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 8일 만에 수사결과가 발표됐다. 부산경찰청은 10일 오후 종합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디지털포렌식 자료와 참고인 진술, 프로파일러의 진술 분석을 종합해 피의자 김 씨의 정치적 신념이 극단적 범행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과는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그동안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둘러싼 음모론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어 왔다. '자작극'에다 '사주설' 등 온갖 낭설이 나돌며, 상대 정치진영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어이없는 가짜뉴스와 황당한 루머가 SNS를 타고 난무하고 있다. 정치적 편향성이 강한 유튜브와 SNS의 자극적이고 왜곡된 영상이 확산되고 극단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유튜브 방송 양상이 매우 극성스럽다. 일부 유튜버들은 '나무젓가락을 썼다' '가짜 피다' 등 조회수를 높이려 온갖 자극적인 음모론이 사실을 왜곡했다.  

확인되지 않은 억측과 낭설, 본질과 관련 없는 선동과 조롱의 언어들이 대부분이다. 한국 정치에 대한 불신, 나아가 팬덤 정치가 낳은 대결 구도가 극도로 치닫는다.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에다 증오와 분열을 조장하는 막말을 쏟아내는 암담한 정치현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참담할 따름이다.

정치 양극화로 극단적 진영 지지자들과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유튜버들은 '상대편은 무조건 아니고' '우리 편'이면 무조건 옳다는 '확증 편향'으로 사실 여부와는 상관이 없다는 상황이다. '확증편향(確證偏向/Confirmation Bias, Myside Bias)'이란 자신의 견해 내지 주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취하고, 자신이 믿고 싶지 않은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무시하는 성향의 심리학적 용어다.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의 유사한 정보만 취하고 그 외는 전혀 무시하는 '자기 생각에 대한 강한 확신' '흑백논리' '상대방을 적대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극단주의 정치를 심화시킨 '확증편향'의 증오·혐오 정치가 급기야 정치 테러를 불러온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누적된 극단적 혐오 정치가 폭력적 행위로 표출된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거대 양당 간의 대립, 심지어 같은 당내에서도 서로 생각이 다르면 적대시하고 척결의 대상으로 삼고, 살벌한 분위기 속에 폭력이 용인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지적이다. 양극단으로 쪼개진 진영 간의 대립 속에서 확증편향에 빠진 팬덤과 열성 지지층이 상대를 향한 혐오·적대·음해·왜곡에 함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타도해야 할 상대를 악마화 하며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는 양극화 정치가 이런 비극적 상황을 만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대표 피습 사건에 대해 해외 언론들 역시 '정치의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원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NPR은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초당적 협력이 실종되면서 분노의 정치가 확산된 탓'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CNN 방송은 '한국 정치는 최근 몇 년 동안 보수와 진보 진영 간 극심한 양극화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갈수록 양극화되는 한국 정치 분위기에서 4월 총선을 앞두고 각 진영 지지자들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외 언론에서도 한국 사회의 '확증편향' 심화 현상은 '무조건 내 편은 옳고, 네 편은 틀렸다'로 귀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 사회 및 성격 심리학회는 회원 대상 설문조사를 거쳐 '2024년 한국 사회가 주목해야 할 사회심리 현상'으로 '확증 편향'을 최종 선정했다고 4일 밝혔다. 잘못된 정보와 신념이 SNS를 타고 전파되면서 사회 불안과 균열을 확대한다. 이러한 확증편향은 사회적 불안과 갈등을 심화시키고, 결국 이 대표 피습과 같은 평범하지만 고립된 개인에 의한 정치 테러 등 극단적인 행위가 나타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사회가 정치적으로 양극화될수록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편향된 유튜브 SNS 메시지에 빠져들게 되면서 자신의 신념을 굳히게 된다. 그러니 사회적 분열은 더욱 심화되고 이번과 유사한 테러를 유발하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곧바로 가짜뉴스의 급속한 확산은 다른 형태의 테러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서 살펴본 본질은 사회적 불안과 갈등을 심화 시키는 증오·혐오 정치와 가짜뉴스 확증편향 속에 파묻혀 자신만의 허구에 빠져 살의(殺意)까지 품게 된 어느 외로운 늑대의 문제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외로운 늑대를 키워온 것은 가짜뉴스로 증오·혐오를 조장하는 사이비 언론, 유튜브, SNS 등과 더불어 추락한 한국 정치다. '초당적 협력과 협치의 상실' '통합과 갈등 해소'보다는 '권력 쟁취'로 확증편향만 부추기는 정치권이 문제다. 결국 정치 테러는 증오와 분노의 정치를 양산한 '정치권이 원죄'다. 공통체 가치를 결집하는 논의의 품격이 허물어진 것이다. 토론과 비판은 실종되고 폭력으로 자기주장을 관철시키려는 팬덤 정치, 갈수록 극단적 양극화의 중병을 앓고 있는 한국정치 자체의 문제다. 

'혐오의 정치' 칼날에 야당 대표가 피습당한 것은 한국 정치의 비극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정치인들이 정치 혐오를 양산하는 원인을 제공했고, 일부 언론의 편파적 보도와 유튜브, SNS의 가짜뉴스가 극단적 증오를 부채질 했다. 원론적으로 극단적인 진영 대립의 정치가 결국 이런 불상사로 귀결된 것이다. 

우선 이번 총선에서 막말과 증오를 조장한 정치인은 여·야 공천서 배제하는 공천심사 기준을 구체화하기 바란다. 정치권에서 이번 기회에 '막말금지법'이라도 제정해서 '증오 정치' 청산하는 계기를 삼아야한다. 더구나 21대 국회는 유튜브 콘텐츠 규제 관련 법안이 10개나 발의됐지만 정쟁에 파묻혀 논의조차 못했다. 고강도 처방이 요구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하면서 "이번 사건이 증오의 정치 대결의 정치를 끝내고 서로 존중하고 상생하는 제대로 된 정치로 복원하는 이정표가 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면서, 서로 존중하고 인정하고 타협하는 제대로 된 정치로 복원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퇴원과 동시에 밝힌 메시지가 제대로 지켜지길 바란다.

[최충웅 언론학 박사 주요약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고정 출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방송통신연구원 부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KBS 예능국장·TV제작국장·총국장·정책실장·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관련기사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