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위기감이 부른 한동훈 구원투수

한동훈 전 법무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됐다. 불과 100여 일 뒤에 실시될 22대 총선 지휘권을 잡았다. 한 비대위원장 지명자는 스스로 국민의힘의 상황을 “9회말 투아웃 투 스트라이크”라고 규정했다. 현재 국민의힘의 상황이 비상하다는 얘기다.

사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1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고 있다.
사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1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고 있다.

상황인식이 어떻든 그의 등판은 내년 4월 총선의 최대 변수가 됐다. 그는 ‘미래의 보수 권력’으로 꼽혀왔다. 불과 얼마 전까지 ‘아껴야 할 보수의 자산’으로 여겨졌다. 그의 정치적 가치는 정치 상황 변화도 한몫했다. 일명 ‘패거리’로 상징되는 계파정치는 한물갔다. 여야를 막론하고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계파정치를 ‘리더 정치’가 대체하고 있다. 정치인의 정치적 가치와 이념에 대해 지지하고 비판하는 팬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팬덤은 리더 정치로 바뀌는 징후다. 리더 정치의 핵심은 국민 여론이다. 보수 진영에서 리더 정치의 소양을 보이는 유일한 사람이 한 지명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지명자만큼 팬덤을 가진 여권 인사는 없다.

그런 자산을 총선의 전장으로 내모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의 위기감 이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한동훈 카드’를 전세 반전의 ‘유일한 방책’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특급 마무리 투수를 조기 등판시키는 것도 지금 안 쓰면 나중에 쓸 기회조차 잡을 수 없다는 절박함도 배어 있다.

‘한동훈 지휘부’가 총선에 약이 될까. 아니면 독이 될까.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총선 결과에 따라서 한 지명자가 이순신도 될 수 있다. 반대로 원균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 처지에서 한 위원장은 선악의 양면성을 갖는다는 얘기다.

그 양면성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 지명자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그는 정가에서 ‘(윤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 ‘(윤석열 정부의) 부통령’으로 불렸다. 야당에서는 ‘윤석열과 한동훈은 쌍둥이’, ‘윤석열의 아바타’라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과 한 지명자를 동일시한다. 그런 주장을 통해 국민의 힘은 ‘용산의 직할부대’임을 주지시키는 것이다. 물론 한 지명자는 “한 번도 맹종한 일이 없다”라며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윤재옥 원내대표)도 “한 지명자이니깐 윤 대통령에게 할 말,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라고 지원 사격을 보내고 있다.

한동훈은 이순신 아니면 원균

과연 어느 말이 맞을까. 그걸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있다. 이 잣대는 총선의 결과는 물론 한 지명자의 미래와 운명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바로 한 지명자가 윤 대통령의 보완재가 되느냐, 아니면 대체재가 되느냐이다. 다시 말하면 ‘윤석열의 부하’로 남느냐, 아니면 ‘홀로서기’를 하느냐는 것이다. 그것을 예측할 수 있는 단서가 있다. 한동훈 체제가 당정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다. 다시 말하면 대통령의 말에 추종하는 수직적 관계냐, 아니면 대통령을 향해 필요한 말을 하는 수평적 관계냐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관계가 어떻게 정립되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비대위원장 추대과정에서 용산과 국민의힘의 움직임을 볼 때, 한동훈 등판은 용산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추대와 관련해 열린 18일 열린 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와 20일 개최된 상임고문회의의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그 중간에 당 핵심 인사가 청와대를 다녀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용산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면서 당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얘기다.

‘한동훈을 향한 윤심’의 배경은 무엇일까. 한 지명자를 통해 당을 확실히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게 야당의 분석이다. 한 지명자를 통해 공천관리위원회를 장악하면 용산이 원하는 인물로 공천 물갈이를 할 수 있다는 속셈이라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한동훈 체제는 제2의 김기현 체제, 즉 ‘윤-한 운명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제1의 관문은 당·청관계 설정

과연 한 지명자가 야당의 주장대로 할까. 결코 단정할 수 없다. 용산의 의도대로 한 지명자가 당을 운영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어떤 개혁적 정책이나 인적 쇄신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한 지명자의 공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용산의 지시에 따라서 얻은 성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힘의 외연 확장은 흘러간 물이다. 한 지명자는 ‘중수청’ 즉 중도·수도권·청년층에 갖는 한 위원장의 소구력은 무용지물이 된다. 이미 정답은 나와 있는 셈이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게 명확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어디로 가야 할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연말 정국의 최대 뇌관으로 부상한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과 관련한 한 지명자의 대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실상 한 지명자의 첫 정치실험대가 ‘김건희 특검법’이다. ‘김건희’로 인해 보수 지지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빅이슈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의 압박은 시시각각으로 다가오고 있다.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지 8개월 만이다. 한 지명자는 이와 관련한 언급을 했다. ‘총선을 앞둔 선전·선동 악법’이라고 혹평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뇌에 대해서도 “몰카는 공작”이라고 규정했다. 뇌물을 받은 게 문제가 아니라 몰카는 범죄라고 대답한 것이다. 일단 김건희 여사의 보호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를 지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관련해 권오준 도이치모터스 대표가 유죄판결을 받았다. 유죄 판결문에 김건희 여사가 37번 언급됐다. 김건희 여사의 계좌 3개가 48번이나 주가조작에 이용됐다고 적시되어 있다.

김건희 특검은 차별화의 절호 기회

결코 용산에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이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국민의힘 주변에서 특검과 관련한 대안이 흘러나오고 있다. 야권이 특검법을 통과시키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전제 없이 나올 수 없는 얘기다. 대안으로 청와대 제2부속실과 감찰관실 부활, 특검의 총선 이후 실시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온다. 이런 대안은 청와대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한 당·청 간의 협의 과정에서 ‘한동훈의 차별화’와 연결될 수도 있다. 윤희숙 전 의원(국민의힘)이 얘기한 ‘아름다운 뒤통수치기’인 셈이다. ‘아름다운 뒤통수치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차별화 정책에 대한 확실한 지지기반이 있어야 한다. 차별화의 동력이 지지 세력이기 때문이다.

만일 ‘한동훈의 차별화’를 통해 총선에 승리한다면 윤 대통령은 이를 마냥 기뻐할 수 없다. 임기를 꼭 3년이나 남겨둔 윤 대통령의 레임덕을 알리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총선에서 선전한다면 한 지명자는 미래권력으로 견고한 기반을 다지게 될 것이다. 그때부터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윤 대통령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어진다. 한 지명자와 호흡을 맞추려고 할 것이다.

김경은 칼럼니스트
김경은 칼럼니스트

정치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나의 편을 만드는 작업’이다. 나의 편이 된 지지자에 대해 책임지지 못한다면 성공한 정치인이 될 수 없다. 정치 신인인 한 지명자가 지지 세력을 어떻게 만들지, 자신이 이끄는 국민의힘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질 것이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자신의 정치적 비전과 집단의 이해를 일치시킬 때 한동훈의 장래는 밝다고 장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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