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세이] 노신(勞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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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세이] 노신(勞神)
  • 박종형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7.1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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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신은 속을 썩이는 유령이다. 안하무인에다 정처가 없고 인정사정을 두지 않는다. 기업에 잠복해 있다가 사람 마음을 파고들고 분위기를 미혹시켜 때로 기업에다 아주 크고 심각한 불행과 손실을 안기는 여러 가지 노신 중에 무서운 ‘자만심’이 있다.

복사기와 동의어로 인식될 정도로 세계 복사기 시장을 오래 동안 독점한 미국의 제록스회사는 문자 그대로 난공불락의 철옹성 같았다.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었으므로 영업은 땅 짚고 헤엄치기처럼 쉬웠다.

어느 날 제록스회사 회장은 조반을 들며 신문을 읽다가 대경실색했다. 복사기시장에 일제 신제품이 등장했는데 제록스보다 우수한 품질과 성능에다 단가까지 더 저렴해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어 장차 제록스의 아성을 무너뜨리고도 남을 것이라는 기사였다.

제록스의 우려대로 80퍼센트 대의 제록스 시장점유율은 무려 30퍼센트대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우두망찰하는 사이에 제록스는 존망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결국 제록스는 패배를 인정하게 되었고, 일본 캐넌에게 서로가 살고 이익이 되는 생산적인 윈윈으로 협력하여 공존하자 강화를 청했다. 미국의 거인기업한테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백기였다. 얼핏 보기에 저런 공존의 제의란 수치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저 두 기업의 공존은 서로에게 아주 짭짤한 실익과 평화를 안겨 주었다.

한데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토끼였던 제록스한테 치욕적이고 심각한 위기가 도둑처럼 소리 없이 닥치게 만든 원인이란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건 다름 아닌 ‘자만’이었다. 너무 오래 동안 시장을 쥐락펴락 종횡무진으로 독점해 왔기 때문에 경쟁자의 절치부심을 보지 못했으며 시장에 은연중에 퍼지고 있던 ‘제록스 피로’를 감지하지 못했다. 아니, 감지했어도 문제가 되리라고 의식하지 않았다. 자만심이 그걸 막았고 용납하지 않았던 것이다.

역사를 보면 국가의 영고성쇠나 장수의 승패나 개인의 성공과 몰락이 오만과 자만에 의해 어처구니없게 휘둘렸었다는 사실을 얼마든지 알 수 있다.

기업의 성장과 몰락 또한 다르지 않다. 기업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인재들이 오만하여 자만에 빠진 기업치고 요절하지 않은 데가 없으며 성장세가 십 년을 넘기지 못하고 끊긴 경우가 허다하다.

ⓒ출처 Pixabay

오만함과 자만심은 참으로 해연駭然하기 짝이 없는 유령이다. 그건 재능이 뛰어나고 열정이 뜨겁고 성실함이 남다르며 성공의지가 특출한 뛰어난 인재한테 잠입해 수월하게 집을 짓는다.
해서 천하장사 초패왕 항우가 어이없게도 고작 댕댕이덩굴에 넘어지는 것과 같은 치욕과 비극을 당하게 만든다.

시장경쟁에서 가장 넘어뜨리기 쉬운 상대가 바로 자만심에 찬 경쟁자인 것이다. 해서 성현의 가르침에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경구가 있다. 사람이 근심걱정이 없이 평안하게 살 때에 안일무사에 빠지지 말고 혹시 닥칠지도 모를 위험을 생각하라는 의미다.

기업에서 개인한테 자만심이 기생하게 되면 몸과 정신이 함께 망가지는 건 시간문제다. 자만하는 사람은 나태해지기 마련이고 애써 배우려 하지 않으며 안일무사에 중독된다. 창의력이나 도전정신이나 책임정신 따위는 자만심에 눌려 숨도 쉴 수 없게 된다.

자만심이 끼리끼리 손잡고 몰려다니면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실속 없는 말이 경영을 농단하게 되므로 백해무익하게 된다. 그렇게 자만심이 자라고 뭉치면 기업을 병들게 만들고 종국에는 망치게 되는 것이다. 해서 기업은 늘 총체적인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혹시라도 자만에 빠져 의사결정을 하거나 예산을 짜거나 인사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고 따져봐야 한다. 자만은 기업에 독일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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