사사오입 개헌→대통령 3선 이상 연임가능) 12년간 장기집권한 것도 당연한 사실 아닌가? 대체 무엇이 '비하'라는 말인가?

박수영 의원실 측은 그러면서 “반대로 좌파정권이나 인사에 대해선 미화하는 문제가 대부분이었다”며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어김없이 '좌파정권'이라고 강변했다. “1997년에 치러진 제15대 대통령 선거는 한국 정치 역사상 처음으로 여당에서 야당으로 정권이 교체된 역사적인 선거였다. 이 선거에서 당선돼 분단 이래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이루어낸 대통령은?”, “국가 예산을 들여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사업을 수행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업회 설립의 근거가 된 법률을 제정한 때 대통령은?” 두 질문에 대한 답이 '김대중'이라는 점을 들며, 해당 문제가 DJ를 칭송한 걸로 해석하기도 했다.

또 답이 '참여정부'인 문제(“2002년 대통령 선거는 정당의 대통령 후보 결정 과정부터 일반 국민의 광범위한 참여 속에서 치러졌다. 민주주의의 심화와 확대를 추구한다면서 이 선거에서 당선된 노무현 정부가 스스로를 불렀던 말은?”)에 대해서도 걸고 넘어졌다. 

박 의원은 해당 문제들을 언급하며 “문제 출제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연대단체인 전국역사교사모임 대표 출신이며, 편향적인 내용으로 문제가 된 다른 도서 집필에도 참여했다”며 “교육기본법에선 교육이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이 돼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해당 문제에 출제자의 정치적 성향과 의도가 묻어있다”고 목소릴 높였다.

2000년 남북의 두 정상이 만난 남북정상회담,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이어졌다. /ⓒ 연합뉴스
2000년 남북의 두 정상이 만난 남북정상회담,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이어졌다. /ⓒ 연합뉴스

그러나 문제 내용을 아무리 살펴봐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규정되진 않았다. '역사상 최초 정권교체(97년)' '최초 남북정상회담(2000년)'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법 제정(2001년)' 모두 김대중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다. 또 새천년민주당은 2002년 대선 경선 때 시민들의 투표(대의원 20%, 당원 30%, 일반 국민 50%)를 반영하는 ‘국민참여경선제’를 최초로 실시한 바 있다. 그런데 대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어디에 있으며, 칭송하는 부분은 어디에 있다는 것인가? 황당한 해석이 따로 없다. 기초적인 사실을 나열한 것 가지고 <중앙일보>와 박수영 의원실 측은 어떻게 '비하'로 해석하고, 또 '칭송'으로 해석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같은 황당한 침소봉대에 전우용 역사학자는 페이스북에서 해당 <중앙일보> 기사 내용을 언급하면서, 해당 문제들이 이승만·박정희 비하라고 하는 <중앙일보> 기자를 향해 "여보세요, 저건 ‘사실’이지 ‘비하’가 아니다"라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한 달 후 대한민국'처럼 문재인이 대통령 되면 나라 망한다고 근거없이 저주하거나, '한국인이어서 미안합니다'처럼 한국인 전체를 모욕하는 글 정도는 돼야 '비하'"라며 "모두 중앙일보에 실린 글"이라고 언급했다. 그래서 당시 두 글들을 다시 살펴봤다.

그가 언급한 <한 달 후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글은 지난 2017년 4월 13일자 <중앙일보> 논설로, 이정재 칼럼리스트가 작성한 글이다. 당시는 지난 대선을 약 한 달간 남겨둔 시점이었다. 해당 글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우스운 의미에서의 '레전드 칼럼'이자, 헛웃음만 나오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내용의 일부를 인용해본다. 

2017년 5월 15일. 아침부터 시장은 형편없이 망가지고 있었다. 주가(KOSPI)는 1000 밑으로 주저앉았고 원화 값은 달러당 2000원을 훌쩍 넘겼다. 사람들은 생수를 사 재고, 라면을 박스째 챙기느라 마트로 몰려들었다. ‘대북 폭격설, 오늘 미국이 북한을 때린다.’ 전쟁의 공포가 이날 한반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급히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찾았다. 김관진은 박근혜 정부 사람이지만 아직 문재인은 국가안보실장을 교체할 시간이 없었다. 내각도 마찬가지, 새 정부 내각이 출범하려면 두세 달은 더 걸릴 터였다. 광화문 집무실도 완공되지 않아 문재인은 청와대를 임시 집무실로 사용 중이었다.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기 전에 반드시 우리에게 통보하겠지요?" 김관진은 딱 잘랐다. "한 달 전부터 이런 말이 돌았습니다. 트럼프는 어떤 식으로든 북한을 때린다. ‘문재인이 되면 통보 없이 때리고, 안철수가 되면 통보하고 때리고, 홍준표가 되면 상의하고 때린다’라고" (이하 중략)

“다 나 때문이란 말이지, 좌파 대통령이라서.” 간신히 38%의 득표로 대통령이 됐다. 미국의 북폭설로 홍준표에게 20%의 표가 몰리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웃고 있을 사람은 안철수였을지 모른다. 도널드 트럼프가 그에겐 일등공신인 셈이다. 하지만 취임 일주일이 다 되도록 트럼프의 축하 전화도 받지 못한 터다. 애초 며칠 전 취임사에 ‘남북 대화, 북한 방문, 개성공단 재개’란 문구를 집어넣은 것이 화근이었다. 이런 말들이 트럼프를 자극했을 수 있다. “나는 빼고 싶었는데, 참모들이 우기는 통에…. 휴~. 나는 왜 그들의 말을 거절하지 못할까.” 혼잣말을 되뇌며 문재인은 절로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다고 정말 북폭을? 가능성은 0.00001%지만 완전히 무시할 순 없었다. (이하 중략)

2017년 4월 13일자 '중앙일보'의 '한 달 후 대한민국' 칼럼. /ⓒ 중앙일보
2017년 4월 13일자 '중앙일보'의 '한 달 후 대한민국' 칼럼. /ⓒ 중앙일보

다시 말하지만 이건 그저 상상이다. 하필 왜 문재인이냐고? 그가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라서다. 4월 전쟁설이 돌 만큼 한반도 상황이 위급하다. 문재인도 위급함을 안다. 요즘 들어 평소 소신을 조금 굽히고 안보로 한 발짝 우클릭했다. 하지만 그 우클릭이라는 게 “북한이 핵 도발을 계속하면 사드 배치를 강행하겠다”는 정도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면 한가한 대책일 뿐이다. 안철수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햇볕정책의 신도’ 박지원을 대입하면 답이 안 나온다. 하필 절체절명의 한반도에 문재인과 안철수, 안보 신뢰 자산이 가장 부족한 두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될 판이다.

이정재 칼럼리스트는 더 나아가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4월 20일에는 <3주 후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연달아 올린다. 당시 글의 내용 일부다,

돌이켜보면 김종인 총리는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투표 일주일 전 문재인은 승부수를 던졌다. “당선되면 김종인을 국무총리로 모시겠다”고 공약한 것이다. 그와 임기를 같이할 것이며, 헌법이 규정한 책임총리의 권한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이를 투표를 통해 국민의 뜻으로 확인받겠다고 했다. 사실상 미국 대선의 러닝메이트 부통령처럼 모시겠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완벽한 보수주의자’로 불린 마이크 펜스를 러닝메이트로 영입한 것과 같았다.

그의 칼럼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제외하곤 현실에선 단 한 개도 맞는 것이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미 예상했던)딱 하나 빼고 못 맞출 수도 있는 것인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전씨가 또 언급한 < [노트북을 열며] "한국인이어서 미안합니다" >라는 제목의 칼럼은 올해 3월 4일자 <중앙일보>에 올라온 글이며 전수진 국제외교안보팀 차장이 작성했다. 역시 SNS에서 한동안 웃음거리가 된 글이다. 당시 글 내용이다. 

“미국 시민 호세를 만난 건 지난주, 미국 워싱턴DC 출장 후 귀국하는 한국 국적기 기내였다. 옆자리 승객이었던 그는 미국인 특유의 활달함으로 ‘하이’ 하며 웃더니만, 착석 후 바로 에탄올 스프레이를 꺼냈다. 올림픽에 소독 종목이 있다면 금메달감인 전투력으로 주변을 닦은 뒤, 영상통화로 가족에게 검사까지 받았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13시간 비행 동안 미동도 않은 호세에게 경의를 표한다. 한국인이어서 미안했던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출장 기간 내내 미국의 모든 뉴스에선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관련 뉴스가 톱이었다. 간판 아침 방송 ‘굿모닝 아메리카’의 진행자들은 매일 첫 소식으로 “데이구우(대구)의 우한(武漢) 바이러스” 소식을 전했다. 이역만리 텔레비전에서 한글이 박힌 앰뷸런스를 자료화면으로 보는 심정이란. 갓난아기가 있는 한 인터뷰이는 “만나진 말고 전화로 인터뷰하자”고 했다. 그나마 미국 정부가 한국인 입국금지를 본격 검토하기 전이라 다행이었을까. 씁쓸했다."

왜 한국인이라서 외국인에게 '미안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한국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확산시킨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울러 국제적으로 코로나19라고 표현하기로 했음에도 중국의 ‘우한’을 의도적으로 소환하기도 했다. 

"물론 한국의 적극적 검사와 투명한 공개는 팩트다. 그런데 이게 지금 자랑이랍시고 내세울 만한 일일까. 아파트 단지에 불이 났는데 옆집보다 우리 집이 피해를 더 빨리 파악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셈 아닌가. 그럴 시간이 있으면 묵묵히 진화에 더 집중해야 한다. '검사 역량만큼은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대통령과, '압도적 검사로 빨리 찾아내고 있는 것일 뿐'이라는 청와대 비서관의 항변을 보고 든 생각이다. 반대 진영이라고 목소리 높일 것도 없다. 뭘 잘한 게 있다고"

감염병을 방역하려면 적극적이고 신속한 검사와 투명한 공개 조치는 당연한 것이며, 그래야 확산을 막을 수 있다. 그로 인해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에 비해 코로나 피해를 꽤나 줄일 수 있었다. 그런데 '묵묵히 진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으니, 무지함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이다.

2020년 3월 4일자 '중앙일보'의 [노트북을 열며] "한국인이어서 미안합니다" 칼럼. /ⓒ 중앙일보
2020년 3월 4일자 '중앙일보'의 [노트북을 열며] "한국인이어서 미안합니다" 칼럼. /ⓒ 중앙일보

"이쪽도 저쪽도 결국 정쟁의 도구로 코로나를 활용할 뿐이다. 선진국 진입 목표는 당분간 잊자. 출산율은 장기적으로 더 낮아질 판이다. 재택근무와 휴교로 인한 워킹맘의 비명은 ‘무자식 또는 무남편=상팔자’라는 믿음을 조용히 재확인시키는 중이다. ‘대한민국’ 브랜드도 타격을 입었다. 그렇다고 모 시민단체가 그랬듯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80여 개국의 한국인 입국제한 사태를 이유로 고발할 일은 아니다. 강 장관만의 무능으로 빚어진 사태는 아니니까. 코로나 이후가 더 두렵다. 대한민국의 민낯을 직시하고, 판을 다시 짜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다시는 한국인이어서 미안하고 싶지 않다. 내 나라는 이런 나라가 아니다."

→ 현재, 코로나19로 전세계가 엄청난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에 다른 나라에 비해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 한국의 브랜드 가치는 더 올라간 상태다. 그의 예상은 역시 크게 빗나갔다. 특히 마지막에 "다시는 한국인이어서 미안하고 싶지 않다. 내 나라는 이런 나라가 아니다."라고 한 부분은 정말 창피스러울 지경이다.

당시 정문영 <굿모닝충청> 기자는 해당 칼럼에 대해 “〈중앙일보〉 전수진, 차라리 그 노트북을 닫아라!”라는 제목의 글로 거세게 꾸짖으며, "결론적으로, 그는 자신의 칼럼을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자존감은 아예 내팽개쳤다. 전반적인 논조는 필자의 자격지심에서 끄적거린 '낙서 수준'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고 후려갈겼다.

문제의 <중앙일보> 칼럼 두 개를 살펴보니, 그들은 종종 황당한 소설을 쓰면서 무지함까지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니 오늘과 같은 황당한 해석까지 자연스럽게, 아무렇지 않게 했던 것이다. 계속 그럴 거면 <중앙일보>는 그 노트북부터 어서 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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