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숨도 못쉬게 만들어 주자"는 각오...손준호에 대한 간절한 염원도 담겨

그 어느때 보다 높은 선수들의 강한 승부욕이 다시 한번 '공한증'에 쐐기를 박았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하 클린스만호)은 21일 중국 광둥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C조 조별리그 2차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3-0으로 완승, 승점 6점으로 조 1위를 고수하며 3차 예선과 11회 연속 FIFA월드컵 본선 진출의 전망을 더욱 밝게 했다. 지난 7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진행된 조 추첨에서 싱가포르, 중국, 태국과 함께 C조에 편성된 클린스만호에 대한 조 평가는 장밋빛이었다.

이를 뒷받침 하듯 클린스만호는 쾌조의 2연승을 질주하며 싱가포르, 중국, 태국에게 '넘사벽' 임을 확실히 각인시켜 줬다. 중국이 클린스만호를 상대로 하여 꿈꿨던 필승 전략은 기술, 전술이 아닌 단지 선수 개인 의지와 알렉산다르 얀코비치(51.세르비아) 감독이 밝힌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스리백 수비 전술에서 의도한 선 수비, 후 공격 축구는 경기 시작과 함께 클린스만호의 한, 두 수 높은 선수 기량과 팀 전력 우위에 의한 파상적인 공격에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손흥민이 21일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C조 조별리그 2차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두 번째 골을 터뜨린 후 '찰칵 세르머니'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손흥민이 21일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C조 조별리그 2차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두 번째 골을 터뜨린 후 '찰칵 세르머니'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경기전 클린스만호의 '캡틴' 손흥민(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이 말한 "숨도 못쉬게 만들어 주자"라는 각오 대로 의욕과 시스템만 가지고 도전했던 중국은 말 그대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모양새다. 전반 11분에 황희찬(27.울버햄튼)이 유도해 낸 페널티킥을 손흥민이 깔끔하게 마무리해 일격을 당하고 말았다. 이른 시간 선제골 사냥에 성공한 클린스만호와 중국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갈렸다. 

클린스만호는 볼 점유율을 70%가까이 가져가는 일방적인 공격을 시도했고 중국은 추가골 허용을 의식해 5-4-1 형태의 밀집 수비로 버텼다. 그러나 한국은 공격라인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위주의 특정 선수를 활용하는 플레이를 벗어나, 미드필드 황인범(27.츠르베나 즈베즈다)까지 아우르는 조직적이고 다양한 공격 플레이로 중국을 압박하며 역습 시도 기회조차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하지만 전반 42분 클린스만호는 골키퍼 김승규(33.알 샤밥)의 안일한 공격 빌드업 플레이로 탄 롱에게 결정적인 슈팅을 허용하며 실점 위기를 맞았다.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클린스만호는손흥민이 44분 이강인의 패스를 받아 중국의 허를 찌르는 공간 침투에 성공한 후 회심슈팅을 시도했지만 골키퍼 안 쥔링의 선방으로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진 이강인의 코너킥을 손흥민이 그림 같은 헤더로 결국 추가 득점에 성공하며 2-0으로 전반을 마쳤다.

 

후반 41분 전반 멀티골 '원맨쇼'를 펼친 손흥민의 프리킥을 정승현(29.울산 현대)이 헤더 쐐기골로 연결한 클린스만호는 후반전에 손흥민과 이강인의 전광석화 같은 속공을 신호탄으로 패스면 패스, 드리블이면 드리블, 돌파면 돌파, 그리고 수비 라인 김민재(27.바이에른 뮌헨)부터 최전방까지 이어지는 고강도 압박 안되는 것이 없는 질 높은 플레이로 시종일관 경기를 지배했다.

여기에 손흥민의 환상적인 라보나 킥은 물론 창조적인 플레이와 절묘한 스루 패스는 말 그대로 중국의 4만 홈 관중에게 주는 특별 서비스로 한국과 중국의 현실적인 차이가 얼마나 큰 지를 여실히 증명해 보였다.

의욕과 시스템만으로 클린스만호에 도전장을 던지며 요행을 바랐던 중국이다. 이는 실로 무모한 도전으로 태극전사들은 우려했던 과격한 몸싸움과 태클을 여유있고 한 템포 빠른 플레이로 피해가며 중국에 좌절감만 안겨줬다.

 

이로써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감독의 부적절한 사생활로 인한 구설과 지도력에 대한 의구심은 일정부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한편으로 클린스만 감독은 중국전 선발로, 그동안 붙박이로 굳혀졌던 측면 수비 자원  설영우(25.울산 현대)를 제외하고, 백전노장 김태환(34.울산 현대)과 중앙 미드필더 188Cm 피지컬의, 박용우(30.알 아인)를 선발로 기용하는 맞춤 전략으로 경기를 운영해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클린스만호의 2연승 질주 원동력은 이 같은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력과 더불어 선수들 스스로 기량과 팀 전력 우월성을 믿는 자신감이 뒷받침 되는 효과적인 플레이였다. 특히 중국과의 맞대결에서는 공격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수비에선 전.후반 4개의 슈팅에, 유효 슈팅은 단 1개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지난해 9월 웨일스와의 유럽 원정 평가전 포함해 6경기(사우디아라비아, 튀니지, 베트남, 싱가포르) 연속 무실점 기록도 이어갔다.

 

경기 후 완패를 당한 중국 얀코비치 감독은 "당장 내일 한국이 월드컵 준결승전을 치르는 모습을 본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며 클린스만호의 수준 높은 경기력을 인정했다. 그만큼 중국에게 한국 축구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이에 이번 완패는 당연하다. 지난 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했던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장면을 많이 만들었다"는 얀코비치 감독과는 다르게 자국 축구에 대하여 "나는 그들의 실력에 대하여 확신할 수 없다"고 평했다. 이는 제도, 행정, 시스템, 활성화, 인프라 구축 등이 축구 후진국 수준인 중국의 현주소를 명확히 짚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클린스만호의 중국전 완승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있다. 그것은 바로 클린스만호 핵심 멤버였던 손준호(31. 전 산둥 타이산)가 불분명한 이유로 인한 중국 공안에 구금된 일이다. 중국 축구계는 승부조작 등 각종 비위가 만연되어 신뢰를 잃은지 오래다. 따라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발언도 이를 의식한 연장선상으로 읽힌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측은 손 선수에 대해 아무런 조치나 의사표명 없이 이번 한국과의 아시아지역 2차 예선 C조 조별리그 2차전에 임했다. 이는 매우 부적절하고 또한 세계 축구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실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한 때 클린스만호의 구성원과 '동고동락'했던 손준호다. 경기전 손흥민이 언급한 "숨도 못쉬게 만들어 주자"는 말 속에는 손준호에 대한 구금 해제의 간절한 염원도 담겨 있었을 것이 틀림없다.

관련기사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