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권 전 원불교문인협회장,칼럼니스트

임청각에 부는 바람

경북도는 지난 11월 6일, 안동그랜드호텔에서 임청각(臨淸閣) 복원 추진 학술대회와 토론회를 가졌다고 합니다. 임청각은 안동 고성이씨 대종택으로 석주 이상용(石洲 李相龍 : 1858∼19332) 선생의 생가입니다. 임청각은 석주 선생을 비롯해 아들, 손자  독립운동가 9명을 배출하는 등 3대에 걸쳐서 독립운동을 한 독립운동의 산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일제 시 중앙선 철도부설 때 50여 칸의 행랑채와 부속 채가 철거 되 임청각이 분단되는 비운을 겪었습니다.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임청각을 방문해 방명록에 “임청각의 완전한 복원을 다짐합니다.”라고 서명을 하고 올해 8.15 경축사에서도 언급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여 임청각 복원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중입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오늘 학술대회가 일제에 의해 훼손된 민족의 혼이 서린 임청각을 하루빨리 복원해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고 애국애족 정신 계승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속설은 독립유공자 후손들만의 자조 섞인 푸념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임이 확인됐습니다. 경향신문이 국내 언론사상 처음 실시한 ‘독립유공자 유족실태 설문조사 결과’ 독립유공자 후손 10명 중 8명이 고졸 이하 학력자로 밝혀졌습니다. 학력 위주의 한국 사회에서 낮은 교육수준은 직업선택의 기회를 박탈해 후손 10명 중 6명은 현재 직업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이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가난과 궁핍으로 이어져 10명 중 6명이 자신의 생활 · 경제수준이 ‘하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학력과 직업에 대한 답변을 보면 ‘3대가 망한다.’는 속설이 더 구체적으로 입증됩니다. 직업을 묻는 질문에서는 응답자 225명 중 131명(58.2%)이 ‘무직’이라고 답한 것이지요. 학력은 무학이 25명(11.1%), 초등 졸이 43명(19.1%), 중졸 · 중퇴가 31명(13.8%)으로 독립유공자 후손 절반가량이 중졸 이하의 학력으로 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것입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번 조사는 절반 이상의 독립유공자 후손이 한국 사회의 평균 수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 생계대책조차 꾸리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경향신문과 민족문제연구소의 공동 조사결과 지난 10월 18일 드러난 독립 유공자 후손들의 살림살이와 현실은 당초 생각보다 훨씬 더 비참했습니다. 대물림된 가난, 이로 인한 교육의 부재, 그리고 필연적인 계층 하락의 연결고리에 허덕이며 지난한 삶을 살았기 때문인지 조사 과정에서 유공자 후손들 중 일부는 “더 이상 정부와 사회에 기대할 것이 없다”며 조사 자체를 거부했고 일부는 강한 반감까지 드러냈다고 합니다.

이들의 선대인 독립유공자 대부분이 일제 시 당시 고등교육을 받은 당대 엘리트들이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교육 부재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민족문제연구소측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무직자 중 상당수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마땅한 일자리를 갖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민족문제연구소 김도훈 상임연구원은 “여전히 친일문제가 사회적 논쟁의 주요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독립유공자와 후손이 겪었던 고초를 역설적으로 증명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에 대한 사회적 예우는 국가의 정통성과 존엄성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과거사 청산 등을 통해 독립유공자들의 뜻과 함께 후손들이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독립유공자 생활실태는 잘못된 역사청산의 잔재”라고 했습니다. 성균관대 사학과 서중석 교수는 “해방 후 대한민국은 친일세력이 모든 권력을 독점했다”며 “독립유공자들은 변방으로 밀려나야 했고 심지어는 친일정부의 감시와 탄압을 받아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정실주의와 연고주의가 팽배해 있는 대한민국에서 친일파 후손은 선대들의 명예와 부를 물려받았지만 독립유공자들의 자손들은 선대의 가난과 피해의식을 고스란히 이어받아야만 했다”면서 “이번 조사 결과는 그 같은 가난의 대물림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역사문제연구소 장신 연구원은 “이번 조사 결과에도 나왔듯이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앞으로도 계속 유효하다면, 국가 위기 상황 때 아무도 국가를 위해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더 늦기 전에 역사바로세우기 운동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늦었지만 다행하게도 지난 10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독립 유공자 3대까지 합당한 예우를 받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일환으로 조국을 위해 몸 바친 독립유공자의 후손들이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나라사랑채’에 입주했다는 것입니다. 곤궁한 형편에 처해있는 그분들의 현실은 늘 우리가 안고 있는 큰마음의 빚이 아닐 수 없었었습니다.

서울주택공사가 땅을 사, 소수의 가정이지만 독립 유공자와 민주유공자의 후손들이 새 보금자리, 5층짜리 건물인 ‘나라사랑채’에는 독립 · 민주 유공자 14가족이 함께 살게 된 것입니다. 독립 유공자와 후손들이 이곳에서 최장 2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라 합니다. 또한 “나라사랑채 2호, 3호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서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을 위해 공급할 예정이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독립 운동가들을 모시는 국가의 자세를 완전히 새롭게 하겠습니다. 최고의 존경과 예의로 보답하겠습니다. 독립운동가의 3대까지 예우하고 자녀와 손 자녀 전원의 생활안정을 지원해서 국가에 헌신하면 3대까지 대접받는다는 인식을 심겠습니다.”고 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이제야 나라가 바로 서려나 봅니다. 다시는 이 땅에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애국자의 후손이 3대가 망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독립운동을 상징하는 임청각에 부는 바람이 어렵게 사시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도 훈훈하게 불어오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조금 더 허리띠를 졸라매는 한이 있더라도 그 분들의 슬픈 역사가 사라지면 얼마나 좋을 까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11월 7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본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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