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기자단 카르텔' 해체 소송 나선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검찰·법원에 출입증 신청, 거부 시 행정소송 절차..민변 언론위 "공익소송 일환"

기자단 가입은 바늘구멍, 검찰·법원은 '선택적 공보'

[정현숙 기자]= 병폐의 고리 '검찰기자단을 해체하라'는 청와대국민청원에 2일 오후 4시반 현재 237,243명이 동의했다. 오는 26일로 종료하지만 30만을 너끈히 돌파할 기세다. 그만큼 법조기자단이 검찰과 유착해 그들만의 카르텔을 만들고 왜곡보도가 심했다는 방증이다.

다른 정부 기관에 비해 유독 법조 출입 기자의 규모가 크다. '언론재단 지정 2020-02 보고서 4월 기준 보고서'에 따르면 법조는 40개 언론사 260명으로 매체당 배정된 기자 수가 월등하다. 38개 매체가 등록된 교육부는 출입기자수가 77명이며 청와대는 출입매체 134개사에 230여명 기자가 출입한다.

규모는 크지만 법조 기자단의 운영은 지극히 폐쇄적이다. 이에 일부 언론매체가 용기있게 직접 문제 제기에 나섰다. 참여 언론사는 오늘(2일) 기준 '미디어오늘'과 '뉴스타파' 단 두 곳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서울고등검찰청과 서울고등법원에 각각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을 요구하는 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서울고검과 서울고법은 '법조 기자단'으로 불리는 검찰·법원 출입기자실을 운영한다. 법조 기자단은 헌법재판소, 대법원, 서울중앙지법,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등을 출입하는 매체 기자들 모임이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신청은 반려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실제 2년 전 한 온라인매체 기자가 서울중앙지검에 기자단과 같은 취재 권한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기자단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답을 듣고 거부당했다.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음 단계는 행정소송이다. 출입증 발급 등을 거부한 공공기관의 처분이 위법·부당하다고 행정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들 언론사는 행정소송에 돌입하면 헌법소원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공권력 행사로 기본권을 침해받은 당사자가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는 권리구제 절차로, 언론사에게 보장돼야 할 언론 활동의 자유가 공공기관의 처분으로 침해됐다는 요지다. 향후 이어질 소송 등 법적 대응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이하 민변 언론위) 소속 변호사에게 위임하기로 정했다.

언론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순 변호사는 “검찰 기자단의 운용 방식과 (검찰발) 이슈를 만들어내 (대중들에게) 소비시키는 일부 형태에 의문을 갖고 있다. 피의사실공표도 주된 문제로 본다”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카르텔'이라고 할 만큼 기관과 유착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라며 "국가권력과 언론의 건전한 긴장관계 형성을 통해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취재·보도의 자유를 확대하고 시민 알 권리를 신장하자는 취지를 공론화시킨다는 차원에서 이번 시도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을 기준으로 법조는 경찰, 서울시청 등과 함께 폐쇄적 기자단이 유지되는 기관이다. 기자단 자체 운용 방침이 다른 기관 기자단보다 배타적이다. 기자단 가입이 한 예다. 우선 '6개월 동안 최소 3명의 기자가 법조 기사를 보도'해야 가입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소규모 매체나 프리랜서 기자·작가들은 자격도 얻기 힘들다.

이후 기자단 자체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및 중앙지검, 대검찰청 등 세 기관 출입 기자들이 기자실 별로 투표한다. 기자실 3곳에서 모두 재적 3분의 2 출석과 과반수 혹은 3분의 2 찬성표를 받아야 기자실 출입 자격을 얻는다. 투표는 정성평가로 이뤄진다. 객관적 기준을 만족해도 기자단 가입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경우 기관이 매체를 가리지 않고 동등하게 기자의 취재를 지원하면 되지만 법원·검찰 등은 주로 기자단 취재에만 선택적으로 협조한다.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이 대표적이다.

기자단 밖의 기자들은 검찰 기자회견과 정례 브리핑 취재가 불가능했다. 검찰은 지난해까지 매주 1회 이상 기자를 대상으로 티타임 형식의 브리핑을 열었는데 기자단 아닌 매체가 참가를 요청하면 거부했다.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수사 발표 기자회견도 마찬가지다.

'오마이뉴스'는 지난달 26일엔 대검찰청의 판사 사찰 의혹 논란이 제기된 '주요·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을 사진으로 공개해 또 1년 출입정지 징계를 받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을 취소해달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윤석열 검찰총장 측 대리인이 제공한 자료였다.

검찰기자단은 대리인 측이 문건 사진을 그대로 싣는 건 양해해달라고 조건을 뒀는데도 약속을 어겼다며 징계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른 언론사들이 검찰 측의 의도로 소위 말하는 '기사 마사지'로 윤 총장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 충실했지만, 오마이뉴스는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이라는 취지로 전격 보도하면서 같은 기자들에게 징계를 받은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다.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는 언론개혁의 한 방법이라며 참가 취지를 밝혔다. 이 기자는 “출입처 제도의 부작용이 크다. 기자실을 개방하고 출입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됐지만 지금껏 개선된 적 없다. 기자들 반발과 정부 기관의 편의 때문 아니겠느냐”며 “당사자들의 편익보다 훼손되는 국민들의 알 권리가 더 크다. 기자단·출입처 제도를 둘러싼 문제 제기에 공감하고 공론화 작업도 해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남기창 '미디어인뉴스' 대표기자는 이날 SNS로 "법조기자단 적폐 카르텔에 들어가려면 서울중앙지법 및 중앙지검, 대검찰청 등 출입기자단 허락("무릅꿇어")을 받아야 한다"라며 "한마디로 '우리 밥그릇에 손대지마라는 얘기다. 어느 법 규정에도 없는 이 해괴망측한 법조기자단을 해체하는 것부터 언론개혁이 시작된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계란으로 바위치기격이겠지만 <미디어인뉴스>도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을 요구하는 미디어오늘과 뉴스타파의 도전에 동참하고 신청서를 낼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김미경 최운산장군기념사업회 이사도 "기자는 이정도는 해야하는 법!"이라며 "미디어오늘과 뉴스타파, 드디어 행동에 옮겼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공간을 검사들 지들이 뭐라고 기자들을 분리해 출입통제 한다는 것인가!"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응원해야 한다. 검찰개혁을 넘어 언론개혁의 불씨가 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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