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14주기 추도식이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렸다.

봉하마을은 이른 아침부터 모인 노란 모자를 쓴 7천여 명의 추모객들이 모였다.

노무현재단
노무현재단

[노무현 대통령 서거 14주기] 온라인은 온통 추모 열풍

류근 시인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습니다"

김경수 전 지사 "언제 '우리가 해냈다' 말씀드릴까"

곽노현 전 교육감 "윤석열과 대비되어 더 그리워"

노무현 육성 연설 재조명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4주기를 맞아 온라인에서 뜨거운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인은 물론 교육계 인사·시인·시민단체 임원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추모의 글을 올리고 있다. 일반시민들도 온라인상의 추모 행렬에 나섰다.

류근 시인은 23일 페이스북에 유준 화백의 그림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습니다>를 보여주며 “한 인간의 소박하고 위대한 평화를 살해한 자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은 또 <해마다 쓰는 편지>를 꺼내 보며 혼자서 가만히 속삭이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14주기. ‘누군가는 당신이 죽어서 별이 되었다 말하지만, 그래도 저는 당신이 살아서 울타리 낮은 이웃이 되기를 바랬습니다. 바보 노무현!”이라는 글로 고인을 추모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이날 <노무현 대통령님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님 14주기를 맞으며, 대통령님께서 평생을 바쳐 이루고 싶어했던 ‘국민통합의 길’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봅니다. 대통령님께 ‘우리가 함께 이렇게 해냈습니다’하고 말씀드릴 수 있는 그 날은 언제쯤이 될까요”라고 물으며 “제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는 하루입니다. 대통령님, 보고 싶습니다”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었다. 지난해 연말 뒤로 처음 올린 글이다.

류근 시인 페이스북
류근 시인 페이스북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21일 “이의 있습니다, 토론하십시다, 검사와 대화, 사무관들과 혁신토론으로 상징되는 토론과 혁신에 진심인 노무현입니다. 한미FTA를 체결하고 선거제 개편 위한 대연정과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한 담대한 노무현입니다”라는 글로 노무현을 기억했다. 그는 또 “팔색조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측면을 갖고 있었지만 어느 측면 할 것 없이 모두 인간적이고 매력적이었지요. 거짓과 위선을 극도로 멀리하고 원칙과 상식을 중시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윤과 대비되며 더 그립습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23일 <진정한 추모는 정치검찰 세력과 정면 승부하는 길 외에는 없다>는 성명을 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과 죽음은 (…) 이명박 정권의 정적 제거 공작에 따른 정치검찰의 여론몰이와 주변 인사들에 대한 압박수사가 가져온 결과였다”며 “최악의 뇌물비리 범죄자 이명박은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이인규는 회고록이라는 걸 내고 또다시 고인을 모독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촛불행동은 또 “정치검찰의 막가파식 행패가 그의 죽음을 불러왔다는 것은 이제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남게 되었다”며 “(그들은) 결국 검찰 쿠데타를 진행했고 그 정치적 완성이 윤석열 정권으로 나타난 것이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라고 해석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촛불국민들이 정치검찰 독재세력 윤석열 퇴진운동을 벌여온 지 어느새 40차에 이르렀지만 이들은 아직도 주춤거리고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진정한 추모는 과거를 회상하고 그의 정신을 기리는 것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투쟁의 과정이 없는 추모는 ‘노무현 정신’을 박제시키는 것”이며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는 명쾌한 역사진보의 지침을 남긴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가장 올바른 방법은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정치검찰 세력과 정면 승부하는 길 외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최경순 안양마을생태연구회 대표는 노무현재단의 온라인 사진전 사이트를 링크하고 “바보 노무현을 사진으로나마 만나는 시간…. 그를 잃고서야 우리야말로 얼마나 바보였는지를 알게 되었지요”라고 썼다.

최경순 안양마을생태연구회 대표 페이스북
최경순 안양마을생태연구회 대표 페이스북

서거 소식을 접한 순간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최명철 3·17민주의거기념사업회 부회장은 “어머니 모시고 가족들과 함께 대전 국립현충원 당신 묘소에 가던 길, 유성 거의 다 가서야 전화로 전주에 계신 고모님께 소식을 들었다”고 기억했다. 그가 기억하는 고모와의 대화는 이랬다. “노무현이 죽었대!” “네?” “...그래 차라리 잘 돌아가셨다.” 그는 “검찰과 언론을 참칭하는 기레기들의 비아냥이 난무하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노무현은 결코 죽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내 가슴 속에 당당히 살아 있다”고 썼다.

그런가하면 이정헌 전 JTBC 앵커는 “‘(노무현 대통령이)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역설하셨지만 우리 사회는 떳떳하게 정의를 얘기하고 불의에 맞서기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고 안타까워하면서도 “정치 개혁, 사법 개혁, 언론 개혁을 통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셨던 고인의 큰 열망을 이어받아, 우린 깨어있는 강물과 같이 바다를 향해 힘차게 달려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반 시민들은 특히 트위터에 글을 연이어 올렸다. 무엇보다도 그리움의 글이 많았다. “그립고도 그리운 사람이다. 아~노무현 대통령.” “이재명 대표님이 잘 견뎌주셔서 감사합니다. 끝까지 함께 해요~ 항상 건강하시길…. 노무현 대통령님도 너무 그립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시민들과 함께 그리움을 표하며, 그러나 희망에 대해 얘기했다. 페이스북에 “‘역사는 더디다. 그러나 진보한다.’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남기신 말씀입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대통령님 떠나시고 한동안 우리를 지배한 건 울분과 허망함, 지키지 못했다는 비통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덧 우리 가슴 속 그리움은 용기로, 분노는 희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라고 썼다.

노무현에 대한 그리움은 자연스레 정치검찰과 정치검사들에 대한 성토로 이어졌다. “그는 검사들과 직접토론을 시도했지만 돌아온 것은 고졸 대통령에게 ‘몇 학번이냐’는 등 막나가는 꼴을 경험했다. 퇴임 후 검찰에 불려가 ‘당신은 대통령도 사시 선배도 아닌 피의자다’라는 모욕을 당했다.” 시민들은 ‘논두렁 시계’도 다시 소환했다. “노무현 서거는 ‘논두랑 시계’가 상징하듯 검찰 마피아에 의한 사법살인으로 기억될 것이다.”

노사모가 나서 비주류 출신의 ‘바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으니 민주당에 대해 팬덤정치니 개딸정치니 하는 말을 거두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노사모와 함께한 역사가 ‘비주류’ 바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참여민주주의의 시대를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같습니다.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개딸’을 팬덤정치라며 박해하려 해서는 안됩니다.”

그런가하면 지난 2012년 개설한 <노무현 대통령 어록> 봇은 팔로워가 34만 명을 넘어섰다. 계정주는 노무현 어록집 <이것이 우리의 미래다>에서 발췌 소개하고 있다.

명 연설가인 노무현의 육성 비디오 파일을 공유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2006년 4월 25일의 ‘한일 관계 특별 담화 연설’이 관심을 끌었다. 윤석열 정부의 굴욕외교에 대한 분노가 여전히 뜨겁기 때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그냥 우리 땅이 아니라 40년 통한의 역사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는 역사의 땅입니다. 독도는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가장 먼저 병탄되었던 우리 땅입니다. 일본이 러일전쟁 중에 전쟁 수행을 목적으로 편입하고 점령했던 땅입니다.” [=이승호 에디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이 지속가능한 저널리즘을 만듭니다.

정기후원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