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5분 거리 '재난 컨트롤타워'는 그대로 두고, 일선 경찰·소방관에게 떠넘기기?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10·29 참사(이태원 참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경찰과 소방, 용산구청 등을 무더기로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의 윗선인 대통령실·행안부·서울시는 빠지면서 윤석열 정부의 '책임회피' 시도가 훤히 보인다는 평가다. 또 피의자로 입건된 서울 용산경찰서 전 정보계장이 11일 숨진 채 발견되면서 더욱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11일 낮 전 용산경찰서 정보계장 정 모씨는 서울 수유동에 있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핼로윈 인파가 많이 몰릴 거라고 경고한 경찰 정보 보고서가 삭제된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정 전 계장은 보고서 원본을 삭제하도록 회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으며, 특수본으로부터 직권남용과 증거인멸, 업무상 과실치사상을 적용해 최근 입건됐다. 이틀 전인 지난 9일 그는 전 용산서 정보과장과 함께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다.
경찰청 특수본은 지난 8일 1차 압수수색 이후 엿새만에 추가 강제수사에 나서, 경찰과 소방, 구청, 서울교통공사 등 4개 기관의 55곳에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집무실도 압수수색했다. 또 특수본은 안전대책 문서와 청사 CCTV 영상 등 1만 3천점 이상과 경찰 지휘부와 용산구청장, 용산소방서장 등 책임자들의 휴대전화 45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재난안전 주무부처로, 역시 부실 대응과 늑장 보고 논란이 있는 행정안전부는 이번 압수수색에서도 제외됐다. 또 대통령실과 서울시도 빠졌다. 즉 이번 참사의 책임을 일선 경찰과 소방, 구청 직원들에게 묻는 걸로 '꼬리자르기'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용산 대통령실과 이태원역까지의 거리는 채 2km가 되지 않으며, 걸어서 20분 차로는 5분 이내로 갈 수 있는 거리다. 즉 대통령실도 현장에서 충분히 상황파악을 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던 만큼, 책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즉 재난상황의 컨트롤타워로서 사실상 아무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이처럼 행안부·서울시 등이 압수수색에서 제외된 데 대해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이날 취재진에게 "형사책임을 지울 수 있는 구체적 법리 판단 및 법령 해석에 더해 수사를 통해 어느 정도 구체적 사실관계가 진행돼야 한다"며 "재난관리법 등 각 기관의 법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혐의 관련성과 압수수색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어느 기관이라도 관련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즉 법리를 검토한 뒤에야 행안부 등을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재 한덕수 국무총리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경질할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는 이날 서울공항에서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했는데, 이상민 장관도 환송하러 자리에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상민 장관이 다가와 목례하자 그의 어깨를 두 번 두드리며 격려하는 취지의 인사를 했다. 즉 이상민 장관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의 충암고 후배이기도 한 이상민 장관의 경우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과 함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편 서울 용산경찰서 전 정보계장이 숨진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에선 "참사의 책임을 오로지 아랫선으로만 떠밀고 있는 특수본의 수사 행태가 초래한 희생은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직격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특수본은 국민의 안전에 무한책임을 진다는 윗선은 전혀 건들지 못한 채 오로지 일선 공직자들만을 대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수사를 벌여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용산경찰서의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윗선이 누구인지, 진상이 밝혀지기를 두려워하는 자가 누구인지 반드시 명백히 밝혀야 한다"라며 "그것이 이태원 참사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막는 길이고, 정보계장의 죽음에 혹여 있을지 모를 억울함을 푸는 길일 것"이라고 강조헀다. 그는 특수본을 향해 "꼬리 자르기 수사는 결코 그 어떤 국민도 납득시킬 수 없다"며 "더 이상 일선 공무원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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