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혹성에서 일어나는 일 14

오랜만에 대학 시절 노트를 펴서 읽는다. 동물심리학이라는 제목이 적힌 표시를 넘기자, 수컷 원숭이 개체 수 비율에 대해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성실 원숭이 : 바람둥이 원숭이 = 5 : 3

정말 세상에서 연애 사건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개체에 따라 여러 가지 차이가 있으니까, 온난화를 대하는 사람들의 견해가 갈리는 것도 지극히 당연하다. 어떤 기업이 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온난화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이 50%, 반대로 “관심이 없다”는 비율이 30%였다. 이상하게 수컷 원숭이 비율과 같다. 원숭이 세계처럼, 세상에는 다른 부류가 있어 사회가 돌아가는 거지만, 지난 2020년은 누구라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는 지나갈 수 없는, 그런 격심한 기상 현상이 발생한 1년이었지 싶다. 고온, 산불, 허리케인 등, ‘사상 처음’이라는 이름이 붙은 기록을, 굳이 세어 보았다면 끝이 없을 정도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이번 호에서는 지난해의 사건을 돌아보고자 한다.

■ 여기저기서 고온 기록

도쿄 올림픽 연기가 발표된 3월, 벚꽃 올림픽은 일찌감치 모습을 드러냈다. 비가 내리는 도쿄 야스쿠니 신사의, 기상청에서 계절의 변화(벚꽃의 개화 시기 등)를 파악하기 위해 기준으로 정한 나무에서, 예년보다 열이틀이나 빠르게 사랑스러운 다섯 송이의 꽃이 피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벚꽃 개화 기준은 대여섯 개의 범주로 되어 있다. 벚꽃 前線[벚꽃의 개화일이 같은 곳 끼리를 줄을 그어 연결한 것, 계절의 진행과 기후의 변동 등을 보는 지표가 됨]은 3월 중에 도호쿠 지방을 북상해 가서, 후쿠시마와 센다이 등에서도 전례가 없는 이른 시기에 개화 선언이 발표되었다. 전국적으로 벚꽃의 개화에 이변이 일어난 것은, 앞선 겨울이 관측 역사상 가장 따듯하였기 때문이다.

비정상적으로 따듯했던 것은, 남극도 마찬가지였다. 대륙에서 돌출한 남극 반도의 끝, 아르헨티나 소유의 Esperance 기지에서는, 2월에 남극 대륙 관측 역사상 최고 기온인 18.3℃가 기록되었다. 고온으로 단 며칠 동안에 얼음이 녹고, 땅이 드러나고 섬도 출현했다.

북반구가 더워지는 6월에 들어서자, 이번에는 북극권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세계의 寒極’이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러시아 베르호얀스크에서는, 북극권 관측 역사상 최고 기온인 38.0℃가 기록되었다. 바다에서는 얼음 융해가 진행되어, 북극해 항로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개통되고, 개통 기간도 과거 최장을 기록했다.

7월에는 중동의 쿠웨이트와 이라크 등에서, 8월에는 아시아에서 고온 기록이 잇달아 갱신되었다.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시에서 관측된 국내 최고 기온 기록과 같은 41.1℃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장마철의 장마 영향도 있어 야채 가격이 폭등해 지갑이 털렸다.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에서는, 세계 기온 관측 역사상 두 번째 고온인 54.4℃가 작열하는 지옥이 되어, 코로나 재난에도 불구하고, 무서운 것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에 관광객이 몰렸다.

기록은 오히려 계속되었다. 9월이 되어 남반구에서 기온이 상승하기 시작하자, 남미 파라과이에서 국내 최고 기온이 기록되고, 11월에는 늦봄의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사상 두 번째가 되는 이틀 연속 40℃대가 기록되었다.

아직 집계 도중인 듯하지만, 2020년은, 관측 개시 이후로 상위 삼 번 이내에 드는 무더운 해가 될 것이라고 한다. 삼 번인가, 라고 경시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는, 태평양 동부의 적도 부근 해수 온도가 예년보다 낮아지는 라니냐 현상이 발생했다. 라니냐가 일어나면, 일부에서는 고온 경향을 띠지만, 전 세계적으로 기온이 내려가는 경향에 있다. 이제까지 가장 더웠던 상위 세 개의 해 가운데 라니냐가 발생한 해는 하나도 없다.

■ 끝이 보이지 않는 삼림 화재

날씨가 무더워지면 질수록, 건조하면 건조할수록 산불은 악화일로로 치닫는다. 그러께부터 지난해 봄까지 이어진 오스트레일리아의 산불은, 전 세계에서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활활 타오르는 삼림에 뛰어들어, 내의 차림으로 코알라를 구출한 여성의 영상은 인상 깊어, 많은 사람을 감동에 빠지게 했지만, 여성의 셔츠에 감싸여 구조된 코알라는 심한 화상을 입어 곧 숨을 거뒀다. 일본 국토 반 이상의 넓이에 상당하는 19만㎢가 소실되고, 6만 마리의 코알라가 생명을 잃거나 심한 상처를 입었다.

장소를 바꾸어 세계 최대 습지대인 남미의 Pantanal에서는, 예년의 세 배에 해당하는 17,000건의 삼림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 또한 관측 역사상 최다 기록이 되었다. Pantanal은 재규어와 왕아르마딜로 등 절멸 위기에 허덕이는 희소 동물이 수많이 서식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등록되었다. 말라붙은 강에는 불에 타서 검게 그을린 악어와 족히 사람의 키를 넘는 커다란 아나콘다의 불에 탄 사체도 발견되었다.

요 몇 해, 대형 산불 발생이 일상적인 일인 양 일어나는 미국 서부는, 지난해도 기록적인 산불이 엄습했다. 극도의 건조로 발생하는 ‘마른 뇌우Dry Thunder Storm’와 따듯한 겨울로 발생한 나무좀bark beetle이 나무를 부식시켜 쉽게 타게 만드는 등의 이유도 함께 어울려, 불은 계속 확대되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이와테현 넓이에 상당하는 삼림이 불에 타 燒土로 변했다. 미국에서는 기온 상승에 더해, 인구 증가로 무리한 택지화도 요인이 되어, 산불로 인한 소실 면적이 1970년대에서 5배로 증가하고, 발생 시기도 두 달 반이나 늘었다고 한다. 예년이라면 가을에는 진압되었던 산불도, 지난해는 12월이 되어서도 수습되지 않았다.

■ 잇따르는 허리케인

지난해 허리케인이 발생하는 기간도 이상하게 길었다. 대서양에서는, 바다가 따듯해지는 6월 1일 이후에 제1호 허리케인이 등장하는 게 일반적인데, 지난해는 그 이전에 2개나 발생하여, 기록적으로 이른 허리케인 시즌이 개막되었다. 1년을 통해 허리케인 러시가 이어지고, 모두 합해 30개나 발생했다. 예년은 12개이니 배 이상이다. 첫 번째 희생자는 미국으로, 전체 30개 가운데 12개가 상륙, 관측 역사상 최다가 되었다. 미국 중에서도 특히 안타까웠던 곳이 남부 루이지애나주로, 미국 역사상 가장 강한 등급의 강도로 발달한 ‘로라’를 비롯해 5개의 허리케인이 상륙해 심대한 피해를 입었다.

한편, 일본에서는 태풍이 하나도 상륙하지 않는, 관측 역사상 다섯 번째라는 해가 되었다. 덕분에 기상 예보사도 느긋한 여름을 보냈지만, 아시아에서 평온했던 것은 일본뿐이었다. 한반도에는 관측 역사상 최다인 5개의 태풍이 상륙하고, 베트남에는 두 달에 7개의 태풍이 접근·상륙했다. 필리핀에서는 태풍 19호가, 이제까지 세계의 육지에 상륙한 어떤 태풍보다도 강한 세력으로 직격했다.

인도양에서도 기록이 이어졌다. 마치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은 ‘암판’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슈퍼 사이클론이 벵갈만에서 관측 역사상 최강의 세력으로 발달하여, 인도에 상륙했다. 11월에는 ‘가티’가 소말리아에 상륙하여, 소말리아 관측 역사상 최강의 사이클론으로 기록되었다.

바다는 인간이 배출한 잉여 열을 90%나 축적해 주는 관대한 존재다. 그러나 저장에도 한계가 있어, 그 열을 태풍이라는 형태로 발산해 지상으로 반송해 주기도 한다. 지난해는 기후의 급속한 변화를 통감하게 하는 한 해였던 것은 틀림없다.

■ 소수의 영향력

지금부터 100년 정도 전, 경제학자로 원예를 좋아했던 Vilfredo Pareto[1848~1923년. 이탈리아 사회학자, 경제학자]는, 뇌리를 스치는 어떤 생각에 사로잡힌다. 집에서 완두콩을 재배하는 동안, “키우던 완두콩의 20%에서 80%의 완두콩이 산출된다”는 사실이다. 이 발견이 유명한 “소수 요소가 전체에 대해 커다란 영향력을 가진다”라는 ‘파레토 법칙’으로 이어졌다.

마찬가지로 온난화 문제를 고려하면, 중국과 미국이 세계 전체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15%인 데 비해, 이 나라들이 배출하는 CO2 배출량은 전체의 절반에 가까이에 이른다. 소수가 커다란 영향력을 가진다는 파레토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 역시 이러한 대국이 세계적 추세에서 방향을 돌려 온난화 대책을 진행하지 않거니와 개선으로 이어질 것 같지도 않지만, 조금 밝은 전망은 보이는 듯하다. 지난해는 중국도 CO2 삭감에 긍정적 자세를 선언하기도 하고, 미국도 새로운 대통령 체제하에서 세계와 발을 맞추어 가지 않을까 기대된다.

그렇다면 만약, 이 두 대국이 CO2 배출 삭감에 열중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런 연구가 있다. 개미 집단은, 일개미와 농땡이 개미가 8 대 2의 비율도 존재한다. 그래서 일개미만 모아서 집단을 만들어 보았다. 더할 나위 없이 맹렬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이는 소굴이 되었을까, 라고 하면, 놀랍게도 일개미 20%가 농땡이 개미가 되어 버렸다고 한다. 설마 인류가 이 현상을 모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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