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직접사죄'와 '진상규명 협조'는 없었다, 그나마 '대리사죄'와 '추징금 완납'만 이행

[ 고승은 기자 ] = 전두환씨 등과 함께 12.12 군사반란, 5.18 광주 학살의 주범으로 꼽히는 노태우씨의 사망과 관련, 5.18 관련 단체들은 "본인의 사죄는 물론 진상규명 관련 고백과 기록물 공개, 왜곡·조작된 회고록을 교정하지 않음으로써 끝까지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5·18기념재단은 노태우씨가 떠난 26일 성명에서 "노태우는 죽더라도 5·18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우리는 노태우의 국립묘지 안장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전두환씨 등과 함께 12.12 군사반란, 5.18 광주 학살의 주범으로 꼽히는 노태우씨. 이들은 지난 95년 김영삼 정부 당시 해당 건과 천문학적 비자금 조성 등으로 인해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전두환씨와 함께 12.12 군사반란, 5.18 광주 학살의 주범으로 꼽히는 노태우씨. 이들은 지난 95년 김영삼 정부 당시 해당 건과 천문학적 비자금 조성 등으로 인해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이들 5.18 단체들은 "6월 민주항쟁 이후 대통령이 된 노태우는 1988년, 5·18을 ‘민주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규정하면서도 5·18 때 계엄군이 일방적으로 폭력을 휘두른 것이 아니라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시민과 군인, 경찰이 충돌하여 많은 희생자가 나온 것이라며 책임의 본질을 흐리려 했다"며 "그의 회고록에서도 사과는 없었다"고 질타했다.

5.18 단체들은 "우리 사회는 재포장된 군부독재의 역사가 아닌, 5·18에 대한 진상규명을 다시 조명해야 한다"며 "진심어린 사죄와 증언으로 5·18진상규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만이 살아남은 자들의 죄업을 씻는 최소한의 길임을 숙고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즉 여전히 5.18 광주민주화항쟁 당시 누가 시민들을 향해 발포하라고 지시했는지, 무고한 시민들을 왜 짓밟았는지 또 시신은 어디에다 암매장했는지 등의 질문에 대해 책임자들은 아직까지도 입을 열고 있지 않다. 이들 모두 전두환-노태우 정권 당시 요직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하던 자들이다. 

여전히 5.18 광주민주화항쟁 당시 누가 시민들을 향해 발포하라고 지시했는지, 무고한 시민들을 왜 짓밟았는지 또 시신은 어디에다 암매장했는지 등의 질문에 대해 책임자들은 아직까지도 입을 열고 있지 않다. 전두환 정권 당시 전두환씨와 노태우씨 모습. 사진=연합뉴스
여전히 5.18 광주민주화항쟁 당시 누가 시민들을 향해 발포하라고 지시했는지, 무고한 시민들을 왜 짓밟았는지 또 시신은 어디에다 암매장했는지 등의 질문에 대해 책임자들은 아직까지도 입을 열고 있지 않다. 전두환 정권 당시 전두환씨와 노태우씨 모습. 사진=연합뉴스

노태우 회고록(2011년 8월 출간, 조선뉴스프레스)에 따르면, 노태우씨는 "광주사태 당시 나는 수도경비사령관으로서 서울지역의 계엄분소장 직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광주에서 발생한 사태에 대해서는 관여할 입장이 아니었다" "광주사태의 진범은 유언비어였다고 생각한다. 참으로 악랄한 유언비어가 광주 시내를 뒤덮었다" 등으로 서술했을 뿐, 자신과 신군부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부분은 찾아볼 수 없다.

5.18 단체들은 노태우씨가 그나마 추징금 2600억원(비자금 조성 건)을 완납하고 아들 노재헌씨를 통해 대리사죄한 점에 대해선 일부 긍정평가했다. 

즉 전두환씨가 골프를 치고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하면서도 추징금은 여전히 완납하지 않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전두환 정권의 수많은 피해자들을 우롱하며 여전히 망언을 수없이 하고 있다는 점과는 그나마 대비되는 면이라서다.

노태우씨와 전두환씨 등 5·18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대면 조사를 추진해 온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난 41년 간 피해자와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고 사죄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언급도 없이 사망하여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태우씨는 5.18 광주민주화항쟁 당시 벌어진 시민 학살과 관련, 끝까지 진상규명에 협조하지 않았다. 또 희생자들에 대한 사죄는 아들인 노재헌씨를 통해 '대리'로 했을 뿐, 본인이 직접 사죄하진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노태우씨는 5.18 광주민주화항쟁 당시 벌어진 시민 학살과 관련, 결국 진상규명에 협조하지 않았다. 또 희생자들에 대한 사죄는 아들인 노재헌씨를 통해 '대리'로 했을 뿐, 본인이 직접 사죄하진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조사위 측은 최근 5.18 관련 대상들(전두환, 노태우, 이희성, 황영시, 정호용)에게 조사를 받으라는 안내 서한 및 출석요구서를 발송했으며, 연령과 건강 상태를 고려하여 의료진을 동행한 자택 방문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사위 측은 향후에도 "5·18 진상규명 관련 핵심인물 35명과 관련자에 대해 법률이 부여한 권한과 책임에 따라 지속적이고 엄정하게 조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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