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김어준 축출' 본격 가동?..TBS 예산96%↓"디자인 서울에 2조 투입"
통째로 뺀 김어준 출연료..한국PD연합회 "오세훈, 부당한 탄압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부메랑이 될 것"
교통방송 PD들 "오세훈, 공영방송 목 통째로 쥐겠다는 것, 잔혹한 언론탄압 중지하라"
김어준 "상업광고 허용해주고 예산 삭감한다면 대환영"

[정현숙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후 새로 짠 서울시 예산에서 TBS 교통방송 출연금을 대폭 삭감하면서 '언론 탄압'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가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TBS 라디오본부 보도본부 전략기획실 등 예산을 96~99%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른바 '서울시 바로 세우기' 일환으로 내년도 시 예산에서 민간위탁 보조사업 예산을 대거 삭감하자 시민사회단체들이 2일 시의회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른바 '서울시 바로 세우기' 일환으로 내년도 시 예산에서 민간위탁 보조사업 예산을 대거 삭감하자 시민사회단체들이 2일 시의회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특히 라디오본부 예산에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 씨의 출연료가 포함돼 있어 사실상 김어준 출연료를 전액 삭감한 예산이다. 인건비와 방송송출 관련 예산 정도만 남기고 모든 예산을 거의 전액 삭감해 '인건비만 받고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뜻을 예산을 통해 요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오 시장이 ‘디자인 서울’을 계승하는 사업에는 전체 예산의 4%에 달하는 2조원을 편성했다. 전임 박원순 시장의 사업으로 언급된 주민참여 예산은 최대 80%까지 삭감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2일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김인호 서울시의회의장은 “오세훈 서울시가 제출한 예산안을 살펴보면 역대 최고액인 44조원을 편성해 4조원이 늘었다”라면서 “‘전임 시장 흔적지우기’로 언급되는 예산들은 많이 삭감된 반면 오 시장의 ‘디자인’관련 사업에만 2조원 정도 편성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도시로 가는 데 있어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아사직전인 상황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TBS예산 삭감과 관련해서도 “TBS는 지난해 2월 재단설립을 했는데 당시 독립취지가 외풍을 막기 위한 것이었으나 (서울시가) 예산의 3분의 1을 삭감했다”라면서 “주변에서는 보복예산 삭감이다, 정치예산, 편파예산이라는 이야기가 많은데 시의회가 면밀히 살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TBS는 상업광고를 할 수 없는데 상업광고를 통해 별도의 수익을 낼 토대를 만들어 준 후 예산삭감을 해야 정당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라며 “주변에서는 보복예산 삭감이다, 정치예산, 편파예산이라는 이야기가 많은데 시의회가 면밀히 살펴볼 생각”이라고 했다.

김 의장은 또 “오세훈 시장이 TBS 업무 보고도 안 받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업무 보고도 받아보고 만약 개선점이나 문제점이 있다고 하면 개선책도 내길 바란다. 서로 대화로 풀면 좋을 것 같다”라고 했다.

그는 “이번처럼 서울시가 예산을 편성하면서 의회와 소통이 없었던 적이 없다”라면서 “시의회에는 예산정책특별위원회도 있고, 예산정책위원회도 있다. 그동안은 사전에 의회와 예산과 관련해 논의도 좀 하고, 조율도 해서 분란을 최소화해왔는데 이번에는 굉장히 보안에 부쳐 어제 넘어온 것을 현재 분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오세훈 시장의 일방 독주에 우려를 나타냈다.

김어준씨는 이날 대담에서 "의장님, 상업광고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 저희가 광고를 못 받게 되어 있는데 예산을 다 자르면 방법이 없지 않느냐"라며 "상업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해주시고, 그리고 (예산을) 삭감한다면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디어오늘'이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경만선 시의원으로부터 받은 '서울시의 22년도 미디어재단 TBS 예산안 총괄표'를 보면, 세출 세부항목에서 인건비 등 행정운영경비와 송신소와 방송장비, 청사 유지관리 등 방송사 유지에 필수적인 비용을 제외하고 거의 전액 삭감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략기획실 예산은 올해 25억1919만원에서 내년도 898만원(디지털 콘텐츠 제작 및 운영비 제외 전액 삭감)으로 99.6% 삭감했고, 라디오본부의 경우 62억5574만원에서 2억4498만원으로 96.1% 삭감했다. 보도본부도 12억3548만원에서 1029만원으로 99.2% 삭감한 것으로 나온다.

서울시가 경만선 서울시의원에게 제출한 2022년도 TBS 출연금 총괄표. 경만선 시의원
서울시가 경만선 서울시의원에게 제출한 2022년도 TBS 출연금 총괄표. 경만선 시의원

오 시장이 김어준 씨를 겨냥한 과도한 예산삭감을 두고 한국PD연합회는 “오 시장은 서울시장의 예산 편성권을 사유화하여 정치적 이익을 도모한다는 비난을 자초하지 말기 바란다”라고 경고했고 교통방송 PD협회는 “잔혹한 언론탄압을 중지하라”고 각각 비판 성명을 냈다.

한국PD연합회는 1일 성명을 내고 오세훈 시장을 향해 “오 시장이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눈엣가시처럼 여겨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취임 초기부터 김어준의 출연료를 문제 삼으며 TBS에 대해 파상적인 정치공세를 펼쳐 온 그는, 최근 김어준의 '이재명 지지 발언'에 일부 야권 정치인들이 반발하자 이를 빌미로 다시 TBS 탄압의 칼을 뽑아 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라며 “예산을 무기로 목을 조여서 방송사가 아예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상식과 원칙을 무시한 폭거”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오 시장은 최근 한겨레신문이 자기 발언을 검증 보도하자 발끈해 광고 중단으로 응답한 바 있다"라며 "오 시장은 돈이면 뭐든지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PD연합회는 “광고 중단은 역대 독재 정권이 언론을 길들이려고 사용해 온 전형적인 탄압 수단으로 오 시장은 부당한 출연금 삭감 조치로 TBS의 편성을 파괴해 방송법을 위반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라고 경고하면서 "이 황당한 방침을 즉시 철회하고 국민들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오세훈 시장은 방송으로 이름과 얼굴을 알려서 정치인이 된 사람"이라며 "1994년 MBC <오변호사 배변호사> 출연 당시 그는 서민친화적인 자세로 시청자의 호감을 샀다. 지금 오 시장의 행태는 그때와 너무 거리가 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 출연으로 입지를 굳힌 인물이 은밀한 곳에서 예산을 무기로 방송을 죽이려 하는 행태를 대다수 PD들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라며 "우리 3천 PD들이 주시하고 있다. 오 시장은 TBS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그렇지 않을 경우 이 모든 사태는 부메랑이 되어 오 시장에게 되돌아갈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라고 덧붙였다.

TBS 교통방송 PD협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TBS는 시장의 편에 서지 않았다. 시민의 충실한 감시자로 시정과 권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았다"라며 “그리고 취임 6개월 만에 시장이 TBS를 향해 보인 첫 행보는 TBS에 대한 출연금 전년대비 122억 삭감이었다”라고 조목조목 따졌다.

그러면서 “이대로라면 TBS에서 이뤄지는 모든 방송제작은 중단될 수 밖에 없다. TBS의 주 수입원인 95.1MHz TBS FM 채널은 법적으로 상업광고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타 방송사처럼 방송발전기금을 지원받을 수도 없다”라고 했다.

이어 “오세훈 시장은 TBS가 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아는 상황에서, 출연금마저 하루아침에 삭감하겠다는 것”이라며 “재원수단이 없는 공영방송의 목을 통째로 쥐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법인 강남 소속 노영희 변호사는 2일 SNS를 통해 "시대착오적인 언론독재 오세훈 부끄러움은 당신의 몫"이라고 꼬집었다.

다음은 한국PD연합회가 낸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 오세훈 서울시장은 TBS에 대한 무도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서울시가 TBS에 대한 출연금을 122억원 가량 삭감할 방침을 밝혀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출연금 총액 375억원 중 무려 32.6%를 단번에 삭감하면 TBS의 내년 예산은 전년도 인건비에도 못 미치는 액수가 되어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어렵게 될 거라고 한다. 우리 3천 PD들은 서울시의 무지막지한 방송 탄압에 경악을 금할 수 없으며, 이 황당한 방침을 즉시 철회하고 국민들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출연금 대폭 삭감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시와 결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조치로, 서울시민의 혈세를 무기로 방송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오 시장이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눈엣가시처럼 여겨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취임 초기부터 김어준의 출연료를 문제 삼으며 TBS에 대해 파상적인 정치공세를 펼쳐 온 그는, 최근 김어준의 ‘이재명 지지 발언’에 일부 야권 정치인들이 반발하자 이를 빌미로 다시 TBS 탄압의 칼을 뽑아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번짓수가 한참 틀린 대응이 아닐 수 없다. 문제의 ‘이재명 지지 발언’은 TBS 프로그램이 아니라 다른 유튜브 채널에서 나온 말이다. 이재명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김어준의 TBS 출연을 중단시켜야 한다면, 다른 채널의 시사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야권 후보 지지 패널들도 똑같은 논리로 모두 출연을 금지해야 한단 말인가?

출연자의 개인적 정치 성향을 이유로 방송에서 배제하자는 건 과거 정권에서 은밀히 이뤄진 블랙리스트를 부활시키자는 얘기나 다를 바 없지 않은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이 프로그램을 칭찬할 수도 있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방송심의제도, 그리고 벌점에 따른 방송사 재허가 제도에 호소하는 게 민주사회의 올바른 절차 아닌가.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TBS 임직원들의 책임이자 권한이다. 예산을 무기로 목을 조여서 방송사가 아예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 하도록 압박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상식과 원칙을 무시한 폭거라 아니할 수 없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의 예산 편성권을 사유화하여 정치적 이익을 도모한다는 비난을 자초하지 말기 바란다.

오 시장은 최근 한겨레신문이 자기 발언을 검증 보도하자 발끈하여 광고 중단으로 응답한 바 있다. 오 시장은 돈이면 뭐든지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건가? 오죽했으면 한겨레 기자가 “광고비가 오 시장의 돈인가?” 반문했을까. 광고 중단은 역대 독재 정권이 언론을 길들이려고 사용해 온 전형적인 탄압 수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게 오 시장의 지시냐”는 물음에 답하지 못하여 광고 중단이 사실상 그의 지시에 따른 것임을 인정했다.

오 시장은 국회 행정안전위 국정감사에서 “서울시가 과거처럼 TBS에 간섭한다거나 방송 내용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사실상 한계가 있다”며 “TBS가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고 프로그램이 정치 편향성에서 벗어날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불만 때문에 출연금을 삭감하려 한다는 걸 사실상 인정한 게 아닌가.

예산의 세부 항목도 명기하지 않고 예산 총액을 삭감하겠다는 것도 무원칙하기 짝이 없다. TBS의 전체 예산 515억원 중 서울시 출연금은 375억원이다. 여기서 122억원을 삭감하여 서울시 출연금이 TBS 예산 총액의 절반을 넘지 않도록 한 모양새인데, 이렇게 자의적인 예산 편성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TBS 임직원들은 2019년 재단으로 독립한 뒤 광고도 불가능하고 방송발전기금 지원도 없는 상황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분투해 왔다. 협찬을 비롯한 자구노력으로 점차 재정 상황을 개선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의 전액의 프로그램 제작비를 박탈하는 것은 걸음마 하는 아기를 낭떠러지에서 밀어 떨어뜨리는 것과 다름없는 잔인한 조치 아닌가.

이대로 가면 TBS의 TV와 라디오 제작비는 사실상 97%가 삭감되는 결과라고 한다. 이 제작비에는 작가, 조연출 등 프리랜서와 비정규직의 인건비도 포함돼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오 시장의 자의적인 결정으로 많은 이들의 생계가 직접 위협받게 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해 온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생존의 벼랑 끝에 몰려도 오 시장은 개의치 않겠다는 것인가?

오세훈 시장에게 알려드린다. 예산을 박탈하여 프로그램 제작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개별 프로그램에 대한 간섭이나 영향력보다 훨씬 더 큰 방송 탄압이다.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못하면 방송 편성 자체가 무너지는 것 아닌가.

방송법 제4조는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된다”며 “누구든 방송 편성에 관하여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오 시장은 부당한 출연금 삭감 조치로 TBS의 편성을 파괴하여 방송법을 위반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오세훈 시장은 방송으로 이름과 얼굴을 알려서 정치인이 된 사람이다. 1994년 MBC <오변호사 배변호사> 출연 당시 그는 서민친화적인 자세로 시청자의 호감을 샀다. 지금 오 시장의 행태는 그때와 너무 거리가 멀다.

방송 출연으로 입지를 굳힌 인물이 은밀한 곳에서 예산을 무기로 방송을 죽이려 하는 행태를 대다수 PD들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 3천 PD들이 주시하고 있다. 오 시장은 TBS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그렇지 않을 경우 이 모든 사태는 부메랑이 되어 오 시장에게 되돌아갈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2021년 11월 1일

한국PD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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