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한 민주정부에 검찰은 조직의 이익만을 위해 솜방망이, 쇠방망이를 선택적으로 사용"

'조직 다지기' 나선 윤석열, 검사들 직접교육 위해 한동훈 진천 법무연수원 순시 예정

진혜원 "법령상 법무연수원은 장관의 관장사무를 지원하는 기관 추 장관 허락 받으라"

[정현숙 기자]= 지난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돌출 언행으로 논란이 됐다. 이번 국감에서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에 힘을 실어준 대통령도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충분히 자중해야 할 입장에서 지금은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의 조직 다지기에 나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 지난 29일 오후 대전 지역 검사들과 간담회를 갖기 위해 대전지방검찰청에 도착한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사진: 지난 29일 오후 대전 지역 검사들과 간담회를 갖기 위해 대전지방검찰청에 도착한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 총장은 29일 대전검찰청에 방문에 이어 11월 3일에는 자신의 최측근 한동훈 검사가 있는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을 방문한다고 한다. 특히 한 검사는 '검언유착' 당사자로 지목돼 추 장관 지시에 따라 감찰이 진행중인 인물이다.

31일 YTN에 따르면 윤 총장이 한동훈 검사가 있는 진천에서 신임 부장검사들을 모아놓고 직접 교육도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이 검찰개혁을 천명한 상황에 윤 총장의 이번 행보는 자신의 수하들이 흩어진 지방을 직접 방문한 내부 조직다지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참석 대상자들에겐 모두 교육 일정이 통보된 상태다.

이 자리에서 윤 총장은 한 시간가량 직접 강연을 하고 참석자들과 함께하는 만찬도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장검사 교육을 한 뒤엔, 다음 달 9일에는 신임 차장검사들이 소집된다. 이날 역시, 윤 총장이 직접 교육을 하고 만찬도 함께한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정례적인 교육 일정이란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진혜원 동부지검 부부장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진천 법무연수원 방문을 한다는 윤 총장을 향해 관련 법규를 예시하고는 추 장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기 대통령선거 예상 후보 지지율 15%를 기록하고 계시는 검찰총장님께서 대전지검에 이어 다음에는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부장검사들과 회동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있다"라며 "가능할까요?"라고 반문했다.

진 검사는 "법령상 법무연수원은 법무부 장관의 관장사무를 지원하는 장소 겸 기관이고, 검찰총장과는 관련이 없으므로, 외부행사를 법무부 장관 직속 기관에서 개최하기 위해 직장인 대검찰청을 이탈하시려면 미리 장관님의 허락을 받으셔야 한다고 볼 수 있다"라며 "장관님께 구체적으로 일시, 방문과 회동 목적을 명시하셔서 허락을 구하신 후 장관님께서 OK하시는지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겠다"라고 지적했다.

윤 총장의 이런 행보와 맞물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최근 추 장관의 검찰개혁을 비난하며 커밍아웃하는 검찰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글을 올렸다.

조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박근혜 정권 시절인 2017년 1월 5일 조선일보 사설 [대통령에서 독립된 공수처 설치, 이제 피할 수 없다]에서 "기본 취지에 동의하는 조선일보 사설"이라며 검찰 관련 실례를 들기 위해 당시 신문의 사설 일부를 다음과 같이 요약해 올렸다.

"많은 요인이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검찰이 자신들 승진시켜주는 대통령 외엔 다른 누구도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검찰을 두려워하지만 검찰은 대통령만 빼고는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검찰이 이럴 수 있는 것은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저지른 범죄도 사실상 검찰밖에 수사할 곳이 없으니 누구를 겁내겠는가. 공수처처럼 검사들을 감시하고 수사할 기관을 만들어 이를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검찰이 자초한 것이다."-2017년 1월 조선일보 사설-

조국 전 장관은 "위 사설 내용 중 하나 바뀐 점은 현재 검찰은 대통령도 의식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도 '잠재적 피의자'로 보고 있으며, 과거 노무현 대통령 사건처럼 수사의 칼날을 겨눌 기회와 건수를 찾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조 전 장관은 "누차 강조했지만, 작년 하반기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면서까지 벌인 '울산 사건'의 공소장에 대통령이라는 단어를 35회 넣은 이유와 의도를 주목해야 한다"라고 윤 총장의 정치적 의도를 간파했다.

조 전 장관은 "정치적 민주화 이후 검찰은 외부 통제에서 사실상 자유로운 조직이 되었다"라며 "민주정부는 검찰에게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였으나, 그 칼날은 선택적으로 사용되었다. 검찰은 조직의 이익을 절대 기준으로 삼아 솜방망이와 쇠방망이를 선택적으로 사용해왔다"라고 비판했다.

김필성 변호사는 특히 윤석열 검찰의 이번 조직적 반발을 두고 페이스북에서 '빨리 사표를 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다행이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며 "검찰과 경찰 사이에 수사권 조정이 이루어지면 검찰 조직 중 상당수가 경찰로 이동해야 한다. 검찰 수사관들을 경찰로 인사이동하는 것은 그나마 쉽겠지만, 검사들이 검사 그만두고 경찰 수사관으로 이동하도록 하는 것은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검사들이 대규모로 퇴직하면 이런 인사조치가 훨씬 쉬워진다"라며 "그냥 검사들 내보낸 후에 이에 맞춰 관련법 바꾸고 경찰에서 필요한 변호사를 다시 채용하면 된다"라고 짚었다.

김 변호사는 "어차피 저 분들도 지금 검찰에 불만이 많으니 나가서 개업하면 된다"라며 "물론 검찰이 더 이상 수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전관예우 받기도 어려워지겠지만 자신만만하신 분들이니 잘 살아남으시겠죠. 선봉에 서있는 최 아무개 검사님(최재만)은 최병렬 조카라니 금수저 집안에서 책임져줄 거고..부디 빨리 사표내 달라"라고 꼬집었다.

이번에 커밍아웃한 최재만 검사는 '최틀러'로 알려진 최병렬 전 한나라당 의원 의 조카로 그와 피가 섞였지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과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사위다. 하지만 언론들은 이 사실을 쏙 빼놓고 천정배 전 장관의 조카가 추 장관을 들이 받는걸로 기사를 냈다. 최병렬 전 의원은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으로 2004년 한나라당 대표일 때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 소추안 가결을 주도했다. 그의 아들은 현재 TV조선에서 맹활약하는 최희준 앵커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로 "검사님들, 윤석열 총장의 정치발언에 대해 분노하셔야죠"라며 "검찰 전체를 정치집단으로 만들어버렸는데. 감찰받는 것만 보이면 안됩니다"라고 검사들의 선택적 분노를 일침했다.

김미경 페이스북 갈무리
김미경 페이스북 갈무리

김미경 최운산장군기념사업회 이사는 페이스북에서 윤 총장의 안하무인 정치행보를 비판하며 관련 사진을 게시했다. 그는 "태도가 본질이다!"라며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 검찰총장도 이정도는 아니었다! 누가 이 괴물을 만들었나!!! 역대급 안하무인! 깡패 두목같다!"라고 후려쳤다.

이어 "검찰의 수치! 검찰을 바닥까지 끌어내린 장본인! 결국 공수처 수사대상이 될거다!

임기 꽉꽉 눌러담아 채워라! 식물총장으로 말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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