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혜의 영화나들이]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 리디아 타르, 욕망이 야기한 불안과 추락 다뤄

* 본문에는 영화 내용 일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TAR 타르’는 토드 필드 감독이 ‘리틀 칠드런’ 이후 16년 만에 연출한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수석 지휘자 리디아 타르의 권력과 욕망, 그로 인한 불안과 추락을 무대와 일상의 균형을 깨트려 가는 과정 속에 밀도 있게 그린 작품이다.

‘TAR 타르’ 의 한장면, 리디아 타르 역의 케이트 블란쳇
‘TAR 타르’ 의 한장면, 리디아 타르 역의 케이트 블란쳇

‘TAR 타르’는 3월12일 열리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촬영상, 편집상 등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리디아 타르역의 케이트 블란쳇은 제8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과 제7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2월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76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TAR 타르’는 토드 필드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고, 촬영은 드라마 ‘파친코’를 촬영했던 플로리안 호프마이스터가 맡았으며, 편집은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를 작업했던 모니카 윌이 함께 했다.

‘TAR 타르’의 한 장면
‘TAR 타르’의 한 장면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수석 지휘자 ‘리디아 타르’(케이트 블란쳇)는 커티스 음악원 출신의 피아노 연주자이자 하버드대학 파이 베타 카파회(미국 대학 우등생들로 구성된 친목 단체)에 소속되었으며, 페루 동부 지역에서의 토착 음악 연구를 통한 빈대학 음악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필라델피아 관현악단→시카고 교향악단→보스턴 교향악단→뉴욕 필하모닉을 거쳐 현재 베를린 필하모닉 여성 최초 수석 지휘자로 재직 중이다.

그녀는 여성 지휘자들의 창작 역량과 공연 기회 향상을 위한 아코디언 컨덕팅 펠로우십을 설립하고, 말러 교향곡 8곡을 녹음 완료하였으며, 말러 5번 교향곡 녹음과 음반 발매가 예정되어 있으며, 자서전 ‘멈추지 않는 타르'를 출간할 예정인 지휘자다.

‘TAR 타르’는 이렇게 화려한 경력을 가진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수석 지휘자 리디아 타르가 정점에서 바닥으로 어떻게 서서히 무너져 내려가고 있는가를 세밀하게 음악과 함께 그려나간다.

‘TAR 타르’의 한 장면
‘TAR 타르’의 한 장면

‘TAR 타르’는 리디아 타르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함께 권력에 대한 욕망과 음악계의 정치적인 관계에 동참하는 이중적인 모습도 드러내며, 사적인 관계의 이중성도 다루고 있다.

리디아 타르는 말러 교향곡 녹음 음반 발매와 자서전 발간을 동시에 앞두고 있는데, 자신이 설립한 아코디언 재단의 회원이었던 크리스타로부터 이상한 이메일이 도착하고, 그는 조수인 ‘프란체스카’(노에미 메랑)에게 이메일을 지우라고 지시한다. 그후 크리스타의 자살 소식을 접한 그는 불안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런 가운데, 오케스트라에는 ‘올가'라는 이름의 젊은 러시아 첼리스트가 들어온다. 리디아 타르는 젊은 올가에게 매력을 느끼고 빠져들게 되고, 아내 사라(니나 호스)는 이런 리디아 타르에게 갈등하게 된다.

‘TAR 타르’의 한 장면
‘TAR 타르’의 한 장면

리디아 타르가 줄리아드 음대에서 ‘맥스’라는 학생을 상대로 강연하는, 그가 가진 예술을 바라보는 정치적 태도에 대한 관점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은 10분이 넘는 롱테이크로 이루어져 있다. ‘TAR 타르’는 대본 분량 상으로 10페이지가 넘는 이 장면을 단 하나의 컷으로 담아내며, 그들의 대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물론 시각적으로도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케이트 블란쳇은 리디아 타르역을 맡아 천재 지휘자이자 권력과 욕망의 괴물을 실감 있게 연기해 마치 실존 인물을 보는듯 하게 한다. 그는 권력에 도취한 정점의 상태부터 욕망이 야기한 사건들로 불안과 강박에 말라가는 리디아 타르를 완벽하게 소화해 감탄을 자아낸다.

‘TAR 타르’의 한 장면
‘TAR 타르’의 한 장면

‘파친코’의 촬영 감독이었던 플로리안 호프마이스터는 크레인이나 스테디캠, 와이어 없이 36번의 카메라 움직임으로 리디아 타르의 얼굴을 근접에서 담아내고, 움직임에 따라 가까이 팔로우하고, 피아노 연주의 투샷을 담아내며 장면을 완성했다. 관객들이 사건의 청중이 될 수 있도록 연출하고자 했다고 한다.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하는 동안 카메라는 무대 위에서 아래로, 객석을 넘나들며 구석구석 핸드캐리로 움직였고, 수십 명의 스탭들이 양말을 신은 채 카메라 뒤를 따랐으며, 붐 오퍼레이터 또한 카메라에 걸리지 않기 위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한다.

케이트 블란쳇은 마치 실제 리디아 타르가 된 듯 압도적 분량의 대사 소화는 물론 피아노 연주까지 선보이며 독보적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TAR 타르’의 한 장면
‘TAR 타르’의 한 장면

해외 인터뷰에서 케이트 블란쳇은 “토드 필드 감독이 건넨 각본의 지적인 매력에 끌렸지만 무엇보다도 나를 매혹시킨 것은 수수께끼 같은 인물, 리디아 타르가 전하는 관능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이야기“라고 밝히며 “토드 필드 감독은 완전히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했다”고 말했다.

케이트 블란쳇은 토드 필드 감독과 함께 세계관을 건설하고,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개발해 내며,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는데 “대본 속에서 여러 관계들이 얼마나 교감하는지? 권력 구조가 모든 캐릭터들과 연결되는가? 위대한 사람을 동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과 그들의 추락을 목격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동일한 마음인가?”등의 질문을 통해 리디아 타르에게 다가갔다고 한다.

또한 케이트 블란쳇은 “음악을 열쇠 삼아 캐릭터에 접근하면서도 스스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인물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관객들과 캐릭터의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연기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고 말하며 “완전무결한 사람은 없다. 제도적 권력의 부패에 대해 밀도 있게 그려내지만, 그 중심에는 실존적 위기에 처한 사람의 이야기가 있기에 인간적인 영화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2월19일(현지 시간), 제76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케이트 블란쳇
2월19일(현지 시간), 제76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케이트 블란쳇

토드 필드 감독은 해외 인터뷰에서 “케이트 블란쳇 없이는 이 영화를 만들 수 없었다. 그녀를 위해 ‘TAR 타르’를 썼다”라는 말로 케이트 블란쳇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도 했으며, “케이트 블란쳇은 극본을 삼키고 모두 외우고, 창조해냈다"고 말하며 “촬영을 시작할 때쯤 내가 아는 것 그 이상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토드 필드 감독은 “오랜 시간 동안 어린 시절의 목표를 위해 매진하고, 그것을 이뤄낸 이후 그 꿈이 악몽으로 변하는 캐릭터에 대해 생각했다"고 작품 기획 의도를 설명하고, ”무대 위와 아래 모두에 존재하는 권력 구조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TAR 타르’ 포스터
‘TAR 타르’ 포스터

리디아 타르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장면은 실제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실황을 보는 듯 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도록 압도적이다.

음악과 함께 다양한 권력관계와 욕망, 사회 현상을 담고 있는 담론의 장을 펼쳐내는 영화 ‘TAR 타르’는 2월2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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