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계란 맞으러 온다" 쏟아지는 시선들, 수십 년 전에도 써먹었던 '식상한' 수법

[ 고승은 기자 ] = 국민의힘 대선경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두환 옹호' '개 사과' 파문과 관련, 11월초 최종후보 결정 직전 광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일부러 광주에서 '봉변'당하는 모습을 연출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봉변당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비춰주면서 소위 '피해자 코스프레'하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줄곧 알려진 전략이라, 매우 식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과거 87년 대선 당시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가 광주 유세에서 봉변당했던 그런 그림을 내심 꿈꿀 듯한 모습이다.

국민의힘 대선경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두환 옹호' '개 사과' 파문과 관련, 11월초 최종후보 결정 직전 광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일부러 광주에서 '봉변'당하는 모습을 연출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그가 지난 7월 광주 민족민주열사묘역(옛 망월묘역)에 잠들어 있는 이한열 열사 묘지를 참배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경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두환 옹호' '개 사과' 파문과 관련, 11월초 최종후보 결정 직전 광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일부러 광주에서 '봉변'당하는 모습을 연출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그가 지난 7월 광주 민족민주열사묘역(옛 망월묘역)에 잠들어 있는 이한열 열사 묘지를 참배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용섭 광주시장은 28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전두환을 옹호하는 이야기 했던 게 10월 19일이지 않는가"라며 "그런데 2주도 지나서 오겠다고 하는 것은 다음 주에 있는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선거 전략 아니겠나"라고 분석했다.

이용섭 시장은 "광주에서 탄압받는 모습을 보여 가지고 보수 진영을 결집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그래서 어느 분 표현대로 하면 계란 맞으러 오는 것이고 봉변당하러 오는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용섭 시장은 "보수 정치인들이 광주에서 광주를 이용해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한다든지 코로나 정국에 극우 단체들이 금남로에서 시위, 집회하면서 봉변당하는 모습을 부각시켜서 다른 곳에서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만 우리 광주 시민들이 그런 데 넘어가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이용섭 시장은 "광주 시민들은 강하고 도전적이긴 하지만 매우 지혜롭고 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계란 맞으러 오고 봉변당하러 오는 사람에게 계란 던지거나 물리적 충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윤석열 후보는 우리가 그렇게 대응할 가치가 없는 분이고 그래서 무대응, 무관심, 무표정 소위 3무 침묵 대응하자, 이렇게 분위기도 지금 만들어지고 있다. 저도 시민들에게 그렇게 당부를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용섭 시장은 우발적 상황을 대비해 "안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만 만약 온다면 윤석열 후보를 철저하게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전두환 옹호' 파문에 사과(Apologize, 謝過)는 하지 않고 사과(Apple, 沙果) 사진을 올리며 '사과 여론'을 조롱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결정타로 자신의 반려견 '토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올렸다. 사진=윤석열 전 총장 인스타그램
윤석열 전 총장은 '전두환 옹호' 파문에 사과(Apologize, 謝過)는 하지 않고 사과(Apple, 沙果) 사진을 올리며 '사과 여론'을 조롱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결정타로 자신의 반려견 '토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올렸다. 사진=윤석열 전 총장 인스타그램

진행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지난 27일 같은 방송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다음 주 광주 가신다는데 일부러 계란 맞으러 가시는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패널로 출연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꼭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어준 총수는 “꼭 그렇게 보인다”며 “계란 던져주면 감사한 것이고”라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광주 시민들이 일부러 계란 던질 거라고 저는 생각하지는 않는데 정치에서는 그런 사건도 일부러 만들어 내니까"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선 직전 유명한 사례가 있다면, 87년 대선을 꼽을 수 있다. 87년 11월 29일 노태우 당시 민주정의당(이하 민정당) 후보는 광주 유세를 위해 광주역 광장에 마련된 유세장을 찾았다. 

당시 보도내용을 보면 광주역 광장엔 구름같은 인파가 몰렸는데, 노태우 후보가 도착하기 전부터 시위가 이어졌고 민정당의 홍보물 등을 불태웠다. 시위대는 연단을 향해 나무와 막대기, 돌 등을 던지기도 했다. 

87년 11월 29일 노태우 당시 민주정의당(이하 민정당) 후보는 광주 유세를 위해 광주역 광장에 마련된 유세장을 찾았다. 당시 광장에 모여든 시위대는 연단을 향해 나무와 막대기, 돌 등을 던지기도 했다. 노태우 당시 후보는 방탄유리와 경호원, 민정당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연설했다. 사진=MBC 방송영상
87년 11월 29일 노태우 당시 민주정의당(이하 민정당) 후보는 광주 유세를 위해 광주역 광장에 마련된 유세장을 찾았다. 당시 광장에 모여든 시위대는 연단을 향해 나무와 막대기, 돌 등을 던지기도 했다. 노태우 당시 후보는 방탄유리와 경호원, 민정당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연설했다. 사진=MBC 방송영상

이어 노태우 당시 후보의 카퍼레이드가 연단 인근에 이르렀을 때 또 돌과 막대기 등이 날아들었다. 당시 비서들과 경호원들이 투명한 방패를 꺼내 노태우 후보를 보호했다. 노태우 후보가 연단에 올랐으나 시위는 계속됐으며, 그는 방탄유리와 경호원, 민정당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연설을 시작했다. 

노태우 당시 후보는 "여러분이 던지고 있는 화염병과 돌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화염병이며, 민족을 분열시키는 돌멩이"라며 "다시 한 번 자제할 것을 호소한다. 모든 모순된 감정을 누르고 우리 모두 화합합시다"라고 말했다.

노태우 당시 후보는 이어 "애국가를 부릅시다"라고 요청한 데 이어 "이 노태우는 6.29정신을 바탕으로 집권 후 최우선적으로 광주문제해결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이제 우리 서로 용서하고 서로 사랑하고, 서로 돕는 대화합의 시대를 열어 나아갑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태우 당시 후보가 연설하는 와중에도 돌과 나무막대기 등이 잇달아 날아들었다. 당시 광주시민들은 전두환·노태우 신군부 쿠데타 세력의 광주학살에 거센 분노를 하고 있었고, 오랫동안 진실을 말할 수도 없었기에 억눌려 있던 감정이 폭발하던 때였다. 광주학살의 대표적 가해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노태우씨를 당연히 환영할 수 없던 것이다. 결국 연설이 끝나자마자 노태우 후보는 자리를 황급히 떠났다. 

87년 11월 29일 노태우 당시 민주정의당(이하 민정당) 후보는 광주 유세를 위해 광주역 광장에 마련된 유세장을 찾았다. 당시 광장에 모여든 시위대는 연단을 향해 나무와 막대기, 돌 등을 던지기도 했다. 노태우 당시 후보는 방탄유리와 경호원, 민정당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연설했다. 사진=MBC 방송영상
87년 11월 29일 노태우 당시 민주정의당(이하 민정당) 후보는 광주 유세를 위해 광주역 광장에 마련된 유세장을 찾았다. 당시 광장에 모여든 시위대는 연단을 향해 나무와 막대기, 돌 등을 던지기도 했다. 노태우 당시 후보는 방탄유리와 경호원, 민정당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연설했다. 사진=MBC 방송영상

당시 민정당이나 노태우 후보 측에선 '김대중(당시 평화민주당 후보) 몰표'가 확실시되는 호남에서 표를 얻을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호남에서 봉변당하는 그림을 만들어서 텃밭인 대구·경북은 물론 다른 지역의 표를 얻으려 했던 전략으로 읽힌 부분이다. 당시엔 지역감정이 지금보다 훨씬 극심했고, 그해 대선과 이듬해 총선에서 정확히 표심으로 표출됐다. 

현재 '전두환 늪'으로 뛰어든 윤석열 전 총장도 광주 시민들의 표를 얻기 위해 방문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든 봉변당하는 그림을 만들어서 다른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으려는, 이미 많이 알려질대로 알려진 '식상한' 전법을 쓰려는 게 아닌지 의심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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